탐정사무소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인 ‘지·필·공’(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응급의료 공백 문제를 꼽으며, 환자 이송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역·공공 부문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공공의료사관학교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법적인 근거를 만들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언론대상 정책간담회를 열고 “응급의료 체계는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배후 진료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느냐의 문제”라며 “현재 응급실을 기준으로 돼 있는 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을 중증 배후 진료 역량으로 바꾸고 적정 보상 체계를 붙이는 것을 핵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이 24시간 응급 환자를 상시 대기할 수 없다”며 “지역별 네트워크를 통해 응급·중증 환자가 적절한 기관으로 이송·전원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사고 안전망’ 마련과 ‘저평가된 수가 인상’ 두 가지를 시급한 과제로 들고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최근에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자연분만 시 과실로 인해 6억5000만원 가량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런 부분이 산부인과 분만 인프라를 많이 와해시키지 않나 하는 우려를 복지부도 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들이 만족하고 합의할 수 있는 의료사고 민·형사 소송 체계 개편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 조정은 매년 개선해야 하는 과제이자 중장기적 목표”라며 “2030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서 저평가된 수가를 조정해 적정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사관학교는 관련 법안을 정비해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지역의사제는 개별 의과 대학에서 별도 전형을 통해 해당 지역에 남아 필수의료 등의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일할 의사를 뽑는 제도로,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지역의사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처음에 대학 입학할 때부터 지역의사제의 지원과 의무 내용을 알고 지원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없다는 것이 법률자문 결과”라며 “제도 설계 시에 위헌 소지가 없게끔 명확하게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사관학교는 “입법과 학교 설립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년이 걸린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올해 가능하면 법안 근거를 만들고 내년에는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취임 후 인상깊었던 현장 중 하나로 충북대병원 방문을 꼽았다. 그는 “충북대학교 병원에 소아과 전공의가 딱 한 명인데, 9월 전공의 복귀 전이긴 하지만 그 전공의가 충북 전체에서 유일한 소아과 전공의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흉부외과에서는 ‘10년째 전공의가 없어서 본인이 은퇴하면 이 수술을 누가 하게 될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환자도 어렵고 의료계도 같이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지·필·공에 대한 부분은 국가 투자가 좀 더 강화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는 의사 수 증원 문제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그 밖의 의료개혁과 관련된 계획은 국민참여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오는 10월 내에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을 시작하도록 진행 중”이라며 “가급적이면 내년 초 안에 현 정부의 의료 혁신 로드맵을 검토하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국회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정부도 적극 참여해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노인 소득 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자동조정장치나 세대별 차등보험료율에 대해서는 “저출생,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해서 일부 자동조정장치 등의 내용을 담아서 정부안이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금특위에서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복지부도 추계 같은 부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이웃에게 수십 년간 밭일을 시킨 70대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주지검 형사1부(김재남 부장검사)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사기 혐의로 70대 남성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청주에 사는 A씨는 1995년부터 2023년까지 3급 지적장애인인 이웃 B(70대)씨에게 자신의 밭일을 강제로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16년부터 2022년까지 B씨 명의의 농업인 면세유 카드를 발급받은 뒤 이를 사용해 126만원 상당의 면세유를 가로챈 혐의도 있다.
A씨는 욕설과 폭언 등으로 B씨를 협박해 일을 시켰고, 소처럼 쟁기를 뒤에 끌게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범행은 피해자 B씨의 고소로 드러났다. B씨의 가족은 A씨가 억지로 농사일을 시킨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당시 B씨의 자녀가 농촌에서 홀로살고 있던 아버지가 걱정돼 집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에 A씨가 B씨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장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CCTV에는 B씨가 다리를 절뚝이며 밭을 갈고 있었고, A씨는 그런 B씨를 뒤따라다닌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 변호인과 CCTV 등을 토대로 A씨가 2023년 4월과 5월 2차례 정도 B씨에게 밭일을 시킨 뒤 임금을 주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입회하에 진술조서를 작성했다”며 “2차례의 착취행위를 확인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추가 목격자 진술과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A씨가 수십 년간 B씨의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인륜적 범행에 대해 보완수사를 통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며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