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학교폭력변호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 여사 재판이 24일 시작됐다. 전 대통령 부인이 재판에 넘겨진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김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나란히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가 이날 진행한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김 여사의 첫 공판은 40분 만에 끝났다.
이날 재판부가 언론사들의 법정 촬영 신청을 허가하면서 피고인석에 앉은 김 여사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됐다. 김 여사 모습이 공개된 건 지난달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한 김 여사는 오후 2시12분 검정색 뿔테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쓰고 남색 정장을 입은 채 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왼쪽 가슴팍에 수인번호 ‘4398’ 배지를 달았다. 김 여사는 법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피고인석에 앉을 때까지 계속 양손을 모으고 있다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겼다.
재판장이 진술 거부권 등을 고지하자 김 여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시냐”는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재판장이 “직업이 없는 것 맞느냐”고 묻자 “네,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김 여사 측은 모두 진술을 통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우선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에 대해 “이미 과거 정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졌다”며 “주가조작에 공모하지 않았다. (주식계좌를) 관리한다는 인식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명씨가 개인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카카오톡으로 몇 차례 받아본 것에 불과하다”며 “당시 다른 여론조사도 많아 굳이 명씨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 관련 청탁을 받고 고가의 목걸이 등 합계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 여사 측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도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윤영호가 ‘배달사고’가 있다는 식으로 전성배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게 실체가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일정 등을 정리하기 위해 오는 26일 한차례 준비기일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재판은 다음달 15일부터 주 2회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10월에는 15, 22, 24, 29일 네 차례 기일을 열고 증인 27명에 대한 주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증거조사를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재판 도중 김 여사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아 있거나 변호인들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재판이 끝난 뒤 변호사가 손을 붙잡고 얘기하자 몇 초간 더 끄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퇴정했다.
KT ‘무단 소액결제’ 범행 수단으로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이 지목된 가운데 과거 정부 스스로 해당 장비의 보안 취약성을 연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휘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KISA는 2012년 연구·개발비 4000만원을 투입해 ‘펨토셀 및 GRX 보안 취약점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펨토셀이란 가정, 사무실 등에서 통신 음영 해소와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되는 초소형·저전력 이동통신 기지국을 말한다. 1000조분의 1을 의미하는 ‘펨토’와 휴대전화 통화 가능 지역 단위를 말하는 ‘셀’의 합성어다. 연구가 수행된 2012년은 SK텔레콤이 펨토셀 상용화에 착수하고 KT 역시 초고속 인터넷과 결합한 펨토셀 도입을 검토하던 시점이다.
당시 연구보고서는 펨토셀 보안 위협으로 총 29가지를 제시했다. 그중에는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서 나타난 사용자의 인증 토큰 복제가 포함돼 있다. 또한 통신을 주고받는 두 주체 사이에 공격자가 몰래 개입해 정보를 가로채거나 조작하는 MITM(Man-In-The-Middle) 공격 가능성도 포함돼 있다. 이 역시 KT 무단소액 결제 사태에서 나타난 방식이다.
이 의원은 “해당 연구 성과와 활용 방안을 확인하려 했으나 KISA가 문서 보존기간 경과를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별도의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펨토셀 해킹 우려 연구·결과를 묵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펨토셀을 통한 해킹 우려는 그간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앞서 2013년 미국의 보안기업 iSEC 파트너스는 펨토셀을 통해 통신 감청과 데이터 탈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연한 바 있다. 비밀번호, 금융정보 등 민감 데이터를 스마트폰 종류와 상관없이 탈취해낸 것이다. 이어 2016년에는 “개인정보 노출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국내 연구(위협 모델링 기법을 이용한 펨토셀 취약점 분석에 대한 연구, 김재기·신정훈·김승주)도 나왔다.
다만 통신사들도 펨토셀 해킹 대비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통신 3사는 펨토셀을 통해 문자·통화를 가로챌 수 없도록 종단 간 암호화 조치를 취했으나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구형 펨토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KT가 보유한 펨토셀은 23만2000대로 SK텔레콤(7000대), LG유플러스(2만8000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중 최근 3개월간 작동하지 않았거나 고장난 펨토셀은 4만3000대에 이른다. KT는 이 같은 펨토셀에 대해선 철거·회수,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22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6년 만의 장외 투쟁에 나선 데 이어 원내에서도 의원들을 결속해 대여 투쟁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에 무게중심이 좀 더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쟁점 법안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것인지, 모든 법안에 대해서 진행할 것인지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외의 다른 쟁점 법안을 상정할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상황을 보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다양하게 검토해본 후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수요일(24일)에 의총을 통해 좀 더 의견을 수렴한 후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 말했다.
‘무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해도 과반 의석인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야 투표를 통해 종료가 가능하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 1개의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24시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다수 법안의 통과가 지연될 수 있다.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지는 않더라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최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에 관해서는 상임위에서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동의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필리버스터를 검토하는 데에는 지난 주말 첫 장외 투쟁으로 대여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에 이어 원내 투쟁의 고삐를 조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의원들과 ‘단일대오’를 이루어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당 대표 후보 당시부터 “투쟁의 기본은 원내 싸움”이라며 ‘원내 구심점’을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지난 18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정부조직법을 상정해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의결 직전 퇴장한 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된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소관 11개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