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 지난해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적자가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의 주요 수입원인 입원 환자가 의·정갈등 여파로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을 줄이는 구조전환을 진행하고 있는데, 비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 재정난이 심각해지면 병원의 존립을 걱정해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은 약 1조850억원 의료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의·정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2023년 310억원 수준이던 적자가 1년 만에 35배 커진 것이다. 의료이익은 입원, 외래 등 진료에서 벌어들이는 ‘의료수익’에서 인건비, 약제비 등 ‘의료비용’을 뺀 금액이다.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는 활동만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말한다.
특히 입원수익은 2023년 16조4030억원에서 지난해 14조5510억원으로 1조8510억원 줄었다. 지난해 입원환자 수는 1094만3559명으로 2023년 대비 334만3208명 줄었다. 진료과목별로 재활의학과 입원환자가 53.7% 줄어 감소율이 가장 컸고 정신과(46.6%), 정형외과(44.5%)가 뒤를 이었다. 감소 규모로는 내과 입원환자가 127만6447명 줄어 가장 많이 줄었했다.
입원환자 감소는 전공의 공백을 크게 맞았던 지방 국립대병원과 이른바 ‘빅5’(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병원에서 두드러졌다. 충북대병원은 입원환자 수가 36.8%(8만3473명) 줄었다. 이어 서울대병원 32.8%(18만4696명), 세브란스병원 32.64%(25만7835명), 서울아산병원 32.62%(30만2347명) 순서로 감소율이 높았다. 김 의원은 “의·정 갈등으로 국립대병원과 빅5병원 그리고 내과 등이 입은 피해가 수치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공의 복귀로 의·정갈등이 일단락됐지만 적자구조가 개선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47개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전환 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한 실천 방안 중 하나가 중환자실, 응급병상 등을 제외한 일반병상 3625개(전체 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의 8.6%)를 감축하는 것이다.
정승준 한양대 의대 교수는 “병원은 장기간 입원하는 중증 환자보다 경증환자를 입원 시켜 이것저것 검사하고, 빠르게 퇴원시키는 것이 수익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며 “의료체계는 여전히 검사를 많이 하면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인데 중증 환자만 진료해서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공의 교육에 대한 ‘교육 수가’를 만드는 방식 등으로 추가 지원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 상급 종합병원은 구조 전환으로 인한 적자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본다. 신경철 영남대 의대 교수는 지난 8월 대한의학회에 기고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 지역의료에 긍정적인가’에서 “상급 종합병원이 담당할 환자를 좁히면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지방 병원은 재정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대부분 사립인 지방 상급 종힙병원은 재정 적자가 지속되면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가 수도권 병원으로 쏠리는 문제도 지역 병원간 양극화를 부추긴다. 한 지방 상급 종합병원 교수는 “정부의 구조 전환 취지는 알겠는데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격차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전환하라고 하면, 지방 병원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이런 식이면 환자를 상대로 비싼 검사를 많이 해서 적자를 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환자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게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24일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외교부 수장으로 있으면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부터 귀국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있는 특검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적 있는지’ ‘ 피의자가 공관장 자격 심사를 통과하는 게 정상인가’ ‘국가안보실이 방산 공관장 회의에 관여한 것을 어떻게 보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서 성실히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등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내린 지시사항 등을 폭넓게 질문할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에 발탁돼 외교부의 인사 검증 절차가 시작된 무렵부터 ‘도피 출국’ 논란이 거세져 사임하던 무렵까지 재직했다.
특검은 외교부가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졸속으로 진행했다고 의심한다. 이 전 장관이 급하게 귀국하는 명분이 됐던 지난해 3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방산 회의)’를 주관 부처인 외교부가 아닌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기획한 경위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조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하고 귀국한 뒤 사임하는 전 과정을 관장한 책임자”라며 “법무부와 외교부에 대한 압수수색과 실무자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여러 증거와 진술을 바탕으로 조 전 장관 조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앞서 외교부와 법무부 실무진들을 상대로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외교부의 인사 검증이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고, 귀국 명분이 된 방산 회의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주관으로 기획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도피 출국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 차례로 소환하며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에는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박진 전 외교부 장관 등이 특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 전 장관의 인사검증에 관여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 비서관도 지난 22일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특검팀의 수사 선상에 오른 박성재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 등도 조만간 출석해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