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권 우리가 밟고 사는 지각 아래에는 오랜 시간을 견딘 암석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변성암’은 이미 한 번 만들어진 암석이 지하 깊은 곳에서 새로운 환경을 만나 모양과 성질이 바뀌어 다시 태어난 암석이다.
시간과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롭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사람처럼, 변성암도 지구의 극한 조건에 적응하며 새로운 구조와 광물 조합을 갖춰 나간다.
변성암은 기존 화성암이나 퇴적암이 고온·고압 환경에서 물리적·화학적으로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온도에 따라 광물이 새롭게 형성되거나 강한 압력에 의해 광물들이 일정 방향으로 배열되며 특정한 무늬를 만드는 ‘엽리(foliation)’라는 조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변성작용은 특정 암석에 관입한 마그마의 열에 의해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접촉 변성’과, 판구조 운동 같은 이유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고온·고압 조건이 생겨 나타나는 ‘광역 변성’으로 구분된다.
접촉 변성의 대표적인 예는 ‘혼펠스’다. 혼펠스는 셰일이나 이암 같은 세립질의 퇴적암이 마그마 주변에서 급격한 열을 받아 단단하고 치밀한 조직으로 변한 암석이다. 광역 변성의 전형적인 예인 ‘편마암’은 깊은 지하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형성되며, 광물들이 재결정화하고 이들이 띠 모양으로 배열된 엽리를 보인다.
또한, 지하 깊은 곳에서는 열과 압력 외에도 강한 전단력(물체를 옆으로 미끄러지게 하는 힘)이 작용하는 경우 ‘동력 변성암’이 형성된다.
대표적인 예가 ‘압쇄암’으로, 이는 단층이나 전단대에서 암석이 강하게 뒤틀리는 힘을 받아 만들어진다.
변성암은 한국 전역에 폭넓게 분포한다. 서울 관악산과 북한산 일대에는 대표적인 광역 변성암인 편마암이 분포하며 충남 서해안 일대에는 비교적 낮은 열과 압력을 받아 편마암에 비해 입자가 작은 편암이 분포한다.
석회암이 마그마 열에 의해 재결정된 대리암은 강원 태백, 충북 단양 일대에서 발견되고, 화성암 관입으로 변성된 혼펠스는 강원 영월과 삼척 등에서 나타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성암은 충남 홍성 지역에 분포한 ‘에클로자이트(eclogite)’다. 이 암석은 지하 약 90~120㎞에서 형성된 것이며, 대륙판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초고압 변성작용의 흔적이다. 이는 한반도가 매우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됐으며 극한의 지질학적 환경을 경험하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증거다.
한국의 다양한 변성암은 대체로 약 18억8000만년 전 고원생대와 약 2억30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에 대륙 형성과 분열 과정에서 일어난 광역 변성작용으로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변성암은 단단하고 안정적인 구조 덕분에 오래전부터 건축용 석재로도 널리 쓰여왔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이 같은 실용적 쓰임새를 넘어서 지각의 깊은 역사와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 조각의 변성암에는 수억년 전 지질 운동, 대륙 충돌, 지하 환경 격변의 역사가 녹아 있다. 한 번 형성된 암석이 다시 변화하며 살아남은 변성암은 지질학 속 회복과 진화의 상징이다.
지구가 써 내려간 장대한 연대기, 우리는 이 오래된 기록에서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나와 내 가족들은 그저 여기서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사는 마무드 알하다드(27·사진)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가자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밝고 건강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장기화와 기근으로 인해 내일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장악하기 위해 지상전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모바일 메신저로 알하다드를 인터뷰했다. 가자시티는 가자지구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이다. 알하다드는 “우리를 이주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매우 강해졌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피란길에 오르지 못했다. 알하다드는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집에 머무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텐트도, 돈도 없어서 피란을 갈 수 없다”며 “가자 남부도 파괴됐다. 이스라엘군은 우리에게 남부로 떠나서 해변에 텐트를 치고 살라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 칸유니스 등으로 떠나라는 대피명령을 여러 차례 내렸지만 가자시티 주민들 대부분은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가자시티 주민 100만명 중 약 35만명만 피란을 떠났다. 운이 좋아 피란 차량을 구해도 연료가 없다. 알하다드도 당나귀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연료가 부족해 우리가 쓸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가자시티 대부분은 전쟁으로 인해 이미 폐허가 됐다. 알하다드는 “가자지구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다”며 “거리, 학교, 정부 기관 등이 모두 잿더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창밖에는 부서진 학교의 잔해와 피란민들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 중인 기아 노동조합이 다수 조합원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1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총원 대비 79.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지회별 찬성률을 보면, 소하지회 77%, 화성지회 82.5%, 광주지회 72.1%, 판매지회 86.4%, 정비지회 84.9%, 휴무자 81% 등이다.
투표에는 전체 노조원 2만5798명 중 2만2335명(86.6%)이 참여했으며, 찬성표는 모두 2만519표로 참여 인원 대비 찬성률은 91.9%였다.
다수 조합원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향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교섭 중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
다만 이번 파업 찬반투표 가결이 곧 파업 돌입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노위 교섭과 별개로 노사 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실무회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중노위 교섭이 최종 결렬되더라도 실제 파업 실행 여부 및 시점은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는 오는 22일 오후 1시30분쯤 열린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성과급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지급, 만 64세로 정년 연장,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압도적 찬성률을 통해 조합원의 분노와 단결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노조는 단결된 힘으로 말로 안 되면 투쟁으로 돌파할 것”이라며 “조합원이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한다면 언제든 교섭을 마무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사는 앞서 지난 9일 성과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지난 15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열고 52.9%의 찬성으로 가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