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당일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7일 국회를 방문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무유기 의혹을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계획을 약 1시간30분 전 알았으면서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법 15조는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에게 계엄 당시 조 전 원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이 있는지, 조 전 원장이 국회 보고 등 책무를 인식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특히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보위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체포조 명단도 있었다”고 폭로한 경위를 파악했다. 김 원내대표는 홍 전 차장이 요청한 보고 차원의 면담에 참석했고, 면담이 끝난 뒤 홍 전 차장의 보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정보위 면담 자리에 참석했다. 면담 직후에는 “대통령이 국정원에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며 홍 전 차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자발적으로 면담에 참석한 이날과 계엄 당일 상황을 대비해서 보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정보위 개의 여부나 보고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엄 당일 상황을 국회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일부 장관들에게 임무가 적힌 문건을 나눠줬던 대통령 집무실, 국무회의가 열렸던 대접견실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언제든 정보위에 유선으로라도 보고할 수 있었다고 본다.
특검은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해 정보위에 유선으로 보고한 뒤 관련 내용을 공개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이 계엄 상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특검은 이 밖에도 계엄이 아닌 다른 사안과 관련해 조 전 원장이 정보위에 보고한 사례 등을 김 원내대표에게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등이 연루된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관련 조사도 진행했다.
한편 특검은 계엄 당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구치소 수용 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16일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김 전 소장에게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교정본부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구치소 차원에서 조처를 한 것이 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직접 수사한 근거가 된 대검찰청 예규가 1년8개월 소송 끝에 공개됐다. 정보공개 소송을 진행한 참여연대는 이 예규가 검찰의 무분별한 자의적 수사 개시 근거로 악용되고 있어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을 공개했다. 참여연대는 2023년 11월6일 대검을 상대로 관련 예규 전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대검은 거부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해 1월2일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검찰은 2021년 1월1일 대검 예규 제정 뒤 두 차례 개정된 예규까지 총 3부를 지난 4일 참여연대에 전달했다.
참여연대가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직접 관련성의 판단 기준’을 규정한 예규 7조는 2022년 9월10일 개정돼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확대됐다. 종전 규정에서는 직접 수사 대상이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었다.
참여연대는 이런 예규 개정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알려진 ‘시행령 통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2022년 8월 “문재인 정부의 직접 수사 축소로 검찰 기능이 비정상화됐다”며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을 폐지했다. 그러면서 검찰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대폭 넓힌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 시행령으로 공직자·선거범죄 중 일부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돼 수사권 조정이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이 대검 예규는 검찰이 ‘윤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에 나서는 근거가 됐다. 앞서 뉴스타파는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며 관련자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김만배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검찰은 이 보도가 윤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여론 공작’이라며 2023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과거 대장동 대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최초 보도한 경향신문 기자 4명도 이 예규에 근거해 수사했다. 경향신문 기자 4명은 6·3 대선을 앞둔 지난 5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다른 언론의 일부 기자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두 차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경제·부패 범죄 등으로 제한됐다.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다. 이에 검찰은 ‘직접 수사 대상인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규정을 들어 이를 반박했다. 검찰이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었으니 관련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검찰청법의 ‘직접 관련성’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는데 검찰은 그간 대검 예규에 근거가 있다면서도 내용 공개는 거부하다 소송에서 패소하고 나서야 공개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검찰이) 비공개 예규를 만들어 은폐하고, 이를 근거로 언론사에 대한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면서 “시행령 통치를 넘어 지침·비공개 예규에 의해 통치한 것이며 자유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행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