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검사출신변호사 대전MBC 사장 재임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를 받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대전유성경찰서는 19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위원장은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3월부터 2018년 1월 사이 법인카드로 수천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도 같은 사건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시민단체는 이 위원장이 대전MBC 법인카드로 1157회에 걸쳐 1억4279만원을 지출하면서 근무지인 대전이 아닌 서울 거주지 근처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접대 명목으로 와인 구입비와 골프장·호텔 결제비용 등을 지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경찰은 이같은 의혹과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이 위원장을 소환 조사했으며, 대전MBC와 카드 사용처 등을 압수수색해 혐의 입증에 주력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 중 대표이사 업무와의 관련성, 사용 절차 준수 및 사용 후 증빙자료 제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용 기준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시점부터 시간이 많이 경과했고 확인할 사항이 방대해 수사에 상당 시간이 걸렸다”며 “향후에는 공소 유지를 위해 검찰과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수사 결과 사적 유용이 확인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에 “법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겠지만 경찰 조사로 밝혀질 것이고, 사적으로 사용한 적 없다”고 답했다.
우리는 성공의 언어에 둘러싸여 있다. 더 좋은 직장과 더 넓은 집, 적기의 연애·결혼·출산, 취미·건강을 위한 자기계발이 좋은 인생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잭 핼버스탬의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2011)은 여기에 브레이크를 건다. 그는 “실패(failure)”라는 부정적 단어를 낙오가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여는 방식으로 다시 쓰자고 제안한다. 실패를 낙오가 아니라 다른 방향키로 보자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성공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균열을 내고 그 틈에서 다른 삶의 감각을 발견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론가로서 핼버스탬이 즐겨 쓰는 재료는 의외로 가벼운 것들이다. 애니메이션, 아동영화, B급 코미디. 그는 이런 텍스트에서 ‘정상적’이거나 ‘올바르다’고 여겨지는 궤도를 비켜 나가는 이야기를 발견한다. 성공을 향해 직선적으로 올라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목표 없이 미뤄지고 망설이고 돌아가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장난감들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토이 스토리>, 닭들이 농장에서 탈출하는 <치킨 런>, 벌이 집단으로 반란을 일으키는 <꿀벌 대소동> 같은 이야기들은, 단순한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다른 시간, 다른 관계, 다른 질서를 상상하게 만든다. 정답을 향해 질주하는 영웅담이 아니라 삐걱거림을 공유하는 우정의 서사. 핼버스탬은 이런 장르를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저급이론(low theory)”으로 종합한다. 말 그대로 고급 학문 담론의 반대편에 있는, 일상과 주변부에서 생산되는 사유를 뜻한다.
핼버스탬이 강조하는 ‘실패’는 단순히 좌절이나 무능력이 아니다. 그는 우울, 외로움, 소외, 심지어는 퇴행까지 새로운 방식의 삶을 열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그림자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꺼낸다. ‘주체적인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페미니즘과 달리, 자기파괴를 욕망하는 여성, 어머니와의 본질적인 유대를 거부하는 여성, 자유를 버리고 수동적이길 원하는 여성들 역시 대항 서사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지·망각·수동성·마조히즘 같은 태도도 포함된다. 핼버스탬은 이러한 태도가 단순한 패배나 회피가 아니라 다른 삶의 계보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도라고 읽는다.
하지만 이 논의에는 몇가지 한계도 있다. 첫째, 실패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자원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실패는 선택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가난, 인종차별, 장애 같은 조건 때문에 강요된 결과일 수 있다. 둘째, 실패가 퀴어나 여성의 정체성에 고정적으로 붙는 순간, 오히려 “원래 실패하는 존재”라는 오래된 낙인을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 즉 실패가 특정한 정체성을 정의하는 진단적인 명칭이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실패를 지나치게 낭만화할 위험이 있다. 어쩌면 실패는 실패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이들만이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간과한다면 실패는 정치적 저항이 아니라 정서적 위안에 머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여는 문이라는 것이다. 성공이라는 언어가 하나의 길만을 가리킬 때, 실패는 그 길에서 벗어나 옆으로 나가고, 잠시 멈추고, 돌아가며 또 다른 경로를 열어낸다. 따라서 질문도 달라진다. “실패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실패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로. 실패는 낙오의 표지가 아니다. 오히려 제도의 시간을 흔들고, 그와는 다른 리듬으로 살게 하는 기회다. 바로 이 점에서 실패는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한 언어이자 가능성이 될 수 있다.
목공보다 어려운 가족 마음 맞추기
■인간극장(KBS1 오전 7시50분) = 51년 경력의 목수 박승수씨(63)는 언제나 새벽같이 목공방 문을 연다. 가난한 집의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난 승수씨는 학교에 가는 대신 목공을 배워야 했다. 이제는 아들 셋과 며느리도 함께하는 가족 공방의 대표가 됐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자식들이지만, 작업 방식을 두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엇갈린 마음을 단단히 짜맞춰 가는 승수씨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멕시코 ‘미식 수도’ 숯불구이 투어
■세계테마기행(EBS1 오후 8시40분) = 고대 마야 문명과 다양한 축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열정의 나라 멕시코로 떠난다. 멕시코에서의 첫 여정은 다양한 토착 원주민의 전통이 있는 오아하카에서 시작한다. 멕시코의 ‘미식 수도’로도 불리는 이곳에서는 숯불구이로 유명한 시장을 찾아 고기 요리를 맛본다.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해발 2300m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에서는 피라미드 유적지를 거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