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소년재판변호사 지난 19일 찾아간 전남 목포시 서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교실에선 오후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업 도중 교사가 학습이해를 위해 ‘인어공주’의 주제가인 ‘언더더씨(Under the Sea)’를 틀자 흥을 주체하지 못한 학생들이 칠판 앞으로 나와 몸을 마구 흔들어 댔다. 팔다리를 쭉쭉 뻗으며 서로를 따라 하거나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교사는 “아이들의 웃음이 곧 지역의 희망이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살고, 지역도 미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 아이들의 ‘웃음’이 돌아온지 이제 1년 남짓됐다. 서산초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폐교 위기에 놓여 있던 학교였다. 1977년 전교생이 1600명이 넘었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2013년 38명, 2023년에는 12명까지 줄었다. 교실은 텅 비고 운동장은 적막해 통폐합 대상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변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전남교육청이 서산초를 ‘작은학교 특성화 모델학교’로 지정하면서다. 서산초는 목포해양대학교·목포해양경찰서 등과 협약을 맺고 해양환경·안전교육을 정규 수업에 포함했다. 통학 차량을 늘리고 노선을 개편해 10㎞쯤 떨어진 곳에 사는 학생들도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학생 수는 지난해 37명으로 늘었고, 올해 9월 2일 기준으로 52명까지 늘었다. 학부모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내년 3월에는 전교생이 6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바다에서 직접 배우고 생명을 돌보는 과정에서 책임감과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전학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특성화 지정 후 서산초는 ‘바다浪(랑)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교정에는 ‘바다와 함께 서산에서 세계로’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학교 전체가 해양과 생명을 주제로 한 체험 학습장으로 변했다.
복도 중앙에는 알록달록한 빛깔의 ‘시클리드’와 ‘나비’, ‘비파’ 등 물고기 수십여 마리가 노니는 대형 수족관이 자리 잡고 있다. 교정 한쪽에는 지역과 교명을 따서 학생들이 직접 이름 지은 유기견 ‘달산이’와 ‘서희’, 그리고 10여종의 닭과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조류학습장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수족관 물고기를 살피고 강아지와 닭에게 먹이를 주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운동장 한쪽에서 강아지와 놀던 3학년 학생은 “등교하면 제일 먼저 애들을 보러 와요. 맨날 학교에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학교는 바다와 불과 직선거리로 200m쯤 떨어져 있다. 이 지리적 강점을 살려 현장 체험학습도 특화돼 있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연간 10차례 이상 바다로 나가 갯벌을 누빈다.
장화를 신고 게·새우 같은 생물을 관찰하고, 주워온 조개껍데기와 유리 조각 등을 깨끗이 씻어 사진 액자 등으로 재활용한다. 전교생이 함께 연기·노래·무대 제작을 나눠 맡으며 해양오염을 주제로 한 뮤지컬도 연습하고 있다.
채정화 교장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환하게 웃고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해맑은 동심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 지역과 사회의 든든한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협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우리에게 큰 손해가 되는 합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한·미 관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위 실장은 다만 ‘한국 정부가 미국 내부 상황을 살펴보려 관세 합의 서명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는 “미국 내 선거나 소송 추이를 기다려보는 시간 끌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위 실장은 “당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지만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고 최근에도 워싱턴에서 협의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교착 상태에 놓인 관세협상이 한·미 안보 협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양쪽(관세와 안보) 패키지가 나름의 독자성을 갖고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이 포함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넘지 말아야 할 양쪽의 좌표는 지켜가며 협의했기 때문에 이른바 안전장치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묻는 말엔 “만남의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방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비핵화 문제를 두고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나 미국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북한이 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중단을 시키고, 줄이고, 폐기하는 수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밝힌 바 있는 중단-축소-비핵화의 3단계 접근법을 재차 설명한 것이다.
다만 위 실장은 “로드맵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도식적인 것일 뿐 가장 급한 것은 협상 과정의 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중·러 움직임 등 주변 정세 흐름을 보면 북한이 단기간에 대화에 나설 이유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북·중·러와의 관계를 지금보다는 개선해야 하는 것이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첫 주미대사에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곧 부임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강 대사의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상대국 사전 동의)이 나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