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촉법소년변호사 수도권 서남부를 중심으로 발생한 ‘KT 소액결제’ 사건 피의자들이 18일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 위에 실제 주범인 ‘윗선’이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정진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 등으로 중국 국적의 A씨(48)와 B씨(44)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와 관련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펨토셀)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면서 경기 광명과 부천, 서울 금천 등 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 결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가 주도한 소액 결제 건을 현금화한 혐의다.
검거 과정에서 경찰은 A씨가 범행에 사용한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확보했다. 이 장비는 통신에 쓰이는 각종 설비와 안테나 등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로로 취득한 불법 소형 기지국을 승합차에 실었고, 이어 경기 광명과 서울 금천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장비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해킹이 이뤄졌는지 등은 아직 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A씨와 B씨 이외 범행을 주도한 실제 ‘윗선’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건은 범행 방식부터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으로, 수법의 복잡성 등을 고려할 때 A씨와 B씨는 단순한 실행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의 경우 통신사 근무 이력, 전화·인터넷의 가입이나 설치 등의 업무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점 등을 미뤄볼 때 A씨가 통신사 해킹 등에 관한 지식을 가진 주범일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A씨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피해자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나” “수도권을 노린 이유가 뭔가”라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답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중국에 있는 윗선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31일 “새벽 시간대 모르는 사이에 휴대전화에서 소액결제로 수십만원이 빠져나갔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용의자를 특정한 경찰은 지난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A씨를 체포하고, 서울 영등포에서 B씨를 체포했다.
KT는 이날 사건 피해자가 362명, 피해금액은 2억40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피해(278명, 1억7000만원)보다 규모가 더 늘었다. 지난 12일 기준 경찰 집계 피해자(신고 기준)는 199명, 피해금액은 1억2600만원이다.
정보 유출 규모도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기존 초소형 기지국 ID 2개 이외에 2개 ID를 더 확인했고 총 2만명이 4개의 불법 초소형 기지국 신호를 수신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해당 기지국 ID를 통해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휴대폰 번호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2·3 불법계엄 사태에 투입된 군 장병이 심리상담 치료를 받을 방안을 마련하고, 헌법 교육을 확대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불법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9개월 만이다.
인권위는 17일 “국방부 장관에게 12·3 비상계엄에 투입됐던 장병들이 전문적인 민간 심리상담 치료를 받을 방안을 마련하고, 간부 양성 과정에서 헌법 가치 함양 교육을 확대·강화하는 등 조치를 하라고 지난 1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5~7월 계엄 투입 군부대를 방문해 조사했다. 애초 직권조사로 안건이 상정됐는데 방문조사로 바꿔 진행했다. 직권조사는 피해자 진정이 없어도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중대 사안에 대해 직접 조사하는 제도이고, 방문조사는 필요시 현장 방문을 통해 점검하는 통상적인 절차이다.
투입된 군 병력 총 1528명 중 희망자 1051명에게 트라우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관심군이 69명·고위험군이 2명 나왔다. 온라인 설문에 참여한 407명 중 26.3%는 계엄 투입 자체에 따른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고, 25.1%는 언론 보도로 인한 스트레스, 22.1%는 이웃의 평가 등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필요한 조치로는 응답자의 29.2%가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고, 16.5%는 ‘민간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국방부에 명령에 따라 동원된 사실만으로는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계엄 투입 장병과 가족의 신변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너무 늦은 권고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2월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의결했지만, ‘시민권 침해 직권조사안’은 진행하지 않다 지난 5월에야 군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계엄 직후엔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의결하면서 책임자를 보호하는 일에 전념한 뒤, 9개월이 지나 계엄 투입 장병을 위하는 척 권고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