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형사전문변호사 국민의힘이 21일 대구를 시작으로 6년 만의 장외 투쟁을 시작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고려하는 등 원내의 투쟁 방안도 고심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야당 탄압 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대구 달서 을’ ‘김해 을’ 등의 깃발을 든 지역 당원협의회와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야당 탄압·독재 정치 중단하라” “헌법 파괴·일당 독재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번 집회는 2020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장외 집회에 나선 이후로 약 5년 8개월 만이다.
장동혁 대표는 집회 무대에 올라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나라가 됐다. 거기에 방해가 되면 야당도 죽이고, 검찰도 죽이겠다고 달려들어 선전과 조작이 난무하고 정치 폭력이 일상이 되고 있다”며 “이재명 독재를 막아내고 민주당의 공작과 광기를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소위 내란특별(전담)재판부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거야말로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인민재판에 해당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나라를 정상적으로 끌고 가려면 독단적으로 하지 말고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독재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장외 투쟁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의 합의 파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 당원 명부·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에 반발하기 위해서다.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해 보수 지지층 결집의 차원에서 장외로 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장외 투쟁을 시작해 지지층 결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장외 투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22일 대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후, 25일에는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다. 서울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장외 투쟁으로 인해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당내 극단 세력이 결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동대구역 집회에서도 일부 지지자들이 ‘윤 어게인 리셋코리아’ ‘부정선거 진실을 밝혀라’ 등이 적힌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모여들었다.
장외에서는 여론전을 펴면서 원내에서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은 방송3법·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더 센 상법(2차 상법 개정안) 등 특정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며 법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집중했으나 모든 법안으로 대상을 확대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한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 다수의 법안 통과가 지연될 수 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 동안 가능해 1개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최소 24시간이 걸린다. 과반 의석인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 다수의 법안이 통과가 늦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할지 확정할 예정이다. 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악법에 대해서는 ‘당연히 필리버스터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의원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한덕수 회동설’에 대해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특검 수사만 연일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가 빈약한 의혹을 제기한 뒤 “당당하면 수사를 받으라”는 모습을 두고 집권 여당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의혹을 부인하지만 떳떳하다면 특검 등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전날 “억울하면 당당하게 수사를 받고 본인이 명백하다는 것을 밝혀주면 될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회동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지난 4월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같은 달 10일에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가 서 의원 주장의 근거였던 제보 음성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상 초반에는 ‘믿거나 말거나’라는 경고문이 나온다.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녹취 음성을 근거로 의혹을 재차 제기했고 다음날 정청래 대표가 특검 수사를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는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려 ‘회동설’을 띄웠지만 허위 논란이 커지자 사실 여부가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언론이 ‘조희대 회동설’이라고 쓰고 계시지만 본질은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라며 “진실 공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그들이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 언제 만났느냐 이런 문제보다도 (정부·여당을 해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역풍이 있지 않겠냐’고 지적하자 “(사법개혁을) 반대하는 측에선 그런 프레임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내·외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발을 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그걸(의혹을) 처음에 거론하신 분들이 해명을 하셔야 될 것 같다”며 “처음 말한 분이 그 근거, 경위나 주변 상황, 그런 얘기를 한 베이스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이날 기자들이 ‘의혹을 처음 제기했는지’를 묻자 “그건 뭐 열린공감TV”라며 “그쪽에 물어보시면 되잖나”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어쨌든 나는 그걸(제보를) 받아서 (의혹을 제기)했고, 이건 정확한 제보다라고 하고, 그럼 수사해 나가야죠”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라는 분야에 면책특권을 주는 건 의혹을 제기하라는 것”이라며 “언론은 그러면 안 되지만, 사실 정치라는 부분은 의혹을 제기하면, 거기에 대해 어떤 증거 같은 많은 것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이러면 이제 수사로 들어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대표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향해 “수사정보 슬쩍 흘려 여론을 들끓게 해놓고 ‘떳떳하면 수사받으라’는 정치검찰과 닮아가는 건 아닌지”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