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김서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서울여성가족재단과 협약을 맺고 ‘미리내집’ 입주민에게 다양한 출산 및 양육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서울시의 주택정책 중 하나인 ‘미리내집’의 최대 거주기간은 10년이며, 신혼부부가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하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또 20년 후 우선분양권을 갖는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미리내집 입주민이 임신준비 단계부터 초등학생 자녀 양육(만 12세 이하)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출산 및 양육지원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신혼부부에게는 사전 건강관리 및 엽산제·철분제 등을 무상지원 정보를 제공하고, 출산시 산후조리경비 지원방법을 알려준다.
또 만 6세 이하 미취학 자녀 가정에 대해서는 부모교육, 양육상담, 영유아발달검사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초등학생 자녀 대상으로는 등하원 아이돌봄 서비스, 질병감염 아동돌봄 서비스 등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SH관계자는 “그동안 공공에서 제공하는 출산 및 육아지원서비스는 정부, 지자체 등 운영주체별로 제각각 관리하면서 정보가 산재돼 있어 시민들이 관련 정보를 한 눈에 보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이런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 보기 쉽게 제공함으로써 입주민의 편의를 제고하는 게 이번 협약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SH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으로부터 임신준비~초등학교 양육까지 전 정보를 제공받아 미리내집 입주민들이 원스톱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늦어도 11월 중 미리내집 입주민들에게 제공한다.
황상하 SH 사장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은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서울시 미리내집을 시작으로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농촌은 도시와 기업의 전기 식민지가 아닙니다.”
전남 영암군 주민 250여명이 17일 오전 트랙터 등 농기계와 차량 200여대를 몰고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 집결했다. 주민들은 ‘345㎸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본집회에 앞서 ‘고압송전선로 철탑건설 반대를 위한 영암군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직접 제작한 2m 높이 송전철탑 모형을 세운 뒤, 대표들이 각목으로 내리치고 손으로 뜯어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어 “송전선로와 철탑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농어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RE100 수요처로 공급하기 위해 지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또 “전자파로 주민 건강이 위협받고, 축산·과수·벼농사 등 농업 전반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아름다운 경관이 훼손되고, 보상을 앞세운 갈라치기로 공동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해남에서 시작해 강진·영암·나주·장성을 거쳐 신장성 변전소로 연결된다. 최종적으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이어지는 국가 전력망 확충 계획으로, 2030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특히 영암군에서는 영암읍과 금정·덕진·신북면 등 4개 읍·면이 통과 구간에 포함돼 주민 반발이 거세다.
집회를 마친 주민들은 한전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농어촌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지켜온 땅을 송전철탑으로 내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영암군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군은 “‘국민 삶의 질’을 우선해야 할 시대에 역행해 지역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초고압송전선로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철탑 위주의 송전망을 “중앙집중형 에너지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유물”이라고 규정했다.
군은 대안으로 ‘지산지소형 에너지 분권’을 제시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RE100 산업단지 지정과 기업 지방 이전, 고속도로·국도를 활용한 송전선로 지중화,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 등을 정부와 한전에 요구했다.
대책위는 철탑 건설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권혁주 집행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전이 주요 대상이 되는 시기에 맞춰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열 것”이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라진 양말한 짝 루시아나 데 루카 지음·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 문주선 옮김 | 여유당 | 40쪽 | 1만7000원
빨래를 하고 나면 양말 하나 홀로 남을 때가 있다. 집 구석구석을 찾아도 사라진 한 짝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양말 알록이와 달록이가 있다. 이 둘의 생이별도 어느 날 세탁기 속에서 갑작스레 찾아왔다.
달록이는 새카맣고 구불구불한 터널을 떠내려가던 중 눈을 뜬다. 알 수 없는 진녹색 이물질, 시커멓고 징그러운 털 뭉치 옆에서 하염없이 알록이를 찾는다. 혼자가 된 가엾은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강을 건너고 바다에도 휘말린 달록이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검은색 땅, 고여서 썩은 듯한 어두운 강물,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탁한 바다가 그려진 삽화를 넘길 때마다 달록이의 좌절과 슬픔이 함께 느껴진다. 달록이가 더 이상 알록이를 찾는 목소리마저 낼 수 없을 때, 어느 섬에 도착한다.
그곳엔 짝을 잃고 홀로 남은 양말들이 가득하다. 붉은 하트 무늬 양말, 푸른 별이 박힌 양말… 이들 중엔 요리사도 있고 우체부도 있고 또 커플도 있으며 홀로 즐겁게 살아가는 양말들도 있다. 이곳에서 달록이도 온전한 삶을 되찾는다. 줄리아 파스토리노는 혼자라도 밝게 빛나는 형형색색의 양말들을 앙증맞게 그려냈다. 부드럽고 둥근 선, 화사하면서 따뜻한 색감은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여운을 남긴다.
아르헨티나 작가 루시아나 데 루카는 짝 잃은 양말들이 서로 기대어 만드는 행복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평생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던 짝을 잃었다고 삶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며, 그 상실의 빈자리 또한 나를 이해하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언젠가 메워진다는 희망도 전한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달록이는 이제 섬에 도착한 새 친구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달록이가 만날 또 다른 양말은 누구일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그 만남을 향한 기대와 설렘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