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동행매니저 일반적 난청과 구분하기 어려워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던 성인 청각신경병증을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은 청각신경병증 감별을 위해 MRI로 청신경 위축 정도를 측정·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이과학·신경이학’에 게재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7~2023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40~65세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성인 청각신경병증은 소리 신호가 청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소리가 들리는 정도에 비해 말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이 유독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 내부의 유모세포가 손상되어 모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을 보이므로 차이가 있다.
성인 청각신경병증은 보청기 착용이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리를 증폭해도 청각 신호가 뇌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말소리 구분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청각 재활이 가능하지만 소리가 일정 수준 들리는 것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수술 시점 판단에 혼선을 빚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질환이 진행될수록 말소리를 인지하는 능력뿐 아니라 전체 청력까지 저하돼 일반 난청과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일반 난청으로 오진되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보청기 치료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조기 인공와우 수술의 기회를 놓치는 실정이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성인 청각신경병증을 구분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고자 연구를 진행한 결과, MRI 검사로 질환별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성인 청각신경병증 환자는 질환 초기 단계부터 일반 난청 환자에 비해 청신경이 유의미하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호 전달이 이뤄지는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 뒷부분에 손상이 있을 경우 위축 양상이 더욱 심했다. 또한 MRI에서 청신경 위축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라도 신경이 완전히 퇴화하기 전 인공와우 수술을 조기에 시행하면 언어이해능력을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성인 청각신경병증 환자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게 되면 불필요한 보청기 착용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는 대신 인공와우 수술로 청신경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최병윤 교수는 “진행성 청각신경병증은 전체 난청 환자의 약 10%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청력 저하가 심해지기 전이라도 청신경 위축이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일반 난청 환자보다 훨씬 빠르게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야 최적의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는 무분별하게 주차되는 공유자전거와 킥보드로 인한 시민 불편을 막고자 광교중앙역 인근에 지정주차구역을 시범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시범주차구역이 운영됨에 따라 앞으로 광교중앙역 주변에 조성한 주차구역 20곳에만 공유 자전거·킥보드를 주차할 수 있다. 구역 외에 주차하면 업체별로 3000원에서 2만원까지 페널티를 부과한다.
지정 주차구역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된다. 수원시는 합동 캠페인을 전개해 시민을 대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운영에는 알파카, 빔, 스윙, 지쿠, 일레클, 카카오, 플라워로드, 에브리바이크 등 8개 업체가 참여한다.
수원시는 다음달 20일부터 수원시청역 인근에도 지정주차구역을 운영할 계획이다.
수원시는 앞서 지난 5월 영통구청 인근에서 1차 시범운영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무단주차 기기와 관련 민원이 줄어드는 성과가 있었다.
수원시는 하반기 시범 운영 이후 효과성과 적정성을 검토한 후 향후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일부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의 무분별한 주차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미관을 해쳐왔다”며 “지정주차구역 운영으로 보행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시민 불편을 줄이는 한편 질서 있는 공유 모빌리티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을 배우기도 전에 세계 각지로 떠나야했던 ‘해외 입양인’ 50여명이 16일 서울 중구의 한 영화관으로 모였다. 태어난 곳은 같은데 이들이 자란 곳은 덴마크, 벨기에, 프랑스, 미국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입양인들은 함께 영화를 보며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주최로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Lost Birthday)> 시사회가 열렸다. <로스트 버스데이>의 뜻은 ‘잃어버린 생일’, 입양 과정에 자신의 생일을 비롯한 모든 기록을 잃어버린 해외 입양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다.
<로스트 버스데이>는 진화위가 지난 3월 낸 진실규명 보고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진화위는 약 2년 7개월 동안 국가기록원·외교사료관·서울기록원·국내 4대 입양알선기관 등을 조사한 뒤 ‘한국 정부가 해외 입양을 부실하게 관리했고, 기본적인 인권 보장 책무를 저버렸다’라 판단했다. 더 많은 아이를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 친생부모의 동의서를 받지 않거나, 신원을 바꿔치기한 사례도 드러났다.
<로스트 버스데이>는 덴마크 한인 입양인 그룹(DKRG)의 공동대표 한분영씨와 피터 민 홍 레겔 뮐러의 활동을 큰 줄기로 삼는다. 두 사람은 한국출신 입양아의 서류에 성별이 잘못 기재된 사례, 같은 문서 내에서도 기록이 계속 바뀌는 사례 등을 찾아낸다. 입양 당시 몸무게·건강 상태와 서류상 건강 상태가 완전히 불일치해 평생 지병이 있는 줄 알고 살아야 했던 입양인도 있다. 뮐러는 영화에서 “수천 건의 입양 서류를 확인했지만 ‘진짜’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활동은 덴마크, 노르웨이가 해외 입양을 중단하고 입양 기관을 경찰에 고소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춘희 로멜렌(한국명 고춘희)은 1976년 태어나 10개뭘만에 벨기에로 입양됐다. 로멜렌은 지난해 자신의 출생지로 기재된 서울 강동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부모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로멜렌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에 나온 사람들과 같이 나도 ‘고향은 어딘지’ ‘진짜 생일은 언제인지’에 대한 질문을 항상 품고 살아와서 울컥했다”며 “진화위 3기가 생긴다면 반드시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 접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 미국으로 입양된 이모씨는 “영화 주인공들과 같이 나도 서류 조작 문제를 겪어서 정확히 언제 태어난 지 모른다”며 “더 많은 사람이 진실을 알고 배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연출자 이주원 감독은 “불법 해외 입양 피해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함께 출연자들의 소망을 느낄 수 있길 바라본다”고 말했다.
허상수 진화위원은 “‘해외 입양’이 아닌 아동을 강제로 이동시킨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 시기에 많이 일어난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