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머니상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6조원)와 관련한 미국과의 세부 협상을 두고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결론이 나는 시점에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점을 미국과 협상에서 전달했다고 한다.
김 총리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미 3500억달러 투자에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이렇게 답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민에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면 국회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 점을 미국 측에도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미는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키로 합의했으나,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등에서 이견을 보여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및 대미 투자 합의를 문서화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주름살이 될 수 있는 걱정스러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익을 지키고 한·미관계를 잘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막대한 대미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동맹인 한국의 국민 300여명을 구금해 국내 불만이 많다’는 취지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탈냉전 이후에 30년 지나면서 국제정세가 변했고, 미국이나 유럽이 이민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미국이 변한 것 같다”라며 “과거에 많은 동맹국이나 우방국들에 사실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해오던 미국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북핵 및 평화체제 정책 등을 담당하다 폐지된 외교부 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부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차관급 체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개편하면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담당했던 업무를 1개 국에 맡겼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 촉진 및 단계적 비핵화 전략 마련·추진’이 담겼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음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초청 여부를 두고 “한 달 반 남은 APEC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거나 초청할 가능성을 생각하는 건 무리”라며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기회를 살려서 김 위원장과 교신하거나 접촉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이 여러 징후로 봐서 북·미 접촉,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하는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정 장관이 대북 특사로 나서는 게 어떠냐’는 이 의원 질문에는 “특사 외교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북·중·러 정상이 지난 3일 중국 전승절에 나란히 참석한 게 신냉전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두고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시진핑 주석도 북·중·러 동맹에 따른 신냉전 구도를 환영할 리 없다”라며 “3자 정상회담이 없었다는 게 증거”라고 했다. 정 장관은 또 “우리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북 영향력을 지닌 중·러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할 차례임에도 17일 방중하는 배경을 두고 “왕 장관이 방한할 것이라는 중국 측 의견이 있었지만 계속 지연됐다”라며 “한·중관계 중요성에 비춰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가) 기꺼이 가서 하루라도 빨리 (외교장관 회담)을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까지 거리를 지역에 따라 5km까지 줄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1970년대 초반에 접경지역마다 민통선을 MDL로부터 27km, 20km 15km, 10km 떨어진 지점까지 (설정이) 돼 있었다”라며 “(5km로 단축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손실, 생활의 불편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안 장관은 “민통선 내 출입 절차와 관련해서도 무선인식(RFID) 방식보다는 스마트앱을 내려받아 위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나쁜 유전자정우현 지음 | 이른비 | 396쪽 | 2만2000원
대중의 선망을 받는 유명인들이나 연예인들의 외모를 언급하는 뉴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식어가 있다. ‘우월한 유전자’. 외모에 대한 상찬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오해와 무지 그 자체이고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표현이다. 흔히들 생각한다. 특정한 유전자가 인간의 외모와 건강, 성향, 심지어 운명까지 결정한다고. 이 때문에 지능 유전자, 범죄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암 유전자 따위의 이름들이 등장했고 결국 유전자의 우열 여부가 현재 상황의 궁극적 원인이라고.
분자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유전자 결정론에 사로잡힌 대중의 편견을 조준한다. 이 편견은 세계의 역사를 뒤흔들고 바꾸었으며 차별과 폭력의 논리로 악용됐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문제적’ 유전자 8가지를 꼽아 그 허구와 본모습을 다룬다. 인종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차별의 근거가 된 피부색 유전자, 유럽 왕가를 몰락시킨 희귀병 유전자, 우생학의 비극을 낳은 열등한 유전자, 범죄와 폭력을 유발한다는 범죄 유전자, 성적 성향을 결정한다는 동성애 유전자, 인류를 사회적 동물로 바꾼 사나운 유전자, 인류의 몸에서 유발과 억제의 힘겨루기를 하는 암 유전자, 유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버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이다.
유전자를 명명한 이름 뒤에는 마치 유전자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듯한 불온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자폐증을 일으키는 몇가지 유전자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밝혀지지 않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수십, 수백가지의 유전적 인자들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생화학적 네트워크가 여러 환경적 요인과 결합해 자폐증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말한다. “나쁜 유전자는 없다”고. “모든 현상에는 틀림없이 어떤 물질적인 원인이 있다고 믿는 인간의 본질주의적 편향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