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형로펌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터줏대감 ‘안소영 미용실’의 안소영 원장(62)이 16일 한 손에 바리캉을 들고 정태율군(10)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정군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
정군은 태어나서 한 번도 미용실에 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정군의 아버지가 직접 아이의 머리를 깎았다. 정군에게 미용실은 낯선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머리 깎을 때 늘 썼던 바리캉도 무서워 했다.
정군의 어머니 유 리씨와 안 원장은 아이가 앉을 의자 종류도 바꿔보고, 머리 자를 공간도 바꿔가며 정군을 달랬지만 흥분한 아이를 달래는 건 쉽지 않았다.
정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씨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용실에 가만히 있던 손님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염색약을 바른 한 손님은 정군에게 막대사탕을 쥐어줬다. 또다른 손님도 조심스레 말을 걸며 정군을 응원했다.
약 15분 간 미용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정 군은 테이블 아래에 있던 ‘헤어스타일 스크랩북’을 펼쳐들었다. 다양한 머리모양을 오려붙여 놓은 스크랩북을 한 장 한 장 펼쳐보던 정군이 처음으로 의자에 앉았다.
안 원장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소리나는 바리캉 대신 가위와 빗으로 머리카락을 노련하게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덥수룩했던 정군의 머리는 안 원장의 가위질로 깔끔하게 변했다.
안 원장은 “이 아이 정도면 정말 얌전하다. 쉽게 깎았다”면서 “이렇게 아이도, 나도 적응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일정한 규칙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 오고, 두 번 오다 보면 아이도 여기서 자기가 원하는 지정석이 생기고, 어느새 미용실 오는 게 자연스러워 질 거예요.”
‘안소영 미용실’은 은평구가 지정한 ‘장애인 친화미용실’ 제1호점이다.
은평구는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공모사업을 통해 마련한 예산으로 관내에 9개의 장애인 친화미용실을 지정했다. 장애인들은 예약 후 장애인복지카드 등을 갖고 오면 최대 1만5000원까지 비용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미용실에는 경사로와 자동문이 설치돼 있다.
이곳이 장애인 친화미용실로 지정된 것은 올해 5월부터지만, 그가 장애인들의 머리를 다듬어준 세월은 더 오래다.
“1986년에 홍제동에 미용실을 운영하다가 1990년 2월에 이곳으로 왔어요. 주변에 서부장애인복지관, 천사원, 은평대영학교가 다 몰려있어요. 그러니 장애인 손님들도 꽤 왔죠. 제 입장에서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그저 머리를 해주면 되는 거니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본 적은 없어요.”
안 원장은 “다른 비장애분들보다 머리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 외에 장애인의 머리를 하는 데 있어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가끔은 5분이면 끝날 커트를 몇 십 분씩 걸려 잘라야 할 때도 있지만 그는 “나도 벌 만큼 벌었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함께하던 미용사들을 독립시켰는데 (장애인 미용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뭐 어떻느냐”고 했다.
안 원장은 이번 장애인 친화미용실 지정이 반갑다고 했다. “전에는 여기에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 타시는 분들은 오기 힘들었거든요. 이젠 그분들도 편히 올 수 있으니 마음의 짐을 덜었죠.”
2년 간 중단됐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 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재개된다.
청주시는 오송역세권 지구 도시개발사업(71만2796㎡) 공사가 재개된다고 16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19년 착공해 32%의 공정을 보이다가 2023년 7월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으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고 오송역 주변의 체계적인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청주시는 중재에 나섰다. 우선 조합 내부 분쟁의 핵심이었던 특별계획구역 용도변경 안건(유통상업→일반상업)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부결시키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 지난해 11월 새로 선출된 조합 집행부와 월 2회 정기적인 업무협의회를 개최하며 사업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조합은 신임 조합장을 선출한 데 이어 지난 6월 참여의향서 접수부터 입찰서 접수 등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오송 역세권 개발사업은 오송읍 일원 71만2796㎡ 부지에 공동주택 2228세대와 단독주택 1019세대를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공사가 선정되고 계약이 이뤄지면 재착공할 예정”이라며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