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변호사 나이 들면서 지난 일들이 앞날을 대신해 거칠게 들어선다. 과거가 떠오르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특히나 죽은 이들이 지속해서 출몰한다. 그 존재를 결코 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극적인 사건이다. 죽음에 대한 경험은 작가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그것은 미술 속에서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은 아직 이 부분에 취약한 형편이다. 대부분 미술을 죽음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긴다. 개별적으로는 삶과 죽음에 대해 매일 생각할 것이고 더불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죽음과 맞닥뜨리면서도 정작 그 문제에 대해 우리 작가들은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해왔다. 오늘날은 오로지 삶에만, 살아 있는 몸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죽음과 영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죽음은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철저하게 타자화돼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삶 속에서 부단히 직접적으로 죽음과 마주치는 훈련이다. 미술 속에서 재현된 죽음을 접하는 일은 그런 의미 있는 훈련이 되어준다. 우리는 늘 지속적으로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은 삶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일이자 의미 있는 삶의 추구일 것이다.
지금 광양에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여수순천십일구사건(여순사건)’을 다룬 강종열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그 현장에서 살아남아 잔인한 학살에 대한 기억을 구전하던 어머니의 음성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한다. 그 기억의 힘으로 그린 이 그림들은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의식과도 같이 진행된다. 역사는 이렇게 기억의 힘 덕분에 망실되지 않는다.
죽음의 현장을 보여주는 음화와도 같은 그의 그림들은 내내 사방을 검게 물들이면서 사람의 감정을 오래도록 침전시키는 그 무엇으로 배회한다. 특히 80여점의 목탄화는 어머니에 의해 구전된 이야기나 일부 사진 자료에 기반해 그린 것들이다. 아마도 그는 이 작업을 하면서 1948년 10월 그 현장의 잔혹하고 혐오스러운 장면을 홀로 목격하고 돌아온 사람처럼 몰입한 듯하다. 망자와 그 망자를 바라보며 통곡하던 이들에게 빙의돼 그린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작가는 상당히 힘겹게 작업을 이어나갔다고 내게 말한다. 이 그림이 단지 그 역사적 상흔을 기록하고 묘사하는 데서 벗어나 무의미하게 죽어간, 황망하게 학살된 넋들에 대한 초혼 의식에 더 방점이 놓여 있기에 그런 것 같다.
당시 지역주민 약 1만명이 한국 군대와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다. 끔찍한 여순사건이 지난 후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먼저 ‘반공 국민’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빨갱이로 몰려 학살된다. 빨갱이여서가 아니라 빨갱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빨갱이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여순사건의 중요성이 자리한다. 여전히 우리 역사는 여순사건이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중음신(中陰神)이 되어 유랑한다.
강종열의 그림이 이 모든 여순사건의 내용과 실상을 죄다 담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림은 문자나 사진보다도, 그토록 어처구니없는 비극과 참담함을 정서적으로 환기하거나 상상하게 하는 데 있어 강력한 주술적인 힘을 지닌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단지 여순사건의 비극을 기록·재현·환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인 화해와 더불어 터무니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모든 양민의 혼을 위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한 작가에 의해 당시의 죽음이 사라지지 않고 기억되고 기록돼 우리에게 왔다.
잠든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 국적 아내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전경호 부장판사)는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5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26일 자정쯤 충남 아산에 있는 시댁 거실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 B씨(59)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소란을 듣고 거실로 나온 시어머니를 향해서도 “아들과 똑같은 사람이다”라며 흉기를 휘두른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들은 5~10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A씨는 17년간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B씨의 잦은 외도와 폭행, 채무 관계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대화나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해결하지 않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살해하려 한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이 반인륜적일 뿐만 아니라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경기회복과 미래 먹거리 투자 지원을 위해 총 4956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올해 두 번째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날 내수진작·지역경제 활성화,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수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3개 분야에 총 4956억원의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내수진작·지역경제 활성화 분야에선 먼저 TV, 에어컨 등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한 경우 구매가의 10%를 지원하기 위해 3261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전 국민이 대상으로, 개인별 30만원 한도로 환급받게 한다는 것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어려움을 겪는 업종이 밀집된 산업위기지역에 대해 37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도 신설한다. 이 지역에 있는 기업에 이차보전 지원, 기술고도화, 사업화, 컨설팅 등 기업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전시회 지원에 43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AI·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분야에선 산업 AI 솔루션 실증·확산지원 사업에 128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업종별 산업 AI 성공사례를 만들어 산업 AI 생태계 조성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또 AI와 로봇 기반의 의약품 자율제조 시스템 개발에도 22억원을 신규로 편성했다.
기후위기 대응에도 1118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주택·건물의 태양광 보급 예산을 확대하고, 태양광 생산과 시설자금에 대한 융자도 늘려 재생에너지 확산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차세대 태양전지 실증사업 연구·개발(R&D)에도 10억원을 늘리고,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 100억원을 추가 지원해 에너지산업 인재도 양성한다.
수출 경쟁력 강화 분야에선 먼저 국내 전력 기자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생산설비 확충, 신제품 개발·실증 등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도록 15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AI 등 전 세계적 첨단산업 분야의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선류, 변압기 등 전력 기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다.
또 뷰티·식품·생활용품·팬상품 등 한국 문화와 관련된 소비재의 해외 진출 지원에도 24억원을 배정했다. 추가 확보된 예산으로 이번해 11월 개최 예정인 ‘뉴욕 한류박람회’ 참여기업을 확대하고, 또 다른 지역의 한류박람회도 추가로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바이어 초청 확대와 국내 기업으로 구성된 무역사절단 파견 횟수도 확대하는 데 27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추경안이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는 대로 이를 조속히 집행하고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