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진행방법 남영동 대공분실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 위치했지만, 잔혹한 고문이 벌어졌던 비일상의 공간이었다. 지금도 철길과 주변 건물 탓에 알아채기 어려운 이 곳이 지난 10일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공식 개관했다.
이 7층짜리 검은 벽돌 건물은 지난 12일 저녁 미디어 파사드로 변했다. 반복적인 파동으로 시작된 움직임이 하나둘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기념관 마당에서 건물을 마주한 시민들에게로 걸어왔다. 개관 기념 무용 공연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의 프롤로그, 역사의 아픈 기억을 넘어 ‘살아있는 민주주의 무대’가 되려하는 대공분실 내부로의 초대였다.
검은 벽돌은 ‘공간 사옥’으로 대표되는 김수근 건축의 조형적 특징이다.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은 ‘탱크 굴러가는 소리가 나던’ 두꺼운 철문과, ‘방향 감각을 잃게 하는’ 나선형 계단이 가져다 준 공포를 증언했다. 일반 건물보다 좁은 복도와 천장고 역시 김수근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고문 공장’이었던 대공분실과 어우러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날 공연은 이러한 대공분실 공간 자체를 무대로 삼았다. 조로 나뉜 관객들은 건물을 오르내리며 조사실, 회의실, 복도 등 5개 공간에서 이 곳에 얽힌 기억들을 몸의 언어로 풀어내는 무용수들과 맞닥뜨렸다.
그 중 바깥에서 봤을 때 좁은 직사각 창문만 배열된 5층에는 15개의 조사실이 있었다. 이 곳 515호는 1985년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었던 김근태 전 의원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고문을 당했던 공간. 이 무대에 붙여진 표제는 ‘어느 날개의 기억’이다. 천장에는 잿빛 새 모형이 걸렸고, 그 아래에서 여성 무용수는 깊은 호흡으로 담담한 몸짓을 이어갔다. 무용수의 허공을 바라보는 처연한 시선은 아득한 절망감 그리고 자유의지 같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관객들은 무용수 주변에 둘러서서 근육의 움직임, 몸짓에서 나는 소리와 호흡을 생생하게 느꼈다. 몸짓이 펼쳐지는 조사실 내부에 주홍빛 타일이 매끈하게 마감된 화장실이나 연행자 전용 입구였다는 건물 후면 출입문의 유려한 곡선은 기이하게도 아름다웠다. 당대 최고 건축가의 미감이 녹아있는 잔혹한 고문 공간이라는 중첩된 역사의 층위를 느끼며 관객들은 나선형 계단을 돌아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안무가 최상철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서사적 주체’이자 내러티브의 축으로 삼아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신체 언어와 컨템포러리 댄스 어법으로 풀어내는 장소특정형 공연”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달 말 개관에 앞서 공연된 연극 <미궁의 설계자>도 극중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 공간인 대공분실에서 펼쳐졌다. 이 공간의 설계자인 김수근의 책임을 묻는 내용인데, 이 역시 관객이동형 장소특정 연극으로 선보였다.
두 공연 모두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큰 장소를 관객들이 경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화 운동에서 떠올리게 되는 민중미술의 이미지나 살풀이춤과 같은 고정관념을 넘어 현대적인 공연으로 풀어낸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김남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기획팀장은 “40여년 전 민주화 운동을 현재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해외에서 흥행한 관객 몰입형(이머시브) 연극 <슬립 노 모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작품은 관객들이 호텔 방을 오가며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데, 기념관으로 새로 출발하는 대공분실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시민들이 감각하는데 알맞은 접근이었던 셈이다. 무용 공연을 시작하며 검은 벽돌 건물에 빛을 쏴 미디어 파사드로 변모시킨 것도 멈춰있던 건물을 살아 숨쉬게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공연 신청은 20~40대가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 관객도 있었다.
기념관은 ‘시민들이 찾아오게 하는 공간’을 목표로 향후 공연과 전시의 방향을 가다듬고 있다. 고문피해자였던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저자 유동우씨는 공연에 앞서 이러한 바람을 전했다. “역사는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죠. 이 역사가 어떤 역사였는지 묻고, 어떻게 할지 해답을 얻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K그룹이 선대 최종현 회장의 육성을 들으며 SK텔레콤 해킹사태 등에 대해 ‘자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약 40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하는 등 SK텔레콤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이미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SK그룹은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경기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그룹사 CEO 등 2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철저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15일 밝혔다.
SK그룹에 따르면 이날 SK 경영진은 “신뢰받는 SK를 위한 재도약의 출발점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이는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의 신뢰를 얻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데 공감했다. 또 “운영의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하는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 진단하고 “고객 신뢰는 SK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인 만큼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본질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결의했다.
참석자들은 선대 최종현 회장의 육성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지난 4월2일 SK 측은 고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육성 등 기록물을 디지털화한 ‘선경실록’을 완성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모여 자성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해킹 사태’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핵심 서버가 고도화된 악성서버에 뚫린 해킹 사태 자체도 신뢰를 꺾은 요인이었지만, 해킹 뒤 45시간이 지난 이후의 늑장 신고, 가입자에 대한 뒤늦은 개별 문자안내, 소비자가 직접 유심을 교체해야 하는 등 소극적 대책이 논란이 됐다.
SK텔레콤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고객신뢰 위원회’를 출범해 신뢰 회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미 대규모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불거질 조짐이다.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 주가 역시 곤두박질쳐 KT에 ‘통신 대장주’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