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의 해남 땅끝마을. 따지고 보면 모든 지면은 다 땅의 끝이다. 미끄러운 그 위에서 아슬아슬 살아가는 중이다. 다리가 많다고 안전할까. 그건 또한 아니라서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만 나고, 아차 하다가 넘어지는 빌미가 된다. 외려 지상에서는 다리가 적을수록 더 튼튼하지 않은가. 다리가 하나뿐인 나무들을 보라. 제자리를 찾았고 뿌리를 얻었다. 그 어떤 방황이나 주저도 없이 근원을 향하여 공중을 걸어가는 자세.두 개의 떡잎 같은 발바닥에 의지해 겨우 사는 것도 대단한 존재들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최근의 사정은 더욱 그러하였다. 지난겨울을 이기고 여기까지 오도록 우리 공동체를 위한 정성은 실로 각별한 것이었다. 어떻게 일어서고,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가꿀 공화국인가.이젠 불각시에 쓰러질 수도 있을 나이. 이 토말(土末)에 또 설 날이 있을까. 늦은 밤 투숙한 땅끝마을 모텔. 밤의 끝, 생의 한 둘레를 만진 듯 꿈에서 깨어나 첫 배 타러...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폭격한 뒤 양국의 충돌이 이틀째 격렬히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이 핵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의 대화가 무의미해졌다고 밝혔다.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협상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란과 미국은 핵 개발 중단과 경제제재 해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해왔다. 양국이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 개발 허용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추가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앞세워 대규모 보복 공습을 개시하자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자국 군사자산을 동원해 지원했다.미국과 이란은 당초 오는 15일 오만에서 6차 ...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죄지은 사람처럼 움츠러든다. 먹는 일은 즐거워도 지지고 볶고 수챗구멍 닦는 일까지는 고역이다. 하물며 적게는 100명, 많게는 수천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학교급식 현장의 신역은 얼마나 고되겠는가. 기피 업종이 되어버린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고충에 잔반 처리도 한몫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의 불쾌감도 있겠으나 멀쩡한 음식을 버릴 때 마음도 무겁다. 손은 많이 가건만 학생들이 젓가락을 잘 대지 않는 나물 반찬이나 생선 요리가 종종 그렇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메뉴에서 빼어버릇하면 학교급식의 의의는 흩어진다. 학교급식은 고른 영양을 기본으로 밥, 국, 반찬 등 전통식의 골격을 갖추고 음식 경험을 넓히는 교육 행위이기 때문이다. 수학 싫다고 수학 과목을 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단체급식에는 배식대에 올라가지 않는 미배식 잔식, 즉 예비식이 있다. 밥 모자라면 라면 먹자는 집밥과 학교급식의 운영 원리는 다르다. 급식 인원에 맞춰 식재료를 발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