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검사출신변호사 #“내가 허가한다니까! 빨리 시행해!”
각종 의료 장치가 붙은 특수 침대에 누운 환자의 얼굴은 창백하다. 호흡은 물론 심장 박동도 감지되지 않는다. 태양계를 한참 벗어나 장거리 이동 중인 우주선 안에서 응급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주선 승객인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 분)은 연인이자 또 다른 승객인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 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각종 인증 절차를 건너뛴 채 특수 침대를 운영하는 인공지능(AI)에 즉각 처치를 다급히 명령한다.
특수 침대에서는 기계 팔이 허공을 휘저으며 산소 투여, 제세동과 함께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한다. 각종 처치가 모두 끝나고 흐르는 잠깐의 정적, 그리고 기적처럼 프레스턴이 서서히 눈을 뜬다. 2017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패신저스>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미래 우주선에서 제공될 첨단 의료 혜택을 상상을 곁들여 묘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주에 나가 있는 인류, 즉 지구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수개월씩 머물며 과학실험을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에게 심장마비 같은 재앙이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과학계가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답이 기존 상식과는 크게 다르다.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응급 구조 지침에는 ISS에 거주하는 우주비행사 가운데 누군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면 동료들이 즉시 달려들어 CPR을 시행하게 돼 있다. 두 손을 겹쳐 팔을 곧게 뻗은 뒤 환자 가슴을 반복적으로 강하게 누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지구와 다르지 않은 대처법이다.
그런데 구조 지침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심장마비 환자 가슴을 압박할 때 CPR 시행자는 ISS 내부 벽을 다리로 강하게 밀라는 것이다. 몸을 고정하기 위한 지지대로 다리를 활용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희한한 자세를 만들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ISS에서는 CPR 시행자와 심장마비 환자 모두 무중력 영향으로 몸이 둥둥 뜨기 때문에 지구와 달리 환자 가슴을 세게 누르기가 쉽지 않다. 심장을 누르는 압력을 조금이라도 더 생성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최근 프랑스 우주국과 로렌대 연구진은 유럽심장학회(ESC) 공식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방식의 CPR이 정말 우주에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증 방법은 참신했다. 프랑스 우주국은 자신들이 연구용으로 개조한 여객기를 이륙시킨 뒤 공중에서 반복적으로 급강하시켜 기내에서 무중력을 구현했다. 그러고는 비행기 내부에서 의료용 마네킹을 상대로 CPR을 시행했다.
CPR 때 의료계가 권장하는 가슴 압박 깊이는 50~60㎜이다. 프랑스 우주국 실험 결과, 무중력이 지배하는 비행기에서 사람 손과 팔로 CPR을 했더니 34.5㎜밖에 누르지 못했다. 심장마비 환자를 살리기에는 한참 모자란 깊이다.
반면 기내에서 ‘기계식 자동 압박 장치’를 사용한 결과는 크게 달랐다. 권장 깊이(50~60㎜)에 해당하는 53㎜까지 가슴을 눌렀다. 심장마비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깊이다.
기계식 자동 압박 장치란 사람 손과 팔을 대신하는 로봇이다. 외관은 거대한 머리띠처럼 생겼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마네킹 가슴에 올려 작동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식 자동 압박 장치의 핵심 기능은 일정한 간격과 힘으로 심장마비 환자 가슴을 쿵쿵 내리찧는 ‘절구공이’ 모양 부품에서 나온다. 이 절구공이로 CPR을 정확히 시행하는 것이다.
기계식 자동 압박 장치는 이미 상용화해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의료진이 상반신을 세워 가슴을 압박하기에는 공간이 좁거나 다양한 처치가 한꺼번에 이뤄져야 하는 구급 차량·헬기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미 판매되는 장비이니만큼 지금 당장이라도 우주선에 비치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사실 지금은 젊고 건강해야 우주비행사에 선발되기 때문에 심장마비 발생 확률 자체가 매우 낮기는 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앞으로는 우주 관광 등의 목적으로 지구를 떠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우주로 나가는 일이 일반화하면 우주선 탑승에 필요한 신체 조건도 지금보다 느슨해질 공산이 크다. 노약자도 우주선에 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기계식 자동 압박 장치가 우주선에 꼭 실려야 할 이유가 생긴다. 연구진은 “향후 우주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의료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위기에 처한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해 정부·기업 등이 연합해 2030년 ‘제조 AX(AI 전환) 최강국’을 목표로 한 여정을 시작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서울 중구에서 ‘제조 AX 얼라이언스’(M.AX 얼라이언스)를 공동 출범했다. 2030년까지 제조 AX 관련 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포부로, 국내 주요 1000여개 기업·대학·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제조 현장에 AI 확산을 주도한다.
산업부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제조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기업은 부족하고 제조 기업·AI 기업 간 협력도 미약한 수준”이라며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 수요에 맞는 연구·개발(R&D) 예산, 펀드, 인프라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얼라이언스는 산업 분과별로 AI팩토리, AI제조서비스, AI 유통·물류,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자율운항 선박, AI 가전, AI 방산, AI 바이오, AI 반도체 등 총 10개로 구성됐다. 각 분과는 업종별 대표 제조기업과 AI 전문기업, 부품·소재 기업,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AI 모델과 AI가 탑재된 제품·서비스를 개발한다.
정부는 얼라이언스 활동 지원을 위해 올해 산업부 AI 관련 예산을 얼라이언스 주요 프로젝트에 최대한 배정할 계획이다. 내년도 산업부 AI 관련 예산도 올해(5651억원)의 두 배 이상인 1조1347억원으로 늘렸고 내년도 예산 편성 시에도 얼라이언스 제안 과제를 최우선 반영할 방침이다. 또 국민성장펀드 등 민관 펀드를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정부는 AI 테스트베드와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등 AI 기반시설도 지원한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국가 AI 컴퓨팅센터와도 연계해 기업들의 R&D 환경을 강화한다. 아울러 AI 모델 개발과 AI 적용 제품·서비스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개선하고, 산업인공지능전환촉진법(가칭)을 제정해 얼라이언스 활동 지원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출범식에서 “1000개가 넘는 대표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제조 AX가 기업 생존의 문제라는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라며 “우리 제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해 2030년까지 제조 AX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