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음주운전변호사 이병헌이 한국 배우 최초로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특별공로상을 받으며 “한국 문화가 거둔 자랑스러운 성과와 발전에 대한 인정으로 생각하고 겸허히 받겠다”고 말했다.
11일 토론토영화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병헌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이 영화제 특별공로상인 ‘TIFF 트리뷰트 어워즈’를 수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병헌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히카리 감독, 배우 조디 포스터와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은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토론토영화제에 함께 초청된 박찬욱 감독이 했다.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이 영화제의 갈라 프리미어 초청작으로 상영됐다. 지난 9~10일에는 박 감독과 이병헌이 참석하는 질의응답 세션도 열렸다.
영화를 제작·배급한 CJ ENM 측에 따르면, 이병헌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에서 열광적인 반응이 터져 나와 마음이 벅찼다”며 “관객들의 디테일한 감상에 놀랐고, 영화를 향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너무 미묘해서 처음 본 관객을 매치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울고 웃고 해주셔서 너무나 뿌듯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돼 오는 17일 아시아에 처음 공개된다. 국내 극장가 개봉일은 오는 24일이다.
소수의 악인이 세상을 망치는 걸까? 맥스 베이저먼은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미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범이 되어주는 평범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범’이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행위에 가담하거나 적어도 지지하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공범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사태’는 제약회사 퍼듀 파마로부터 촉발됐다. 퍼듀 파마는 옥시콘틴이라는 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했는데, 이 약의 오남용 가능성이나 중독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모른 체하고 허위 판촉을 계속했다.
하지만 옥시콘틴이 잘 팔리면서 그만큼 수익을 얻은 일부 의사, 약국, 유통회사도 책임이 있다. 이들은 처방이나 유통 과정에서 중독 및 오남용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고의로 무시하거나, 당국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 저자는 이들을 ‘공모자’라고 칭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범’만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공모의 유형을 여러 갈래로 나눠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미투’ 운동을 일으킨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는 수십년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거물 제작자인 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더구나 와인스틴은 자신에게 맞서는 직원을 협박하거나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렇듯 두려움은 공모의 동기가 되고, 권위에 대한 복종이 곧 공모와 같은 말이 될 수 있다.
공모는 행위가 아닌 무위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예방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는 것도 악행에 대한 공모다. 저자는 “침묵도 일종의 행위”라고 강조한다.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누구나 부당한 일에 연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러한 일을 예방하기 위해 명백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리더는 조직 내 다양성을 증대하고 윤리적인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14일 오전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서 간조로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양끝이 뾰족한 바나나 모양의 검은 형체가 하나둘 모래톱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래톱 주변을 헤엄치다 물 위로 올라와 배를 뒤집고 눕기도 했다. 이 동물의 정체는 국내에서 서식하는 유일한 해양기각류인 점박이물범이다.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 권경숙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장, 시민 10여명과 함께 점박이물범을 관찰하기 위해 가로림만을 찾았다.
시민들은 물이 빠져나간 뒤 가로림만에 위치한 옥도로 향했다. 옥도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바다 건너 우도와 소우도가 보인다. 바닷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우도 앞쪽으로 모래톱이 드러나자 점박이물범들이 누워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물범들은 배를 튕겨 자리를 조금씩 옮기거나 몸을 뒤집어 하얀 배를 보였다. 물개, 바다사자와 달리 물범은 앞지느러미에 힘이 없어 뒷지느러미와 몸통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간다. 처음엔 두세마리만 보였지만 물에서 헤엄치던 개체들까지 모래톱 위로 올라가 무리 옆에 누웠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범은 30여분마다 물가로 올라와 쉬면서 햇볕에 털을 말린다. 이날 발견한 점박이물범은 모두 6마리다. 물범들은 배가 가까이 지나가거나 하면 놀라서 바다로 뛰어들었다가도 금세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점박이물범은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II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한국에서는 인천 백령도와 이곳에서만 관찰된다. 백령도에서는 약 300마리, 가로림만에는 10여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점박이물범 서식지로서 국내 최초의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로림만은 국내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물범들은 4~11월쯤 이곳에 머물다가 중국 랴오둥만 유빙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유빙 감소, 해안가 개발, 환경오염, 남획 등으로 번식지 생태계가 교란되자 최근에는 백령도 등에서도 새끼를 낳는 것으로 추정된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서해에 8000여마리가 살았지만 최근에는 1000마리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2006년부터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던 가로림만의 개발이 백지화되고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에는 점박이물범의 역할이 컸다.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국책연구기관과 지자체 등이 물범 서식지 훼손 등을 이유로 평가를 반려했다. 권경숙 센터장은 “만조 때 바다가 됐다 간조 때 벌판이 되는 갯벌은 개발 시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간척의 대상이 됐다. 서해안에서만 갯벌 3분의 1이 사라졌다”며 “해양보호생물인 점박이물범이 이곳에 머무른다는 점에 덕분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무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로림만에서는 점박이물범뿐 아니라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 등 다양한 해양보호생물이 살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달랑게, 발콩게, 칠게, 엽낭게, 방게 등도 가까이서 관찰했다. 국제적 보호조류이자 여름 철새인 저어새도 세 마리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