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폰테크 내란·김건희·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들이 본격적인 수사를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내란·김건희 특검은 17일 특검보 후보자 추천과 사무실 물색 작업을 마무리했고, 채 상병 특검도 준비를 거의 마쳤다. 내란 특검 파견검사들은 이날부터 사실상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은 이날 “특검보 임명을 위해 후보자 8명의 임명요청안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차장검사를 지낸 허상구·박지영 변호사를 특검보 후보자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특검은 임명 요청 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검찰 출신 박억수·김형수 변호사와 윤태윤 변호사를 특검보 후보자로 추천받았고, 이 중 박·김 변호사도 후보자에 넣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8명 중 6명을 특검보로 임명한다.
조 특검은 전날 대검찰청에 차장·부장검사 9명 파견을 요청했다. 12·3 불법계엄 직후부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실무를 지휘한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등 파견검사들은 즉시 특검팀에 합류했다. 앞서 조 특검은 보안과 최대 267명의 수용 여력을 고려해 서초동 서울고검에 장소 협조를 요청했다. 현재 사무실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서울고검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차려진 곳이다. 조 특검은 서울동부지검 사무실을 임시로 사용 중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서울 광화문에 사무실을 꾸리기로 했다. 민 특검은 기획재정부에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 빌딩 입주와 관련해 국유재산사용승인 신청서를 냈다. 이 건물은 최근 리모델링을 해 공실이 많아 수사 보안을 유지하기 쉽고, 접근성도 좋아 선정했다고 한다.
민 특검은 전날 부장판사 출신인 문홍주 변호사와 검찰 출신 김형근·박상진·오정희 변호사 등 8명을 특검보 후보자로 임명 요청했다. 이 중 4명이 특검보로 임명된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사건을 맡고 있는 검경 수사팀 인력부터 파견받겠다고 밝혔다. 변호사 특별수사관 채용을 위해 변협에 공고를 내기로 했다.
민 특검은 기자들과 만나 “수사 대상과 범위가 상당히 넓어 수사팀이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도 “(김 여사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은 이날 중 특검보 후보자 8명에 대해 임명 요청을 할 계획이었으나, 오후까지 내부 인선 작업을 진행했다. 특검보 후보자에는 군 법무관 출신 류관석 변호사와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이상윤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검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공수처·군검찰 등 인력 파견 요청은) 특검보를 선정한 다음에 상의해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 사무실은 서초동 한 건물에 마련될 것이 유력하다.
한편 12·3 불법계엄과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인력 파견 등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오 처장은 “내란 특검과 관련해 공수처에서 방첩사령부 관련 수사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으니 그 인력을 중심으로 특검에 파견해 수사가 연속성을 갖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채 상병 사건도 (사건을) 맡은 수사진을 중심으로 (특검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했다. 각 특검법에 따라 공수처는 내란 특검에 3명 이상, 김건희 특검에 1명 이상, 채 상병 특검에는 6명 이상의 검사 등 파견 공무원을 보내게 돼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혐의를 재수사하는 서울고검이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 김 여사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 수백개를 확보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기소했다.
17일 취재 결과 서울고검은 지난 4월25일 재수사에 착수한 뒤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해 김 여사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던 증권사 직원과 김 여사가 통화한 내용이 담겼다. 여기엔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이뤄진 통화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조작에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 계좌가 이용된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검찰은 파일 분석 결과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이 통화에서 ‘계좌 관리자 측에 일정 수익을 줘야 한다’ ‘계좌 관리자 측이 수익금 배분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2차 작전 시기 주포였던 김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이런 내용을 물었다고 한다.
또 검찰은 과거 수사 때 블랙펄인베스트를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김건희’란 이름의 엑셀 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블랙펄 전 직원 이모씨도 조사했다. 이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계좌 인출 내역과 잔액 등이 정리돼 있었지만 김 여사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통화 녹음 중에는 김 여사가 해당 파일 내용과 일치하는 수치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블랙펄 측이 김 여사에게 당시 거래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도 이를 인정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이 4년6개월 동안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서울고검이 두 달도 되지 않아 확보하면서 앞선 수사가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