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1위 정동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24일 “통일부 명칭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과 ‘민족’ 지우기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북한과 대화의 활로를 트기 위해 부서 명칭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바탕 위에서 통일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일부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부처명에서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통일’을 빼자는 주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는 1960년대 독일의 빌리 브란트 정부가 ‘전독부’를 ‘내독부’로 바꾼 것을 언급하며 “우리말로 하면 전독부는 ‘통일부’, 내독부는 ‘동서독관계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마차에 해당하고, ‘평화’는 말에 해당한다”며 “말이 앞에 가야 마차를 끌 수 있다. 일단 평화를 정착하는 게 5000만 국민의 지상명령”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또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내 남북 교류·협력 조직이 대폭 축소된 것에 대해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부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정 내정자는 “남북 연락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 신뢰는 소통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 시절이고 윤석열 정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며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북·미 회담을 지지한다”며 “우리로선 그것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1기 때 북·미 정상이 3차례 만난 것을 언급하며 “그 연장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고,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일본과 관계에 대해 “일본도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물밑 대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북문제를 포함해 협력해야 할 분야와 의제들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관계에 대해서는 2차 북핵 위기를 해결 방향으로 이끈 2005년 9·19 남북공동선언 당시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재 역할을 성공적으로 했다”며 “앞으로도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특사’로 활동할 계획에 대해서는 “청문회 끝나고 차근차근 방법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으로 내정된 전날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대통령이 되시면 저를 꼭 한반도 평화 특사로 보내주시라고 했고 (대통령이)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정 내정자는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송환하는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숙고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에서 70대 남성이 운행 중인 화물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남원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3일 오전 11시 32분쯤 남원시 주생면 철로에서 A씨(70대)가 주행 중이던 화물열차와 부딪혀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경남에 거주하는 A씨는 철로 인근 울타리를 넘어 선로 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열차는 주생역에서 남원역으로 향하던 상행 화물열차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고 이후 상행선 운행을 일시 중단하고, 하행선을 활용해 열차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동선과 선로 진입 경위,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소 두 마리가 싸움을 거부하며 울타리 쪽으로 달렸다. 소 주인과 조교사들이 코뚜레에 연결된 ‘살코줄’을 힘껏 끌어당기며 두 마리가 가깝게 붙도록 유도했다. 결국 싸움이 시작됐다. 소들이 서로 부딪히며 이마와 뿔 주위, 귀에 상처가 났다. 소가 피범벅이 돼도 경기는 멈추지 않았다. 한쪽 소가 도망치며 경기가 끝나자 몇몇 관객은 수십만원의 현금을 주고 받았다. 소들은 침을 흘리거나 거칠게 입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이긴 소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경기에 투입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북 청도군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 소싸움대회에서 131 경기를 보며 마주한 장면들이다. 단체들은 소싸움 경기, 싸움소 농가 조사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를 26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소 싸움은 소의 생애 전반에 걸쳐 반복적인 고통을 주는 동물학대”라며 “소 싸움 관련 조례를 폐기하고 예산집행 근거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은 제10조 제2항에서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민속경기’는 예외로 남겨뒀다. 이 때문에 투견, 투계와 달리 소싸움은 곳곳에서 공공연히 행해진다. “소싸움을 활성화하고 농촌지역 개발과 축산 발전을 촉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소싸움법)’도 지자체 소싸움대회 운영의 근거가 된다.
경북 청도에서는 매주 주말 상설경기를 운영한다. 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전북 정읍·완주, 경남 진주·창원·김해·함안·의령·창녕 등 11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민속대회에서 8강 이상 성적을 거둬야 한다. 동물학대 비판이 이어지면서 올해 민속대회를 개최하는 지역은 6곳으로 축소됐다.
소 싸움은 자연스럽게 시작되지 않는다. 소가 상대 소에게 겁을 먹거나 싸움을 원치 않아 경기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고서에 기록된 131번의 경기 중 소가 싸움을 피한 경우는 54번(41.2%)에 달했다.
싸움을 붙이기 위해 소를 훈련하는 조교사나 소 주인이 의도적으로 살코줄을 잡아당겨 서로 싸움을 붙인다. 힘을 사용해 소를 강제로 끌다 보니 살코가 연결된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출혈이 발생해도 소독이나 응급 처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기 중에는 소들 간 격렬한 충돌로 출혈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상 진행된 77번의 경기 중 48번(62.3%)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소들은 신체 손상 외에도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고함, 줄 당김 등을 당하고 경기 내내 심하게 긴장하고 흥분한 소들이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침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입을 벌린 채 거친 호흡을 반복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민속대회는 승리한 소가 여러 차례 경기에 연속 출전을 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출혈이 있어도 별다른 조치 없이 다음 경기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충분한 회복 시간조차 없이 반복적으로 경기에 내몰려 장시간 고통에 노출되는 상황은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지적했다.
소들이 사육 농가에서 훈련받는 과정에서 타이어 끌기 등 비자연적 훈련을 받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채찍질을 당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소는 채찍질하는 주인 앞에서 몸을 움찔거리거나 뒷걸음질 치는 방어적 반응을 보였다.
대회장으로의 반복적인 이동 과정도 소들에겐 위협이다. 보고서는 싸움소들이 주로 1t 트럭 뒤에 실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데, 코뚜레가 짧은 밧줄로 연결돼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록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운송할 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차량 측면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동물이 서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지만 규정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
소들은 청도 상설경기의 경우 경기 하루 전, 지역 민속대회의 경우 경기 2~3일 전 경기장 내부 ‘계류장’이라는 우리에 입소했다. 계류장에서 소들은 코뚜레에 연결된 여러 개 짧은 밧줄로 금속 기둥에 묶였다. 제대로 앉거나 눕지 못하도록 묶인 경우도 있었다. 콘크리트 재질의 바닥으로 된 좁은 계류장에서 24시간 이상 대기하는 동안 소들은 스트레스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바닥을 지속적으로 핥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단체들은 “소싸움대회는 투견, 투계와 다르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동물학대지만 법적 예외조항으로 국가와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까지 받고 있다”며 “민속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구조화된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등록된 싸움소는 610마리다. 싸움소 육성 농가는 328곳으로, 경남과 경북이 각각 173곳, 114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체들은 대구, 창녕, 창원, 의령 네 곳의 민속대회 현장에서 불법 도박 정황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전통소싸움법은 청도 상설경기장에서의 ‘우권 구매’를 제외하고는 소싸움대회에서의 사행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단체들은 경기 직후 남성들이 수십 만원의 현금을 서로 주고받는 모습을 포착했다. 행사 관계자와 소 주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거래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단체들은 폭력적인 소 싸움 장면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연세대 교육연구소의 전가일 박사는 “사람들이 강제로 동물 간에 충돌을 유발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경험이 유아 및 청소년에게 인지적 혼란을 유발하거나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정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8년 투우의 유해성을 근거로 아동 관람을 제한할 것을 스페인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청도공영공사는 지난 5월 ‘어린이 싸움소 관람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동물해방물결은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도록 학습시키는 심각한 교육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