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폰테크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와 오찬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8일 만이다. 의제를 정하지 않은 상견례 성격의 자리였지만 1시간45분간 국정 현안을 두고 격의 없는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모두발언에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추경 편성, 사법부 독립 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된 입법은 하지 않을 것, 재임 중 재판 진행 여부는 사법부 판단에 맡길 것, 임기 중 재판 중단 시 퇴임 후 재판받을 것을 약속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런 분이 총리가 된다면 여야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심사숙고하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문제와 관련해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가족 신상을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능력 있는 이들이 입각을 꺼린다면서 국정운영 역량 검증과 도덕성 검증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당 입장에 공감한다고 했다. 자신의 재판 문제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체로 원론적인 답변을 한 셈이다.
이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는 무엇보다 국익이 걸린 외교·안보에서 협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전하면서 “대외 문제에 관한 건 잘 조율해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도 “여·야·정이 지혜를 모아 외교·안보·통상에서 국익을 실현하는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했다. 지금 같은 국제질서 격변기에 정치 지도자들이 응당 보여야 할 자세이다.
전임 윤석열 정부 3년간 대통령과 야당의 대화는 완전히 끊어졌다. 대통령은 야당을 적대시했고, 그런 인식이 비상계엄으로 표출됐다. 윤석열 탄핵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 협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주 소통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의견 차이가 없을 순 없으나 국익과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꾸준히 소통하며 공통점을 찾아 협치 기반을 넓혀가야 한다.
이란이 23일(현지시간)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격한 것을 두고 미군의 핵 시설 폭격에 대한 제한된 수준의 보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체면치레를 위해 반격은 해야 하지만 확전과 장기전은 부담스러웠던 이란이 사실상 긴장 완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중동에 있는 미국 테러리스트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 보복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 14기는 전날 미국의 B-2 전략폭격기가 이란 포르도, 나탄즈 핵 시설에 투하한 벙커버스터 개수와 같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란은 체면치레를 위해 역내 미 공군의 주요 작전 거점으로 꼽히는 알우데이드 기지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는 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를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지역 본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약 1만명이 주둔하며 패트리엇 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첨단 방공망으로 중무장해있다. 미국은 201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공격하기 위해 전투기를 배치하면서 이 기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동 순방길에 이곳을 방문해 연설하기도 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 카타르에 미군기지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지난 19일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내 항공기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번 공격에서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란은 공격 후 미국과 카타르를 향해 각각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 “형제와 같은 이웃 카타르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 등 확전 자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보복 공격 개시 후 엑스에 “우리는 누구의 침략도 용납할 수 없으며 누구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역시 이란 당국자들에겐 미국과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공격 수위를 조절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1989년 집권 이후 신정일치 체제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해왔으나 이번 국면에서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메네이 암살 및 정권 교체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카타르 공습이 “대미 전면전의 서막이라기보단 이란의 체면을 세우려는 조치”(NYT) “이란에 필요했던 상징적인 무력시위”(알자지라)라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 미국 정부에서 중동 특사를 지낸 데니스 로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휴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전쟁도 끝나게 될 것”이라며 “이란은 가까운 시일 내에 행동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이란은 과거에도 이번과 비슷한 약속대련식 공격 주고받기로 긴장 해소에 나선 적이 있다. 2020년 트럼프 1기 정부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하자 이란은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때도 이란은 이라크에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려 미군이 피해를 보지 않게끔 했고 미국은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넘어갔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23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올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9.64포인트(0.98%) 내린 2992.20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2970대까지 떨어졌지만 점차 낙폭을 줄여 현재 3000선 부근에서 거래 중이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에도 코스피는 전거래일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했지만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3000선 안착을 위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9.4원 오른 1375.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오름폭을 키워 오전 10시29분 20원 가까이 오른 1385.2원을 기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진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가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