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수수료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이란 외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정부가 곧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 및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 측의 회담 제안에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나 J D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란 외무부 내에서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락치 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이란도 외교의 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8일 엑스에 올린 게시물에서도 “불법적이고, 집단학살적이며 점령을 일삼는 이스라엘 정권을 예외로 둔 채 우리는 외교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정부 소속 항공기가 18일 오만에 도착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란 협상단이 미국과 접촉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더워존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의 대통령 전용기와 다른 정부 항공기 2대 등 총 3대의 항공기가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착륙했다. 이들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A321 2대와 A340 1대로, 편명은 각각 JJ25, JJ26, JJ28이다. 항로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는 이들 항공기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중 이란 내 등록 번호가 EP-IGA인 A340 여객기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작년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했을 때 이용한 바 있어 대통령 전용기로 추정된다.
오만은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당시 양국 간 사전 협상이 이뤄지는 등 미국과 이란 사이의 비공식 대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무스카트가 양국 간 물밑 접촉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적 해결 여지를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그들(이란)은 문서(미국과의 핵 협상 합의문)에 서명해야 했다”며 “나는 지금 그들이 ‘(문서에) 서명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교의 문을 닫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란 항공기의 무스카트 방문이 협상과 무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워존은 “이번 항공편이 외교 목적이 아니라면, 분쟁을 피해 고위 인사나 가족들을 대피시키려는 조치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주요 외신 편집장들과 만나 이란, 이스라엘, 미국에 중재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언급하며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해결책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이 매우 위험하며, 충돌 격화는 어느 한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 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충돌이 더욱 격화되면 당사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국가들도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이집트, 오만 외교장관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지역 정세가 미지의 심연으로 빠지는 것을 좌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들에 대한 새로운 국방비 지출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방위 분담 확대를 촉구하면서 한국 역시 국방비 증액 논의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2026 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국방지출 확대 노력에 나선 만큼,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우리의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그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며 “우리는 그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안보를 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 및 국방 관련 투자에 지출한다는 공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임기 초에 추진했던 목표였고,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의 성과”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 지출 기준은 GDP의 약 2% 정도다.
헤그세스 장관이 나토 외에 다른 동맹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 동맹들에도 비슷한 수준의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약 2.8%(약 66조원) 수준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아시아 핵심 동맹들이 북한 등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면서도 국방비를 적게 지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줄곧 동맹국의 방위비 비용 분담 확대를 주장해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초 새로운 국방전략 수립을 지시하면서 미국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의 비용 분담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이어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문제 등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정부는 지난달 30일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는 미 정부가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 당시에도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