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절차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민지형·임소라·류시은·정재윤·미역의 효능·들개이빨 지음라우더북스 | 275쪽 | 1만9000원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는 100% 남자였다. 제22대 국회의원의 80%는 남자이며 2024년 기준 한국의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96%가, TV 예능 고정 출연자의 85.5%가 남자다.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94%, 교제폭력 가해자 95%도 남자다. 한마디로 줄이면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다.’
통계적 현실만큼 여성들은 일상적 경험에서도 ‘남자가 많다’고 느낀다. 여성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적은 현실과 여성을 도구로 보는 문화적 관행에서 나오는 감각이다.
여섯 작가의 소설과 만화를 묶은 앤솔러지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는 작가들이 각자 생각한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다’는 의문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민지형 작가는 피해자에 주목하는 서사를 비판하며 가해자의 삶을 추적한다. 정재윤 작가는 수영장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통해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시선을, 임소라 작가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결혼 매칭 프로그램을 꼬집는다. 류시은 작가는 소설로 ‘업계 최초’라는 이름이 붙은 여성들을 기억하고, 미역의효능 작가는 두 종의 미역으로 현시대의 성별갈등을 비유한다. 들깨이빨 작가는 성별 이분법적 관념에서 벗어나 남성을 고찰한다.
각 작품과 붙어 있는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픽션’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현실들이 놓여 있는지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제목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밀 표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적힌 표지를 숨겨야만 하는 현실은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를 말해주는 듯하다. 픽션 속 ‘위험한’ 인물들보다 ‘안 그런 남자가 더 많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이 더 무서울지도 모른다.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가 지난 4년간 누적해 약 20% 가까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이 적을수록 고물가 고통이 더 컸던 셈이다.
한국은행은 18일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에 대한 평가’ 자료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가 더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를 보면 물가가 치솟았던 2021년 이후 지난달까지 약 4년간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15.9%)보다 3.2%포인트 높았다. 팬데믹 기간 중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상여건 악화 등 대내외 공급충격이 중첩되면서 생활물가 내 비중(32.4%)이 큰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생활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올 들어 가공식품 가격 인상 영향으로 다시 벌어졌다. 올 5월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53개(73%)의 가격이 인상됐다. 가공식품이 생활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지난해 하반기에는 0.15%포인트 영향을 줬으나 올해 1~5월 중 0.34%포인트로 기여도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한국은 의식주 등 필수재 물가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0)을 크게 웃돈다. 빵이나 유지류 같은 가공식품 가격도 높은 편이다.
필수재의 높은 가격 수준은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높이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팬데믹 이후 장기간 이어진 고인플레이션으로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면서 가계의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생활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더 커졌다.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누적 실효 물가상승률을 보면 소득하위 20%가 16.0%로 소득상위 20%(15.0%)보다 높았다. 고물가 충격은 저소득층이 더 컸다는 뜻이다.
같은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을 고려할 경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효 물가상승률 격차는 더 벌어진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저소득층은 이미 저가상품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저가상품 가격 상승 시 소비대체가 어려워져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은은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은 가계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줘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