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의 고즈넉한 고찰 흥주사에는 절집의 온 역사를 담고 서 있는 큰 나무가 있다. 나무 높이 20m, 둘레 8.5m의 거대한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다. 절집의 창건 설화에서부터 수많은 사람의 염원을 끌어안으며 스스로 신화가 된 나무다.
고려시대인 900년 전 한 노승이 부처를 모실 터를 찾던 중 백화산 기슭에 이르러 꿈결에 “네가 누운 곳은 매우 상서로운 곳”이라는 산신령의 계시를 받았다. 놀라 깨어난 노승은 그 자리가 부처를 모실 좋은 자리임을 알아챘다.
노승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그 자리에 꽂아 표시하고 절집 건축에 나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놀랍게도 그 지팡이는 점점 자라나며 파릇한 은행잎을 피워냈다. 그리고 이즈음 다시 스님의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아이 없는 여인이 이 나무에 정성을 올리면 자식을 얻을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
스님의 지팡이에서 태어난 은행나무가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소문은 널리 퍼졌다. 아이를 낳기 원하는 아낙들의 발길이 잦아졌고 여인들은 아이를 얻는 기쁨을 누렸다. 나무의 신령함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라서 자신에게 생명을 준 나무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절집에 재산을 내놓았다.
세월이 흘러 어느 때부터인가 이 나무의 4m쯤 높이에서 뻗어나온 굵은 가지에서는 남성의 생식기를 닮은 기형적인 게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이는 나뭇가지가 아니라 뿌리의 일종으로, 공기 중에 내민 뿌리라 해서 ‘기근(氣根)’이라 부르는 조직이다. 오래된 은행나무의 특징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절집 사람들은 독특한 모양의 이 기근을 오랫동안 잉태의 염원을 풀어준 나무가 사람들 정성에 화답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큰 나무 가운데에는 ‘아이를 낳게 해 달라’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이른바 ‘잉태 주술’의 설화를 지닌 나무가 적지 않다.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는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나무가 아닐까 싶다.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의 얼굴에 흉기를 휘두른 6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재판장 이정희)는 25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받았고 앞으로도 정신적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흉기를 들면 도망가지 왜 가만히 있었느냐’며 피해자를 탓하는 등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폭행 등으로 4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월28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자기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의 얼굴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박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으로 15년 이상 알고 지내온 사이로 확인됐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죽고 싶다”며 넋두리하는 것을 듣다가 갑작스럽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달 14일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광주시가 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 성인 성폭력 피해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 갈 곳이 없는데도 관련 규정으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다.
광주시는 26일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 퇴소하는 성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새출발 응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시설에서 퇴소할 경우 1인당 5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9세 이상 성폭력 피해자 중 보호시설에서 4개월 이상 생활하다 퇴소하는 피해자가 대상이다.
성폭력 피해자중 가해자가 함께 사는 친족이거나 피해자의 주소지를 알고 있을 경우 보호시설에서 생활 할 수 있다.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 퇴소하는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여성가족부는 19세 미만에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해 6개월 이상 생활하다 19세 이후에 퇴소하는 피해자들에게 자립지원금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19세 이상 성인 피해자는 자립지원금 없이 시설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관련 단체들은 그동안 광주시에 지원 확대를 요구해 왔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성인 성폭력 피해자들의 자립 지원에 광주시가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출출해져 부엌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작은 컵라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포장을 뜯어 뜨거운 물만 붓고 기다리면 되니 갑작스러운 허기를 달래기에 이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매우 단순해 보이는 요리 안에도 사실 꽤 많은 과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1966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는 자신이 만든 라면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을 순회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슈퍼에서 만난 고객이 라면 샘플을 조리할 적당한 그릇을 찾지 못하자 라면을 조각내어 종이컵에 담고는 끓는 물을 부은 후 포크로 먹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컵라면 개발에 착수하게 되죠.
먼저 컵라면은 일반 라면보다 조리 시간이 짧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밀가루에 전분을 첨가했는데, 전분은 수분을 잘 흡수해 밀가루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골고루 익는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입니다. 게다가 전분은 면발을 더 쫄깃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면발을 쌓는 방식도 위로 갈수록 밀도가 더 높아지도록 설계했습니다. 끓는 물을 부으면 상대적으로 뜨거운 물은 위로 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컵의 위쪽이 온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온도가 높은 위쪽에 더 많은 면이 놓이도록 면발을 더 밀착시키게 된 것입니다.
적당한 컵의 소재를 찾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컵은 조리된 라면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라면을 끓이는 냄비의 역할 또한 수행해야 하므로 가벼우면서도 동시에 단열성도 좋아야 했습니다. 안도는 이러한 컵을 개발하기 위해 기존 종이컵부터 시작해 수십 가지 새로운 재질의 컵들을 시험했습니다. 그리고 스티로폼이라는 일종의 플라스틱 재질의 컵을 만들었죠.
참고로 스티로폼은 폴리스타이렌이란 플라스틱을 성형해 만드는 제품으로 1972년 미국의 다우케미컬사가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제품은 성형 중에 부탄 등 가스를 주입해 부피를 팽창시킵니다. 최종적으로 가스가 날아가면 대략 부피 기준으로 98%는 공기가 들어찬 공간이 되는데, 이 공기층으로 인해 스티로폼은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단열성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그 밖에도 해결할 문제가 한 가지 더 남아 있었습니다. 컵 안에 라면을 넣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라면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파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죠. 그렇다고 면을 컵 크기에 꼭 맞게 하면 면을 넣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면의 중간 부분의 가장자리만 컵의 크기에 딱 맞도록 하는 ‘중간 홀딩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면을 컵에 밀착시키면서 면이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게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면을 넣을 때 아랫부분에 약간의 공간이 생기도록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뜨거운 물은 위쪽을 향하고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면을 되도록 위쪽에 놓이게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1971년 최초의 컵라면인 ‘컵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