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폰테크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김혜경 여사가 17일(현지시간) 캘거리 한인회관을 찾아 동포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또 한국계가 대표로 있는 캐나다 국립장애인예술센터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으로 12·3 불법계엄 이후 중단된 정상외교 복원과 함께 대통령 배우자의 대외 활동도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김 여사는 이날 캘거리에서 캐나다 서부지역 교민과 유학생을 만나 간담회를 했다. 김 여사는 “해외에 계시는 동포들이 저희보다 한국 소식을 더 잘 알고 계시더라”면서 “너무 자세히 알고 판단도 잘하고 계셔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멀리 떨어져 계셔도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한국에) 살고 있는 저희보다 훨씬 간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간담회 행사에는 지역 한인회와 여성·문화단체 대표, 한글학교 교장, 대학교수, 유학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서부지역 동포 20여명이 참석했다.
김 여사는 “여러분이 힘든 일도 많을 텐데, 조국 걱정 때문에 한동안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조국에 바라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여사는 “동포 간담회를 작게 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낭랑한 (목소리의) 아나운서도 계시고, (한인)회장님도 계시니 대통령이 오셔야 하는 자리에 제가 괜히 왔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최진영 캘거리 한인회장은 “이민자 사회의 외로움에 여사님 방문이 큰 위로와 응원이 된다”며 “조국과의 연결고리를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캐나다 서부 동포사회를 소개하고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각자가 겪은 일들을 들려줬다.
김 여사는 행사 후 수행원들과 점심 식사를 위해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렀다. 이곳에서 식사 중이던 한 교민은 “이 대통령의 캘거리 방문 소식을 듣고 멀리 토론토에서 휴가를 내고 무작정 캘거리에 왔는데 이렇게 만나게 됐다”고 했고, 김 여사는 “여기서 못 만났으면 어쩔 뻔했나”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에는 국립장애인예술센터를 찾아 한국계인 유정석씨가 대표로 있는 센터 관계자들로부터 센터 운영과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현황을 들었다. 김 여사는 “캐나다는 장애인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시설과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잘 포용돼 있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이뤄진 첫 해외 방문에서 1박4일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세션과 10차례의 양자 정상외교에 나서는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소년공으로 일한 일화 등을 언급하며 대화를 풀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정상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며 SNS에 “이번 G7 정상회의와 여러 차례의 양자회담은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면서 “최근 몇년간 겪었던 국격 하락과 외교 소외, 신뢰 저하를 극복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다시 높이겠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방문 중 남아공·호주·브라질·멕시코·인도·영국·유럽연합(EU)·일본·캐나다(회담순) 등 총 9개국 정상과 만났다. 국제기구인 유엔 수장과의 약식 회동을 포함하면 총 10차례 정상외교가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정상외교 복원과 함께 이재명 정부 외교 기조인 ‘실용외교’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거의 모든 양자회담에서 무역, 투자, 통상, 공급망, 에너지 등에 대한 집중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을 논의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는 안보·방산 분야 협력을 의논했다. 이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 멕시코와 미국의 관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기도 했다.
12·3 불법계엄 후 새로운 한국 정상이 정상외교 무대에 등장한 만큼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을 만나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한국 민주주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제안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전날 만찬장에서도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했다.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은 이 대통령에게 벨기에 브뤼셀에서 조만간 한·EU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유년시절의 공통점 등을 고리로 각국 정상과의 대화를 풀어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하며 두 사람 모두 가난한 어린 시절과 정치적 압박을 이겨내고 승리했다고 언급하면서 교감을 형성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소년공으로 일할 때 공장 프레스기에 눌려 팔을 다친 일화를 소개하자 룰라 대통령이 “몇살 때 일이냐”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어려운 계층에서 태어나 자란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이뤘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위 실장은 “대통령께서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를 활용해서 격의 없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고 말했다.
G7 확대회담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윙크하며 엄지를 들어 보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나란히 걸으며 대화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한국니토옵티칼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백혈병을 진단받은 것과 관련해 노동·시민단체들이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금속노조는 18일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니토옵티칼 백혈병 피해 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엄정 조사와 사업장 안전보건 대책 마련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2002년부터 23년간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에서 일한 A씨(47)는 지난해 12월 만성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그는 편광필름 생산 공정에서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페놀 등 다수의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며 필름을 제조했다. 한국니토옵티칼은 2014년 5000t 이상, 2016년과 2018년에는 연간 1000~5000t의 톨루엔을 사용했다. A씨의 특수건강진단 결과서에도 최근까지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확인됐다. 그는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요양급여를 신청하고, 현재는 병가중이다.
반올림은 “재해자는 방독마스크의 상태가 헐거워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고, 보호구 착용에도 화학물질 냄새가 충분히 났다고 설명했다”며 “재해자가 취급한 톨루엔은 벤젠 노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니토옵티칼은 피해자에 치료비 일체를 지원하지 않고, 휴직기간 동안 수십만원의 지원이 전부”라며 “피해자 지원과 안전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올림은 이들이 확인한 백혈병 피해자는 최소 3명이지만, 사측이 피해자를 감추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단체는 “재해자 이전 혈액암 피해 발생 2건에 대해선 산재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해당 피해자들은 부서를 옮겨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재 은폐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은 노동부를 향해서 특별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하고, 신속한 원인 조사와 재해 예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니토옵티칼 전·현직 노동자에 대한 질병 실태조사에 나서고, 산재 현황을 밝혀야 한다”며 “또한 편광필름 제조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실태조사, 직업병 예방 연구로 나아가야 하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소재 산업 노동자에 대한 건강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