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신용조회 걸그룹 뉴진스(NJZ)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와 상의 없이 개인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25-2부(재판장 황병하)는 17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항고심에서 멤버들의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있어 당사자간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볼만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일방이 주관적인 사정만을 들어 전속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뉴진스가 임의로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하는 경우 뉴진스는 연예활동으로 인한 성과를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반면, 어도어는 그간 투자 성과를 모두 상실하게 되는 심각한 불이익을 입게된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29일 “어도어가 전속계약을 위반했다”며 어도어와의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와의 갈등 끝에 대표직에서 해임되자 “민 대표를 복귀시켜달라”고 요구했으나, 어도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뉴진스는 팀명을 ‘NJZ’로 바꾸고 어도어로부터 독립된 활동을 예고했다. 이에 어도어는 “멤버들이 어도어 소속임을 확인하고 독자적으로 광고(계약) 체결 등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앞서 법원은 “현재까지 제출된 멤버들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어도어 측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진스 측은 항고했지만, 이날 항고심도 멤버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에서도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의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멤버들이) 어도어의 사전 승인이나 동의 없이 연예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어도어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뉴진스가 이를 어기고 독자활동을 하면 각 멤버별로 10억원씩 어도어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일 쌀값 30년만에 최고 기록재배 면적 줄어 증산도 한계
올들어 이미 800t 수출 계약교민 거주지 중심 판로 개척
“한국도 수급불안 발생 가능급진적 생산 감축엔 신중을”
경북 포항 흥해농협은 이달 초 포항 브랜드인 ‘영일촌쌀’ 4t을 일본에 수출했다. 포항에서 일본으로 쌀을 수출한 것은 지난달 대풍영농조합(5t)에 이어 두 번째다. 흥해농협은 최근 일본에 60t 규모의 쌀 수출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백강석 흥해농협 조합장은 17일 “수출 유통량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흐름이 지속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수출로 수요가 많아지면 쌀값도 올라갈 수 있어 농민들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일본 쌀값이 급등하자 한국 쌀의 일본 수출량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재 추세로는 올해 말 1000t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쌀 감산 정책으로 당분간 쌀 부족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풀면서 하반기까지 쌀 수출 증가세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일본 수출용 쌀이 선적된 물량은 379t이고, 지난 9일까지 일본에 수출 계약된 쌀은 총 800t 규모다.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일본으로 쌀 수출이 늘어난 배경에는 최근 30년 만에 최고가 수준으로 급등한 일본 쌀값이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쌀 5㎏의 평균가는 4223엔(약 4만원)으로 1년 전(2136엔)의 약 2배다. 이 때문에 ㎏당 3400원의 관세가 붙어 가격경쟁력이 낮았던 한국 쌀도 일본 소비자에게 다가갈 기회가 열렸다.
이에 올해 일본에 수출하는 쌀이 1000t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풀면서 최근 3주간 일본 쌀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일본이 자체 수급이 어려워 긴급 수입에 나서면 수출 물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다만 최근 3주 동안은 일본 쌀값이 일부 떨어지고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쌀 수출 호조가 계속 이어질지는 일본의 쌀 증산 정책 시행에 달렸다.
김대현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의 쌀값 급등 사태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재배면적을 감축하면서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으나 쌀 소비는 그만큼 줄지 않아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3년간 수요가 생산을 웃돌았고, 둘 사이 차이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한국·대만 등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쌀 감산 정책에서 돌아서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축미로 쌀값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쌀 생산을 늘려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수급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는 일본의 쌀 생산이 늘어 수급불균형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 당국도 쌀값이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 쌀 적정 가격에 대한 논의에 따라 수출 가능성도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당장 일본에서 쌀을 증산하더라도 쌀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있다”며 “우선 교민 거주지역 등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장이 출렁이면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는 쌀 소비량이 감소해 주식용 쌀 생산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기후위기 등으로 쌀 수급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급진적인 생산 감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 재배면적을 줄이더라도 생산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료용 쌀 재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부터 사체 훼손 과정을 재연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살해당하던 순간을 직접 연기했다.
“가해자는 사망한 채 쓰러져있는 제 딸의 머리카락을 잡고 일으켜 세워,” 그가 셔츠의 깃을 헤치고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왼쪽, 오른쪽 목 부위에 지름 5㎝ 크기의 원을 그렸다. 그는 펜으로 원 안을 쿡쿡 찌르며 “이렇게 계속 찌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 최모씨(26)에 대해 유족 측이 살인 혐의로만 기소됐다고 지적하며 사체손괴 혐의로도 고소했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제 딸이 살해당하고 사체 훼손까지 당했지만 (최씨는) 살인죄로만 기소됐다”며 “많은 법의학자와 부검전문의들이 사체 훼손을 지적했지만 검찰은 이런 의견을 무시한 채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살인 혐의로 최씨에 1심보다 4년 늘어난 30년형을 선고했다.
유족은 최씨의 2차 공격이 살해와 관계없는 시체 훼손 행위였다고 밝혔다. A씨는 “(최씨는) 이미 숨이 멎어서 움직이지 않는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이는 오로지 자신의 왜곡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시체를 흉기로 유린한 것”이라며 “국가가 시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최씨의 행위를 살인으로 축소할 게 아니라, 잔혹한 사체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까지 찾아가 사체손괴 혐의에 대해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변호사와 이야기하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간곡히 요청하기 위해 재연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현장이 폐쇄회로(CC)TV 촬영이 이뤄지지 않은 사각지대였는데 어떻게 재연을 준비했냐는 질문에 A씨는 “수사 관련 서류를 10권 넘게 봤다. 정확한 사건 타임라인이 내 머리 속에 다 각인됐다”고 답했다.
최씨는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부모가 혼인 무효 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최씨는 범행 2시간 전 흉기를 구입하고, 자주 방문하던 강남구 건물의 옥상으로 불러내 살해했다.
딸의 사망 이후 유족의 삶은 무너져내렸다고 했다. A씨는 10㎏ 넘게 살이 빠졌다. 딸의 처참한 모습이 생각나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다. 그는 “출근길에 안아주며 ‘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하던 보물 같은 딸이었다”며 “매일 납골당에 들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딸의 방은 아직 치우지 못했다. 아버지의 휴대전화 뒷면에는 딸의 증명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A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벌탄원서를 써주고 계신 시민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