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출신 협상가무역·경제안보 분야 담당끈질긴 설득 스타일 유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5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EU의 대미 무역 협상 최전선에 선 인물이 슬로바키아 출신의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59·사진)이다. 현 EU 최장수 집행위원인 그는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며 ‘해결사’로 명성을 얻었다. 노련한 협상가로 꼽히는 셰프초비치가 즉흥적인 승부사인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무역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셰프초비치에 대해 “늘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는 ‘성실한 문제 해결사’”라고 했다. 한 고위 EU 외교관은 가디언에 “그는 항상 해결책을 찾으려 애쓴다”면서 “절대 ‘무역전쟁을 시작하자’라는 식의 극단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셰프초비치는 1999~2002년 주이스라엘 슬로바키아 대사를 지낸 뒤 2004년 초대 주EU 슬로바키아 대표로 임명됐다. 그는 2020년 2월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를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정부와 EU 간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셰프초비치는 영국 측 브렉시트 협상 수장인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과 개인적 신뢰를 쌓았다. 양측 간 최대 현안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였는데 두 사람이 서명하며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 영국 측 인사는 “당시 셰프초비치는 (영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자제하며 EU 관료들을 최대한 설득해 합의안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브 실장의 후임인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기존 협의를 뒤집으면서 협상은 다시 난항에 빠졌다. 셰프초비치는 총 5명의 보수당 측 협상 대표를 연이어 상대하며 끝내 브렉시트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국내 정치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연립 여당 후보로 2019년 슬로바키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결선까지 올랐지만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주사나 차푸토바 후보에게 패했다.
대선 패배 이후 그는 EU로 복귀해 2024년부터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을 맡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 직책은 집행위원회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한다. 두 사람은 ‘일 중독’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행위원회 본부 체육관을 함께 이용하는 몇 안 되는 고위 EU 인사들이기도 하다.
셰프초비치는 지난 2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관세 협상을 벌였다. 한 고위 EU 외교관은 “셰프초비치는 끝까지 (협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새로운 제안으로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3 불법계엄 때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허위보도한 스카이데일리 소속 기자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스카이데일리 소속 허모 기자 등 2명을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허 기자는 지난 1월16일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 군 당국이 경기 수원시 선관위에서 체포한 중국인 간첩들을 주일미군기지로 압송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군 소식통’을 인용하며 “체포된 중국인 간첩 99명이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됐고 이들은 미군의 심문 과정에서 선거 개입 혐의 일체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인용한 ‘미군 소식통’은 마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극우 집회에 참여했던 안모씨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주한미군사령부는 해당 보도를 전면 반박했다. 선관위는 지난 1월20일 스카이데일리와 해당 기사를 쓴 허 기자를 공무집행방해·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서울 중구 스카이데일리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5월엔 허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온라인상 가짜뉴스 등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선 패자부활전은 안된다.”
요즘 국민의힘 친윤석열계에서 내달 열리는 전당대회를 두고 많이 하는 말이다.
한 친윤계 중진의원은 11일 기자에게 “전당대회는 당의 미래를 이끌 사람을 뽑는 자리인데,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 다 대선 경선에 나와서 졌거나, 본선에서 진 사람”이라며 “새로운 인물에게 당의 쇄신을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의원 등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주요 인물들은 지난 대선 경선에 나왔었다. 이번 전당대회가 ‘대선 경선 어게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친윤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새로운 구심점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주자인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 모두 마뜩잖다 보니, 대선 경선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론을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윤계에서는 지난 대선 후보 선출 후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김 전 장관을 비토하는 정서가 남아 있다. 김 전 장관 주변에 부정선거 음모론 등 극우적 이념에 빠진 인사들이 많다는 점도 우려한다. 한 당직자는 “대선 때 보니 김 전 장관이 캠프에 밀어 넣으려는 사람들 다수가 극우 인사였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당대표가 되면 그 측근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의 주요 지역 공천을 차지할 것이란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패자부활전 불가’ 주장의 연장선에서 지난 대선 경선에 나서지 않았던 재선 장동혁 의원을 밀고 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활발하게 참여했고, 한 전 대표 측근이었다가 돌아선 전력도 있다.
다만 친윤계에서도 한 명의 후보로 쏠리는 흐름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는 그래도 불과 한 달 전까지 대선 주자였던 김 전 장관을 지지하고, 다른 일부는 원내 경험이 많은 나 의원이 안정적으로 당을 꾸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일부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돼야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 전 대표가 당대표로 출마하면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친윤계 내에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쥐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반한동훈’으로 결집할 수 있다. 한 친윤계 인사는 “지금 친윤계에 누구를 지지하자고 의원들을 모을 힘이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하지만 한동훈이 나온다면 누구를 대항마로 세울지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