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위원들에게 “국회에 가시면 직접 선출된 권력에 대해 존중감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국회 존중’을 당부했다. 국무회의 첫머리에 “국회와의 관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쏟아낸 작심 발언이었다. 국회를 콕 집어 ‘몸 낮출 것’을 주문했지만 대통령 자신이 선출 권력의 정점이니, 전 정부 국무위원들과의 동거가 길어지면서 기강을 잡은 것이란 해석이 그리 틀리지 않다.
공직자들은 통상 국회 답변 때 “존경하는 의원님”으로 말문을 연다. 동료 의원들 간에도 마찬가지다. 의회 기원인 영국 의회의 ‘Honorable’에서 유래한 것일 텐데, ‘상호 존중’이 의사당의 근본임을 담은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공직자들이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을 잘하는 걸로 여기는 풍경이 다반사가 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정점을 이뤘다.
한덕수 전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똑바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똑바로 듣는 게 중요하다”며 의원들을 타박했고, 한동훈 전 법무장관은 “너무 심플해 질문 같지가 않다”는 비아냥으로 질타를 받았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비상계엄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여기가 소리 지르는 자리인가”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의원들의 과도한 공세성 질의와 답변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방적 질타는 마뜩지 않다. 그렇다고 공직자들이 입법부를 상대로 ‘싸우자’는 듯 대응하는 것은 문제다. 선출직 정치인 입각과 이념형 인사의 공직 등용이 늘면서 입법·행정부 관계가 정치화한 탓과 무관치 않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는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현실은 국정감사나 청문회 시즌이면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와 시비가 일상이다. 잔혹하다 싶을 정도로 까칠한 의원들 질의에 후보들이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임하는 미국 상원의 인준청문회와는 딴판이다.
국회의 존중어인 ‘존경하는’이 진정성 없는 상투어가 된 것은 ‘존중’의 대상을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주권자인 국민이다. 이 진의를 안다면 의원들도 자신에 대한 존경으로 착각하며 군림하지 않고, 공직자들은 신중하고 겸손할 수밖에 없다. 선출 권력도, 임명 권력도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2일 한 시민이 서울 한강 리버시티수상스키장에서 플라잉보드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면서 누가 당대표로 나설지 주목된다. 지난 대선 경선 결선에서 맞붙었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사진)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재대결을 벌일지가 관심을 끈다. 김 전 장관은 최근 잇따른 공개 행보로 출마설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하지만, 측근들 사이에선 출마에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한 전 대표와 가까운 6선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MBN에 출연해 “8월 중·하순에 대관이 되는 날짜를 정해 전당대회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날짜로는 8월13일, 14일, 22일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장관은 최근 송 비대위원장을 만나려 국회를 찾고, 대선을 도왔던 원외 당협위원장, 출입기자들을 만나는 등 정치 행보를 이어가 당대표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자유의 종을 울릴 사람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종을 울리겠다”고 말해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측근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강연 발언은) 평소 늘 하던 얘기”라며 “본인이 (출마에 대해) 의사 표시를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며 지지세를 모으고 있다. 전날 방송에선 “진짜 보수 정당을 위해 당원에 가입해달라.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검토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불참이 국익에 맞다”고 적는 등 주로 외교·안보 부문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도 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친윤석열계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당대표가 돼도 상처만 입을 것이란 측근들의 만류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출마 가능성 40%, 불출마 가능성 60% 정도”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출마하면 친윤계가 그의 대항마를 내세우며 정파 간 대결 구도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수 대 한동훈’ 구도의 지난 대선 경선 결선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한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으면 친윤계 내 각축전이 예상된다. 친윤계에서는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김 전 장관을 비토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 때문에 친윤계가 중진인 나경원 의원이나 재선의 장동혁 의원을 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김재섭 의원이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용태 의원이 당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당사자들은 일단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이 비상계엄·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혁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게 당원·국민의 생각이다.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 패배할 수 있다”며 “최다선 의원으로서 당 혁신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