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소송 영화 <하이파이브>(사진)가 화제다. 160만 이상의 관객이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평론가는 아니지만 내 감상은 이렇다. 전반부는 5점 만점에 4점.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특히 후반에 갑자기 에너지를 잃고 좌충우돌한다. 하나 더 있다. 안재홍이 없었다면 영화의 매력은 반감했을 것이다.
강형철은 사운드트랙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다. <하이파이브>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타이밍에 튀어나오는 음악이 즐거움을 더한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딱 1곡을 빼면 어디선가 다 들어본 음악일 테니까. 그만큼 익숙하지만 뻔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감각적인 연출에 탁월한 선곡 센스가 더해진 덕분이다.
예외적인 1곡은 미국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데뷔 싱글 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1990년대 그런지(Grunge) 장르를 대표한 밴드 중 하나다. 출신지는 다르다. 그런지의 발상지인 시애틀이 아닌 시카고에서 결성됐다. 그들이 세계적인 밴드의 반열에 오른 건 2집 (1993)을 통해서였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 영화음악으로 선택된 셈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올해 부산국제록페스티벌(9월)에 출연한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대학 등록금으로 녹음했다고 한다. 기타와 베이스 연주자가 정식 멤버로 있는데도 리더 빌리 코건이 두 악기를 직접 연주해 다시 녹음했다. 기실 빌리 코건은 독재자 유형의 리더다. 그의 독단적 결정은 다른 멤버에게 상처를 줬고, 추후 해체의 불씨가 됐다. 역사를 살펴보면 압도적 재능을 지닌 1명에 의해 밴드 내 민주주의가 무너진 경우가 여럿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음악가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밴드 결성은 우정을 파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술에서의 독재는 때로 시대를 초월한 걸작을 남길 수도 있다. 다만, 정치에서는 결단코 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