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안전한곳 발달장애 아들 곁에 묵묵히 함께색으로 몸으로 악보 외우고 익혀임기제 공무원으로 당당한 첫발
“아들이 웃었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20년을 함께 울고 웃어온 어머니의 말이다. 지난 19일 전주시 덕진구 전주학생교육문화관 예능관. 검은 연주복을 단정히 갖춰 입은 청년이 오케스트라 단원 중 한 명으로 무대에 섰다. 바이올린에 얹은 손끝은 다소 긴장돼 있었지만, 눈빛만은 흔들림이 없었다. 플루트와 첼로, 피아노가 이어지고, 음악은 곧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기 시작했다.
무대에 오른 이는 발달장애 2급 진단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성민씨(28). 여섯 살까지 언어 소통이 어려웠고, 악보를 읽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연주는 깊고 단단한 울림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 곁엔 늘 어머니 장인숙씨(65)가 있었다. 성악가 출신인 장씨는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아들의 장애 판정 이후 ‘아들만의 지휘자’가 됐다. “음악으로 아들을 세상과 이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씨는 타고난 음감에도 시각 인지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악보를 보는 데 제한이 있었다. 장씨는 계이름을 색으로 가르치고, 곡의 구조를 몸으로 익히게 했다. 곡 하나를 외우는 데 열흘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둘은 멈추지 않았다. 장씨는 “아들의 음악은 곧 제 삶의 악보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5년 여덟 살에 첫 무대에 오른 이후 국내외 공연에서 꾸준히 연주를 이어왔다. 2022년에는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폐막공연에 바이올린 독주자로 서기도 했다. 그 모든 시간 동안 어머니는 늘 무대 아래에서 조용히 함께했다.
이날 전북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장애 예술인을 공무원으로 직접 고용해 ‘장애 예술인 고용’이라는 제도적 모델을 제시한 의미 있는 시도다.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 3명, 비올라·첼로·플루트·클라리넷·피아노 각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음악을 전공한 단원들로, 주 5일 합주와 공연을 병행하며 4대 보험 등 공무원 복지 혜택도 누린다.
이는 김씨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그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정식 채용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단원이 되기 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북지사에서 8주간 맞춤형 직무 훈련을 받았고, 현재는 주 25시간 근무하며 전북 지역 학교와 공공기관을 찾아 순회공연 중이다. 전용 연습실도 마련됐다. 임용 기간은 2년이다.
장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월급을 받고 누군가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이제는 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조금은 안심도 된다”고 했다. 곁에서 어머니의 말을 조용히 듣던 김씨는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서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연주를 듣고 기분 좋아지면, 그걸로 됐어요.”
음악은 이들 모자에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삶의 방식이자, 서로를 지탱해온 언어였다. 그리고 지금, 김씨의 연주는 한 사람의 꿈을 넘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울림이 되어가고 있다.
‘판례법주의’ 따르는 캐나다·영국법원 홈피서 ‘임의어 검색’도 가능
독일·일본은 ‘선택적 공개’ 방식비실명화 수준, 한국보다 ‘개방적’
해외에서는 “판결문은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는 방침을 정한 사례가 많다. 법조계는 “판결문 공개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한국도 열람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법원 판결문을 일반 대중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나라로 꼽힌다. 연방법원 판결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모든 판결문이 원문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라온다. 한국에선 공개되지 않는 미확정 형사사건 판결문도 예외가 아니다. 판결문에는 소송 당사자의 실명이 그대로 실리고, 재판 과정에 제출된 각종 서류도 모두 공개한다.
미국 주법원도 대부분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미성년자 보호나 국가기밀 보안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일부 정보만 예외적으로 비공개 처리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정훈 변호사는 “미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이상 공공의 영역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알권리가 우선한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며 “판결문 비공개가 기본이고 일부만 공개하는 한국과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영국도 대법원 판결을 선고 이후 일주일 내로 공식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한다. 하급심 판결은 선별적으로 공개되지만 소송 당사자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가리지 않고 원문 형태로 제공한다. 캐나다도 선고된 판결문을 전면 공개한다. 캐나다와 영국에서는 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문 임의어 검색도 가능하다.
한국에 이런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판결문 공개에 적극적인 미국·영국·캐나다 등은 ‘판례가 곧 법’이라는 판례법주의를 채택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판결문이 한국 같은 성문법 국가의 법령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판결문 공개 원칙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국과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셈이다.
그럼에도 법 체계가 비슷한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판결문 열람 제도는 제약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륙법계로 성문법주의를 채택하는 독일·일본도 판결문을 선택적으로 공개하는데 비실명화 수준이나 수수료 부과 면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한국은 기업 이름이나 지역명까지 모두 비실명 처리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개인의 이름만 가리고 기업 이름 등은 공개한다.
판결문 1건당 수수료 1000원을 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2000년 이전에 선고된 판결문만 수수료를 받고 나머지는 무료로 제공한다.
판결문 공개 확대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알권리와 재판 공개 원칙을 보다 더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경천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공공 데이터 관련 비정부기구 오픈데이터포럼이 지난해 8월 개최한 ‘법원 판결문 개방 국내외 현황 및 향후 정책방향 제언 세미나’에서 “그간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과 충돌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법원 판결문을 공개하되 개인정보가 문제가 될 때 (이용자에게) 강하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보완하고 있다”며 “한국도 개인정보 보호와 알권리가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