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변호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 인수위원회격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검찰과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업무보고를 중단시킨 데 대해 “이재명 정부의 갑질과 적폐 몰이가 시작됐다”며 “‘자료 유출’, ‘답변 무성의’, ‘공약이해도 부족’ 등을 중단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상은 현 정권이 불편하게 여기는 부처를 본보기 삼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해야 할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부처를 편 가르고 있다”며 “통합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갈등을 조장하는 이재명 정부의 이중적 태도”라고 했다. 또“‘검찰청 폐지’,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등은 국민의 권리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졸속 정책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민주당의 입법만 봐도 현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법적 임기를 무시하고 공공기관장을 교체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에 익숙해져 국정 비전과 책임보다 부처 이기주의와 무사안일함,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정부 부처를 질타한 것이 갑질이라니 어이없다”고 맞섰다.
백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왜 이리 엉망진창이었는지 이해 가게 한다”며 “무성의와 안일한 태도에 대한 질타를 고작 ‘코드 안 맞는 부처 제외’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더욱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기획위는 12·3 내란으로 인해 정권 5년의 밑그림을 그릴 새도 없이 출발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그리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내란으로 망친 국정을 바로잡기 위한 청사진 그리기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다시 받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국민의힘이 한심하다”고 했다.
지난 11일 오후 3시20분쯤 송준영씨(55)가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아치 밑동을 붙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송씨의 옆 왕복 8차선 도로 위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무릎으로 무게를 지탱하던 송씨의 몸이 덜덜 떨렸다. 왼손엔 아치 옆으로 솟아 있던 쇠가시들이 박혔다. 더 오를 수 없을 것 같을 때 송씨는 전국에 흩어진 ‘100만명의 고아들’을 생각했다. “그들이 나고 내가 곧 그들”이라는 마음으로 꼭대기에 다다른 송씨가 외쳤다. “정부와 서울시는 고아원에서 국가 폭력을 당한 생존자 분들에게 사과하라.”
이날 송씨는 한강대교에 오른 지 약 6시간 만인 밤 9시15분쯤 땅을 디뎠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송씨를 옥외광고물법 위반 등 혐의로 유치장에 수감했다가 다음 날 풀어줬다.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송씨는 “(다리에 오른 것이) 불법인 걸 알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서류를 들고 찾아가도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다”며 “고아 피해생존자들을 봐달라고 몸으로 외쳐야 했다”고 말했다.
부모가 있던 송씨는 만 4살 때인 1974년 경찰에 의해 서울시 아동임시보호소에 맡겨졌다고 한다. 놀이터에서 혼자 울고 있던 송씨를 한 순경이 파출소로 데려갔고 1~2시간 뒤 삼륜차(바퀴가 3개 달린 차)가 송씨를 태우러 왔다고 한다. 1960~1970년대 서울시는 ‘부랑아 근절’을 목적으로 거리에서 배회하던 아동들을 임시보호소로 데려가곤 했다. 송씨는 “당시 아동보호소는 전국의 보육시설에 아동들을 배분하는 기능을 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임시보호소에 잠시 머물다 구로구의 한 보육원으로 갔다.
송씨는 보육원 생활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만 4살부터 보육원 교사와 같은 원생들로부터 성폭행과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울기라도 하면 손바닥이나 주먹, 몽둥이로 매일같이 맞아 “안 맞으려면 안 울어야 한다는 걸 어려서 깨우쳤다”고 했다. 열 네 살 때 보육원을 탈출한 그는 길에서 컸다. 때가 낀 옷은 몸에 쩍쩍 들러붙었고 배가 고파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먹다 경찰에 붙잡혀 또 맞았다. 기술을 배우려 공장에 취직해도 고아인 걸 들키면 쫓겨났다. 송씨가 말했다. “고아는 사회도 버린 존재였어요. 고아는 잘 되려야 잘 될 수가 없던 시대였습니다.”
송씨는 최근 경기 선감학원과 부산 형제복지원·덕성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접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바락바락 울며 말할 때 함께 울었다”며 “나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유기·수용시설 피해아동 등의 권리 회복 및 보호·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 토론회’에서 피해를 증언했다. 언론 인터뷰에도 응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묵묵부답했다. 주변에선 “기다려라”고만 했다. 더 기다릴 수 없던 그는 그렇게 한강대교로 향했다.
송씨에게 필요한 건 ‘법’이라고 했다. 송씨는 “전국 고아들이 100만명인데 이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국가는 관심이 없고 소, 닭 보듯 한다”며 “보육시설 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아동 보육시설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는 부산·경기 등 일부 지자체에만 있다. 유진수 고아인권신원연합 대표는 “서울시부터 시작해 전국에 적용되도록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25일 송씨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최근 송씨는 척수 손상 등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송씨는 과거를 잊으려 했지만 몸은 폭력을 기억했다. 그 몸으로 연단에 서고 다리에 오른 송씨는 “몸으로 외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송씨가 말했다. “나 하나 얼굴이 팔려도 괜찮아요. 우리 고아들을 위해 계속 싸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