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정식업체 예·적금 이상의 수익률 기대“개별 포트폴리오 제공 목표”
직장인 김모씨(26)는 내년 연말정산을 앞두고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했다. 매달 IRP에 수십만원을 적립하고 있지만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투자하고 계좌를 자주 들여다보진 않는다. 관리할 시간도,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지 확신도 없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긴 어렵고,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도 힘든 이들을 위한 상품이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일임 서비스다. 인공지능(AI)이 투자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고 상품 매매도 자동으로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 ‘PB’(개인 자산관리사)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를 허용했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로는 ‘노후 대비’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0년간 16.4%가 늘었지만, 연 환산 수익률은 2.07%대에 그쳤다. 적립금의 87.2%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 탓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은 AI가 포트폴리오를 추천해도 가입자가 리밸런싱(자산배분 비율 조정)을 하지 않아 사실상 계좌가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며 “일임형으로 계좌를 전환하고 장기 투자를 이어간다면 예·적금 이상의 수익률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A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한다는 점에서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유사하다. 다만 TDF가 은퇴 시기가 동일한 가입자의 자금을 통합 운용하는 반면 RA는 가입자별로 포트폴리오를 별도 운용한다. 예컨대 가입자가 ‘3년 내 주택 계약금 마련’ 같은 단기 목표를 입력한다면 변동성이 낮은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비중을 높여 자금을 확보하는 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연금 수령액·상속 자산 등을 분석해 매달 필요한 현금 흐름과 목표 수익률을 산출하고, 이를 반영해 개인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수료는 PB 서비스보다는 낮지만 개별 종목이나 ETF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이 출시한 퇴직연금 RA 서비스는 기본 수수료가 연 0.25~0.7%, 성과보수가 0~15% 수준이다. ETF로 직접 투자가 가능한 이들이라면 굳이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면서 RA를 쓸 유인이 적을 수 있다. 현재 퇴직연금 RA 일임형은 IRP 계좌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DC(확정기여형)나 DB(확정급여형) 계좌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IRP는 연간 9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며, 일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한도는 다음해로 이월된다.
“목숨을 걸고 증언할 수 있는 소설만 세상에 낸다.”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야스나야 폴랴나상(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 작가(38)는 신간 <밤새들의 도시> 출간을 기념한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 전작에서 식민지 조선의 격랑을 겪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사랑과 생존 본능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한 무용수의 치열한 생을 그린다.
그는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이 되던 해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러나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단 한 번도 나를 미국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인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하, 박노해 등 예술과 사회 운동을 병행하는 한국 문학인의 모습이 본보기가 되었다고도 했다.
자신의 문학이 러시아의 영향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문학은 단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속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실천적 경향이 강한) 러시아 문학과 한국 문학의 영향을 다 받았다”고 했다.
다만 소설은 영어로 썼다. 한국어판은 역자가 영어판을 한국어로 옮기고 이를 작가가 감수하는 형태로 제작됐다. 그는 “한국어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해 촉감을 살리기가 쉽다. 한국어판을 낼 때도 하나하나 단어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대학에서는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안톤 브루크너의 제8 교향곡, <밤새들의 도시>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문학은 음악을 글로 옮겨낸 것과 같다”며 “모차르트가 말하고자 했던 사랑의 고결함과 타락함, 이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출간하는 것을 두고 일각의 우려도 있었다.
그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검열은 어느 쪽에서 하든 민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지구적인 양극화 등 사회가 혼란할 때 예술을 말하는 것이 사치이진 않은지 스스로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진정한 예술은 사치를 누리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것”이라며 “예술은 전쟁과 양극화의 시대인 지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