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 또래 남학생들을 동원해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해 유포한 여성이 7년만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를 성폭행한 남성들도 불구속 기소됐다.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A씨(22)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또래 남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8년 8월 세종시의 한 공중화장실 등에서 당시 여중생이었던 B양(당시 14세)의 옷을 벗겨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를 하면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의 동성 친구인 A씨는 범행 당시 또래 남학생들을 동원해 피해자를 집단 성폭행 했으며, 그 장면을 촬영해 유포하고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약 5년7개월이 지난 지난해 2월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10개월에 걸친 수사에도 범행 시점이 오래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검찰의 재수사요청과 보완수사 등을 거친 끝에 사건 발생 약 7년이 지나서야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보복을 우려한 피해자의 뒤늦은 신고로 묻힐뻔 한 집단 성학대 사건의 전모를 7년만에 규명해 주범을 구속 기소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 보호·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앞둔 연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9일 개봉한 영화 <봄밤>의 주인공 두 사람의 삶은 병으로 피폐해졌고, 기댈 곳은 상대 방 뿐이다. ‘영경’(한예리)은 남편과 이혼하며 아들 양육권을 빼앗겼고, 알코올 중독으로 국어교사 일도 그만두게 됐다. 전처에게 배신당해 신용불량자가 된 ‘수환’(김설진)은 지독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하기로 한다.
<봄밤>은 권여선 작가가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의 특이한 점은 남녀 주인공인 한예리와 김설진 모두 배우와 무용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병에 무너져가는 영경과 수환의 상황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데, 무용수의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였다.
지난 7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예리(40)는 “알코올 중독자를 연기하기 위해 5kg을 감량했다”며 “영경이 어떤 인물인지 해석하기보다, 어떤 마음인지 느끼고 실제로 그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은 곧 물이라고 생각했어요. 24시간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은, 앞에 곧 죽을 것 같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물을 마시러 떠나야 하는 거죠.” 한예리는 극 중 영경의 중독 증세를 표현하기 위해 물 중독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며 연기에 임했다.
그는 상대역인 김설진 배우를 직접 섭외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병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몸으로 표현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몸을 쓰는 훈련이 된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죠. 오빠(김설진)와는 대학 시절부터 알던 사이여서 믿고 부탁할 수 있었어요.” 한예리는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한국무용을, 김설진은 창작무용을 전공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지냈다.
오래 알아 온 두 사람의 호흡은 리허설 없이도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진창인 길 위, 서로를 향해 달리다 못해 기어가는 장면에서 영경은 수환을 향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 수환은 굳은 몸으로 갖은 애를 써 잔뜩 취한 영경을 잡아낸다. 한예리는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몸을 던졌다”며 “설진 배우가 있으니 내가 어떤 식으로 몸을 던져도 내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연습하지 않고 바로 촬영했는데, 합을 맞추고 찍었다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두 사람의 연기는 보통의 배우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긴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는 대신, 몸으로 알코올 중독자의 비틀거리는 걸음이나, 류머티즘 환자의 굽어가는 신체를 재현한다. 한예리는 “만약 무용을 하지 않은 사람이 영경과 수환을 연기했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탄생했을 것”이라며 “어떤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면 좋을지 대본을 보고 동작과 동선을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한예리에게 무용은 연기만큼 중요하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게 무용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얼마 전에 선우정아님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쳤는데 거기서도 춤을 춰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배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본인을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봄밤>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포럼부문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요즘 볼 수 있는 사랑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어렸을 적 봤던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전 물건을 쓰고 싶고 과거를 돌아보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감수성을 영화가 건드린 건 아닐까요.”
<봄밤>은 한예리가 자신의 장편 데뷔작 <푸른 강은 흘러라>에 이어 두번째로 강미자 감독과 함께 한 작품으로, 고작 스태프 여섯이 만든 ‘초저예산’ 영화다. 드라마 <청춘시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영화 <미나리> 등으로 주류 영화계에서 자리잡은 한예리로선 의외의 선택이다. “일종의 의리죠.” 한예리는 웃어 보였다.
그는 독립영화 출연이 배우로서 일종의 사치라고 설명했다. “저처럼 상업 영화를 찍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 독립영화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장이 더 작아지지 않도록, 영화계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요. 저는 여유가 있으니, 현장이 험해도 덜 서러워요. 이미 너무 고생하고 있는 독립영화 배우들이 안전한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죠.”
‘현장형 배우’라고 자신을 칭한 그는 더 많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누가 불러줘야만 가치를 가지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내가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누군가 불러주지 않아도 관객분들에게 무언가 선보일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남 영암군이 9일 구제역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월 13일 첫 발생 이후 114일 만이다.
영암군에 따르면 구제역 종식 선언은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방역 단계가 ‘심각’에서 ‘주의’ ‘관심’ 단계로 순차 하향돼야 가능하다.
영암지역에서는 지난 3월13일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다. 같은달 16일 ‘심각’ 단계를 발령했고, 지난달 17일 3개 권역 방역대(238농가)에서 바이러스가 미검출되자 ‘주의’ 단계로 전환했다.
이후 항체가 자연 형성된 25농가 675두를 조기 도태하고, 이동제한이 해제되지 않은 4농가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에서도 모두 음성이 확인되자, 전날 방역 단계를 ‘관심’으로 최종 하향 조정하고 평시 체계로 복귀했다.
영암군은 이달 말 축산농가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구제역 방역 평가 토론회를 열고, 감염병 발생 원인과 향후 대응 방향을 종합 분석한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부서 간 협력을 통해 초기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며 “구제역 종식은 민관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민사회 원로인 함세웅 신부(왼쪽에서 세번째), 백낙청 교수(첫번째)와 오찬을 하며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초심을 잃지 않고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캠프에 참가했던 어린이 27명이 폭우에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숨졌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일 텍사스 중부 지역 커 카운티를 덮친 폭우 피해로 ‘캠프 미스틱’에 참가했던 여자 어린이 2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캠프를 운영해온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인명 피해를 확인하며 “이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견뎌야 하는 가족들과 함께 우리 가슴도 찢어진다”고 밝혔다.
캠프 관련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앨라배마주 출신 8세 소녀의 할머니 데비 포드 마시는 페이스북에 손녀를 잃은 슬픔을 전하면서 “이 아름답고 용감한 소녀가 우리 삶에 함께했던 것을 항상 축복으로 여길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캠프 참가 어린이 10명을 여전히 실종 상태라며 수색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커 카운티 보안관은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 캠프 참가 어린이들을 포함해 사망자 75명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발표했다가 오후에는 확인된 사망자 수가 84명이라고 밝혔다. 트래비스와 버넷, 켄달 등 주변 카운티에서도 추가로 보고되면서 현재까지 총사망자 수는 104명으로 집계됐다고 CNN 등은 전했다.
현재 당국은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계속되는 호우와 악천후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날 오후 7시까지 해당 지역에 홍수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이번 홍수는 지난 4일 텍사스 중부 내륙 산지인 커 카운티에서 샌안토니오 방향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 일대에 폭우가 집중되며 발생했다.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진 폭우로 강물이 범람하며 대규모 홍수가 이어졌다.
강물 범람과 급류 위험이 큰 강 상류의 캠프장과 주거지에 사전 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의 대응 실패가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