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은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여러 무역과 관련한 것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상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입장을 바꿨다. 어젯밤 내 e메일 함은 많은 새로운 제안으로 가득 찼다. 앞으로 며칠간 바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선트 장관 역시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것과 같이 무역협상 타결 시한을 7월9일로 지목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전에 몇몇 국가와 무역협상을 타결할 것이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국가에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정오(한국시간 8일 오전 1시)부터 발송하겠다고 압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 서한과 관련, “이는 단지 ‘미국과의 무역을 원하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는 여러분을 무역 상대로서 환영한다. 여러분이 돌아와서 협상하고 싶지 않다면 관세율은 이렇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시가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회화나무 가로수를 과도하게 가지치기하자, 환경단체가 “도시 기후 회복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7일 성명을 내고 “가로 숲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 시민 삶을 지탱하는 생태 인프라”라며 “전주천 여울로 770m 구간의 회화나무 70그루가 꽃이 피기 직전 과도한 가지치기로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전주시는 “태풍 등 재난 예방 차원에서 가지치기를 시행했다”고 해명했지만, 단체는 “해당 수목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지, 사전 진단과 위험도 평가는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름철 가지치기는 수관 불균형, 뿌리 기능 저하 등 수목 생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지치기와 함께 진행된 회화나무 5그루 메워심기(보식)에 대해선 “긍정적인 조치지만 최소한의 대응일 뿐”이라며 “생물 서식 기능과 생태적 연결성을 고려한 추가 식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전주시에 △생육기 과도한 가지치 즉각 중단과 전문가 자문을 거친 ‘생태적 전정 기준’ 마련 △전정 대상·시기·방법의 투명한 공개와 시민 의견 반영 절차 제도화 △‘가로 숲 시민모니터링 단’ 운영 등 시민 참여형 관리 체계 구축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도시 가로 숲은 다음 세대를 위한 생태자산”이라며 “행정이 일방적으로 관리할 대상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지켜야 할 공공재”라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앞둔 연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9일 개봉한 영화 <봄밤>의 주인공 두 사람의 삶은 병으로 피폐해졌고, 기댈 곳은 상대 방 뿐이다. ‘영경’(한예리)은 남편과 이혼하며 아들 양육권을 빼앗겼고, 알코올 중독으로 국어교사 일도 그만두게 됐다. 전처에게 배신당해 신용불량자가 된 ‘수환’(김설진)은 지독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하기로 한다.
<봄밤>은 권여선 작가가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의 특이한 점은 남녀 주인공인 한예리와 김설진 모두 배우와 무용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병에 무너져가는 영경과 수환의 상황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데, 무용수의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였다.
지난 7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예리(40)는 “알코올 중독자를 연기하기 위해 5kg을 감량했다”며 “영경이 어떤 인물인지 해석하기보다, 어떤 마음인지 느끼고 실제로 그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은 곧 물이라고 생각했어요. 24시간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은, 앞에 곧 죽을 것 같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물을 마시러 떠나야 하는 거죠.” 한예리는 극 중 영경의 중독 증세를 표현하기 위해 물 중독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며 연기에 임했다.
그는 상대역인 김설진 배우를 직접 섭외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병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몸으로 표현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몸을 쓰는 훈련이 된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죠. 오빠(김설진)와는 대학 시절부터 알던 사이여서 믿고 부탁할 수 있었어요.” 한예리는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한국무용을, 김설진은 창작무용을 전공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지냈다.
오래 알아 온 두 사람의 호흡은 리허설 없이도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진창인 길 위, 서로를 향해 달리다 못해 기어가는 장면에서 영경은 수환을 향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 수환은 굳은 몸으로 갖은 애를 써 잔뜩 취한 영경을 잡아낸다. 한예리는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몸을 던졌다”며 “설진 배우가 있으니 내가 어떤 식으로 몸을 던져도 내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연습하지 않고 바로 촬영했는데, 합을 맞추고 찍었다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두 사람의 연기는 보통의 배우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긴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는 대신, 몸으로 알코올 중독자의 비틀거리는 걸음이나, 류머티즘 환자의 굽어가는 신체를 재현한다. 한예리는 “만약 무용을 하지 않은 사람이 영경과 수환을 연기했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탄생했을 것”이라며 “어떤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면 좋을지 대본을 보고 동작과 동선을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한예리에게 무용은 연기만큼 중요하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게 무용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얼마 전에 선우정아님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쳤는데 거기서도 춤을 춰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배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본인을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봄밤>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포럼부문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요즘 볼 수 있는 사랑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어렸을 적 봤던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전 물건을 쓰고 싶고 과거를 돌아보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감수성을 영화가 건드린 건 아닐까요.”
<봄밤>은 한예리가 자신의 장편 데뷔작 <푸른 강은 흘러라>에 이어 두번째로 강미자 감독과 함께 한 작품으로, 고작 스태프 여섯이 만든 ‘초저예산’ 영화다. 드라마 <청춘시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영화 <미나리> 등으로 주류 영화계에서 자리잡은 한예리로선 의외의 선택이다. “일종의 의리죠.” 한예리는 웃어 보였다.
그는 독립영화 출연이 배우로서 일종의 사치라고 설명했다. “저처럼 상업 영화를 찍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 독립영화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장이 더 작아지지 않도록, 영화계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요. 저는 여유가 있으니, 현장이 험해도 덜 서러워요. 이미 너무 고생하고 있는 독립영화 배우들이 안전한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죠.”
‘현장형 배우’라고 자신을 칭한 그는 더 많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누가 불러줘야만 가치를 가지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내가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누군가 불러주지 않아도 관객분들에게 무언가 선보일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