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여부와 아궁이 형태, 피아노 보유와 신문 구독에 이어 2025년엔 비혼인구 조사까지.’
통계청이 올해 인구주택총조사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조사 내용이 대거 포함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 항목’을 3일 발표했다. ‘가구주와의 관계’ 문항에는 결혼하지 않은 동거를 나타내는 ‘비혼 동거’가 추가됐고, 다문화 가구와 외국인 대상으로는 가구 내 사용 언어가 무엇인지, 한국어 말하기 실력은 어떤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가족 돌봄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가족 돌봄 시간’ 항목이 신설됐다. 이 문항은 ‘질병, 노령, 장애, 건강 문제 등의 이유로 대가 없이 지속적으로 돌보는 가족(친인척)이 있는지’를 묻는다. 향후 가족 돌봄 정책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혼 인구의 성별과 결혼 의향 등도 조사한다. 그동안 민감하다고 지적된 ‘출산자녀 수’와 ‘자녀 출산 시기’는 행정자료로 대신한다. 초혼 기준의 ‘혼인 연월’과 ‘출산자녀 수’ 중 ‘사망자녀 수’는 조사에서 제외된다.
100년 전인 1925년부터 5년마다 진행된 인구총조사 항목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1925년 첫 조사에서는 성명, 성별, 출생 연월, 배우자 관계, 본적(국적) 등 기본 정보만을 물었지만 1948년 정부 수립 이후에는 군사 경험과 징용 경험 등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항목이 추가됐다.
6·25 전쟁 휴전 이후 1955년 조사에서는 일제강점기 징용·징병, 한국전쟁으로 부상자가 많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 실명 등 부상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해방과 전쟁으로 인구이동이 활발했던 만큼 전입 시기(8·15 이후, 6·25 이후, 1·4 이후), 전입 국가(북한, 중국, 일본, 기타)도 조사했다.
1960년에는 인구총조사에서 주택 조사가 추가돼 아궁이 형태, 대청마루 유무 및 평수, 식수(상수도) 시설, 지붕재료, 굴뚝상태 등이 설문 대상에 포함됐다.
1970년대에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반영해 재봉틀,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 보유 여부로 가구의 경제 수준을 평가했다. 특히 피아노(1970년), 신문(1975년) 등의 문화생활을 통해 중산층 규모를 파악하기도 했다. 1930년 ‘가나·한글을 읽고 쓸 수 있나?’로 시작되었던 문맹 여부는 1970년 ‘글을 읽고 쓸 수 있나?’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선 정보화 사회에 맞춰 가구 내 정보통신기기 보유, 컴퓨터·인터넷 활용 여부가 주요 조사 항목으로 추가됐다. 고령자 생활비 원천과 주 부양자, 자녀 거주 장소, 추가 자녀 계획 수 등 저출생·고령화 시대를 반영한 조사 항목도 추가됐다. 2020년대에는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 형태 변화에 대응해 ‘1인 가구 사유’, ‘혼자 산 기간’과 같은 항목이 신설됐다.
조사 방식도 변화했다. 이전까지는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서면으로 작성했다면 2005년부터는 인터넷과 방문면접을 병행하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모바일, 태블릿PC 등 다양한 조사 기기별 화면 크기에 맞게 조사표를 설계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어려움 없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어 조사표도 20종으로 확대했다.
이번 조사는 500만 가구 내외를 표본으로 하며 표본 선정시 10월 중순쯤 우편으로 안내받게 된다. 10월 22일부터 우편물의 참여번호로 인터넷 또는 전화 조사에 응답할 수 있다.
안형준 통계청 차장은 “올해 인구주택총조사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진행하는 대규모 표본조사”라며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확한 응답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첫 검찰 인사를 두고 2일 조국혁신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단행된 검찰 인사에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혁신당 인사들을 재판에 넘겼던 검사들이 대거 중용됐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오늘(1일) 인사를 보며 차규근(의원), 이광철(당무감사위원장), 이규원(전략위원장)은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당시) 그때 봉욱 (대검) 차장이 ‘내가 승인했다’라는 한마디만 했어도 이규원은 지금도 검찰에 있었을 것이다. 김학의 출국금지와 연루됐던 봉욱은 후배 검사인 이규원을 팔아 민정수석이 됐다”고 적었다.
황 사무총장은 “이번 인사는 차규근, 이규원, 이광철에게 보내는 조롱인가? 봉욱을 기소하지 않은 보답인가? 라는 의심이 절로 든다”며 “세상이 바로 잡힐 거라고 굳게 믿었던 나도, 그들에게도 참 할 말 없게 됐다. 선의가 선의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적었다.
차규근 혁신당 의원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허탈하다”며 “저들의 비위는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으나 적어도 자신들이 수사지휘하고 기소한 사건에서 1·2·3심 모두 무죄를 받은 검사들이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오히려 영전하는 것은 우리가 꿈꾼 정의로운 세상은 아니지 않느냐”고 적었다.
이광철 혁신당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인사를 ‘친윤석열 실력파 검사 기용’으로 평가한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친검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 솔직히 한심하다”며 “(검찰) 조직의 결정이 민주공화국의 원리, 국민주권주의 원리, 정치적 중립성의 원칙에 기속되지 않는 경우 무소불위 조직의 ‘가미가제’(자폭특공대)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당은 전날 ‘윤건희(윤석열+김건희) 검사’로 규정한 검사 30여명을 적은 명단을 대통령실에 전달했지만 당일 검찰 인사에서 일부가 요직에 기용됐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했던 송강 법무부 검찰국장과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은 각각 광주고검장으로 승진, 핵심 보직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으로 보임했다.
정진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과거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분하고, ‘김학의 전 차관 허위보고서 작성’ 사건을 수사해 당시 검사였던 이규원 혁신당 전략위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성상헌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국무회의가 토요일인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렸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민석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 오른쪽에 앉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에서 준공된 빌라가 1800가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여파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오던 빌라 시장이 무너지면서 아파트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청년·서민층의 주거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실적 통계를 보면 지난 1~5월 서울 내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준공은 18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945가구)보다 38.4% 급감했다.
서울의 빌라 입주 물량은 4년 전인 2021년 1~5월(1만517가구)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2023년 이후 공급이 급감하면서다.
서울의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은 2020~2022년 매년 2만2000~2만5000가구씩 준공됐지만 2023년에는 1만4124가구, 지난해 6512가구로 준공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이는 아파트 준공 물량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지난 1~5월 서울 아파트 준공은 2만70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876가구)보다 74.5% 증가했다.
서울에서 향후 1~2년 뒤 공급될 빌라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다가구·다세대·연립 인허가 건수는 지난 1~5월 2098가구로 지난해 동기(1263가구)보다 66.1% 늘었다. 그러나 2022년 1~5월(8549가구)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김진유 경기대 교통공학과 교수의 분석 결과, 최근 3년간(2022~2024년) 연평균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이전 10년(2012~2021년) 평균과 비교해 77.8% 감소했다.
한 주택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전세제도 정비와 함께 비아파트 매입 유인을 촘촘히 설계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에 나서지 않는다면 아파트 쏠림으로 인한 가격 상승 등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오래된 가방이 있다. 버리지 못하는, 끝내 버릴 수 없는 낡은 가방 속에는 많은 것이 살고 있다. 어느 해변을 걷다가 주워 온 작은 돌멩이 하나가 가방에서 조용히 구르다가 나를 부른다. 가방 속에서 “그날의 마지막 석양빛”이 언뜻 비친다. “백합과 접힌 나비”의 날개도 보인다. 차가운 등을 보이며 돌아선 “이별의 낙수 소리”도 들린다. 겨울에는 눈보라 속을 헤매다가 눈송이들을 넣고 다녔다. 폭우 속에서 더 이상 슬플 것도 없이 펑펑 울기도 했던 날들을 가방은 기억한다.
가방은 입 다문 비밀들이 쌓인 마음 창고. 정돈되지 못한 생활의 파편들을 담아두고 끙끙거리던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영수증처럼 구겨진 마음을 처박아 놓았던, 얇고 파리한 흰 봉투들의 비명이 가라앉던 어제를 가방은 알고 있다. “나를 부축하던 약속” 장소에 먼저 앉던 가방을 열면 무지개가 들어 있기도 했다. 당신에게 가방 속 사라져 가는 무지개를 보여주면, 내 무거운 가방을 부축하듯 들어준다. “파도치는 나를 넣고서” 여름 걱정은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