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내구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 대외 무역·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반기 한국의 수출이 상반기보다 더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2일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등 대부분의 주력 품목에서 미국발 관세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수출은 332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6% 감소하고, 하반기 수출은 335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수출은 6685억달러로, 지난해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품목별로는 13대 주력 품목 중 9개에서 하반기 수출 감소가 예측됐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유지되겠지만, PC·스마트폰 등 범용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고 메모리 단가가 정체하면서 하반기 수출이 5.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해외 생산·조달 비중 상승으로 하반기 수출이 7.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은 미국의 관세 인상과 유럽연합(EU)·인도를 중심으로 한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 강화로 하반기 수출이 7.2% 감소하고, 석유제품은 19.2%, 석유화학 4.1%, 일반기계는 3.8% 감소할 것으로 무역협회는 내다봤다.
홍지상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부터는 미국 상호관세 유예 만료, IT 수요 둔화, 환율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수출 여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 배차 간격을 지키지 못하면 시말서를 쓰는 등 업무상 스트레스로 적응 장애 진단을 받았는데도 ‘개인적 문제’라며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윤강열)는 서울의 한 시내버스 업체 소속 기사였던 구자연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구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운행업무 평가 결과의 실명 공개, 시말서 징구로 인한 원고의 적응 장애를 버스 운행사원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업무 지시에 대한 개인의 스트레스 문제라고 한정하거나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1998년부터 버스 기사로 일했던 구씨는 2018년 A사에 입사했다. 회사는 2021년 11월부터 매월 버스정보안내 단말기(BIS) 데이터를 게시판에 실명으로 공개했다. 배차 정시성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들은 사무실로 불러 시말서를 쓰게 했다. 서울시가 2021년 7월 시내버스 회사 평가 항목 중 ‘배차 정시성’ 기준을 강화하고, 매년 65개 회사 중 상위 40곳에 성과이윤을 차등지급하기 시작하면서 뒤따른 조치로 파악된다.
구씨는 위험천만하게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노선의 신호 체계와 주기를 알기 때문에 배차 시간에 쫓기면 무리하게 액셀을 밟아서라도 갔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압박을 견디지 못해 퇴사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구씨는 2022년 5월 서울시청 앞에서 시내버스 정시성 평가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구씨는 2021년 11월8일, 2021년 12월20일, 2022년 2월8일, 2022년 3월25일 등 네 차례 정시 배차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썼다. ‘정시 배차를 맞추다가 사고 날 뻔했다’고 항의하다 노무차장에게 “버스 기사 자격이 없다” “형편 없는 사람이다” “인간 같지도 않다”는 등 폭언을 듣기도 했다. 구씨는 2022년 4월부터 불면증, 적응 장애 치료를 받았다. 그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발병에는 업무적 요인보다 개인적 요인이 더 영향을 줬다”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그해 8월 구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업무상 질책을 들어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적응 장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배차 정시성 준수가 교통 상황이나 다른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버스 운행사원의 개인적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노무차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통상의 정도를 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상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또 법원은 “대중교통은 승객과 시민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버스 운행사원에 대해 교통 체증, 난폭 운전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에서 보호해야 한다”며 “운행 업무와 관련한 배차 정시성 평가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공공서비스 제공자인 운행사원에 대해 충분한 협의와 실질적 숙의를 거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구씨는 현재 부동산 중개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겪은 뒤로 시내버스를 모는 건 트라우마가 됐다. 유치원 통학버스를 1년간 몰았지만 이마저도 버거웠다. 그래도 구씨는 “동료들의 처우가 개선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사와 복직 가능 여부를 다퉈볼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