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 형법에 폭행을 뜻하는 ‘투구(鬪毆)’와 함께 ‘매리(罵詈)’라는 항목이 있다. 행동이 아니라 말로 가하는 폭력을 뜻하는 말인데, 상대의 면전에서 악담을 퍼부어 능욕하는 것을 매(罵), 지저분한 뒷담화로 헐뜯는 것을 리(詈)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방적 매리는 태형 10대, 쌍방의 매리는 각각 태형 10대씩에 처했다. 투구는 누가 정당한지, 누가 먼저 했는지를 따져서 차등 처벌한 데 비해 매리는 시비와 선후에 관계없이 양측에 같은 형량을 부과했다.말에 실형을 내려온 역사는, 때로 구타보다 욕설을 더 견디기 어려워하는 심리를 반영한다.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차별로 인한 폭언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신의 언행과 아무 상관도 없이 그저 그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하는 지속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재특회(在特會)라는 우익 단체가 재일교포들을 상대로 자행한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 즉 혐오 발언 시위가 그...
이재명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서한’이 날아든 8일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는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긴박하고도 긴 하루를 보냈다.이날 오전 1시를 넘긴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발송됐다. 오는 9일부터 한국에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 25% 적용 시점을 유예해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는 총 14개국에 발송한 서한 가운데 한국이 ‘1번 타자’로 언급됐다.대통령실과 정부는 서한 발송 대상국으로 지정된 데 당혹해하면서도 사실상 이전과 동일한 관세율 조건으로 협상 시간 3주를 벌었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곧장 대응이 시작됐다. 방미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백악관 안보실장과 워싱턴에서 만나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현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했다.대통령실이 한·미 안보실장 협의 결과 자료를 배포한 시각은 오전 7시53분. 불과 2분 뒤인 7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7월9일에서 8월1일로 연기되었다. 트럼프는 한국 대통령 앞으로 보낸 7월7일 서한에서 “불행히도 양국 간 관계가 ‘호혜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한 속 호혜성은 국제통상 개념으로는 틀림없이 등가 교환 같은 것을 염두에 둔 용어일 터이다. 그것은 경제인류학자 마셜 살린스가 1972년 저작에서 구분한 호혜성의 유형에 따른다면 ‘균형적 호혜성’에 가깝다. 그렇다면 서한의 그 지적만큼은 타당한 듯하다. 돌아보면 한·미관계는 균형적이지 않았다. 미국이 안보와 고율 관세를 연계한 노골적 협박으로 군사적 종속국에 대해 경제적 자율성마저 앗아가려는 오늘만 봐도 그렇다.지금 미국은 호혜적이지 않은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국경을 넘나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상을 도외시한다. 2023년 한국의 수출에 있어 각국의 부가가치 기여를 따지면 미국의 비중은 5%였다. 한국의 수출이 줄면 수출 감소의 5%에 상당하는 만큼은 미국의 수출도, ...
국민의힘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은 10일 “거기(특검 수사)에 연관된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먼저 스스로 알아서 당을 나가주든지 아니면 당에서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조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이나 내란 특검 이런 특검들은 반드시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야 되는 거 아니겠나. 당이 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이 수사하는 범죄에 연루된 당 소속 정치인들이 선제적으로 탈당하거나 당에서 강한 징계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조 의원은 12·3 불법계엄에 대한 내란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내란에 동조했거나 내란에 관여했던 정치인 또는 그런 세력들이 있다면 철저하게 가려내야 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이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후 특검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 규정하고 당내 기구를 출범시켜 강하게 대응하려는 당 주류의 시각과는 대비된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