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SNS를 훑어보고 가상현실 게임에 몰입하며 인공지능(AI) 비서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 과연 우리의 뇌는 이런 가상 경험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최근 연구들이 보여주는 답은 놀랍다. 우리의 뇌는 실제 경험과 가상 경험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진화적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약 30만년 전, 모든 지각된 대상이 실제 물리적 대상이었던 세계에서 진화했다. 그 시대에 실제처럼 보이는 사물은 실제 사물이었고, 인간의 목소리는 오직 인간만이 낼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실제처럼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실제로 받아들이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미디어 방정식’ 이론은 이를 잘 설명한다. 사람들은 컴퓨터, TV, 새로운 미디어와의 상호작용을 근본적으로 사회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큰 화면의 TV를 볼 때 더 큰 흥분을 느끼고, 가상의 캐릭터나 AI에게도 성격과 성별을 부여한다. 외향적인 목소리를 가진 AI 비서를 더 호감 있게 여기고, AI가 도움을 줬을 때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도덕적 채무감까지 느낀다.
필자가 25년 전 진행한 ‘이중 분리 언어’ 실험은 이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피실험자들에게 합성음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한 후, 합성음으로 들려준 내용을 평가하게 했는데 결과가 놀라웠다. 해당 내용을 쓴 저자는 음성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합성 음성의 성격과 성별에 따라 정보의 신뢰도를 다르게 평가하고 심지어 저자의 성격까지 추론했다. 이는 우리가 기술에 속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뇌가 효율적으로 진화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런 진화적 특성이 최첨단 기술 시대에는 우려스러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와 상호작용할 때 실제 사람처럼 감정적 유대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가상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현실 인간관계를 소홀히 할 위험이 있다. 가상현실(VR) 환경에서 받는 가상 경험을 실제처럼 받아들이다 보니,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져 혼란을 겪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AI 에이전트와의 관계는 더욱 복잡한 문제를 제기한다. 챗GPT 같은 AI와 대화할 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감정과 의도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진화적으로 자연스럽다. 하지만 AI가 특정 제품을 추천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제시할 때, 우리는 이를 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 나아가 딥페이크와 결합한 AI는 우리의 ‘실제처럼 보이는 것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특성을 악용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거나 사기를 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야 할까? 첫째, 가상 경험의 힘을 인식하고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둘째, AI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뇌가 가상과 현실을 완벽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AI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기술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감으로 직접 느끼는 실제 경험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AI 시대, 우리는 30만년 된 뇌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할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송 3법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고 일부는 퇴장했다.
방송 3법은 한국방송(KBS) 이사를 11명에서 15명으로, 문화방송(MBC)·교육방송(EBS) 이사를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추천 몫 이사를 전체 이사의 40%로 하고, 방송사 임직원과 시청자위원회, 방송 관련 학회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안도 포함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받았다”며 “대통령은 ‘방송 장악, 언론 장악 할 생각이 없으니 방통위에서 안을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내가 스스로 방송 3법 논의를 중단시켰다’ 이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대통령 지시에 따라 안을 만들라고 사무처에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 발언에 대해 “지시라고 보기보다 의견을 물은 쪽에 더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관련 언급은 있었지만 국회의 의중과 시간표가 우선이라고 밝히며 여당의 속도전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여당 지도부 및 당 소속 상임위원장단과 만찬하며 방송 3법 처리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취지로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의 이사회 구성 규정이 방송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해치는 ‘방송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휘 의원은 “언론노조가 특정 세력과 결탁해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하려는 술수”라고 말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에 의해 망가진 방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이 시행될 경우 KBS·MBC·EBS 기존 사장과 이사진이 전원 교체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정훈 의원은 “그냥 ‘우리가 정권을 잡았으니 방송도 우리 것’이라고 하라”고 주장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6·3 대선으로 ‘제로세팅’(초기화)됐다. 언론 상황도 제로세팅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반박했다.
방송 3법은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7월 임시국회에서 방송 3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애플도 내년 첫 폴더블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모델로 대응에 나선 가운데 심화하는 경쟁이 폴더블폰 대중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폴더블폰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머물고 있다.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폴더블폰 이용자가 늘고 있긴 해도 아직까진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접는 폰 경쟁에 한창이다. 더 크고 화질 좋은 디스플레이, 고사양 카메라를 비롯해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폼팩터(외형) 혁신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갤럭시 폴드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개척했다. 첫 제품은 접었을 때 두께가 17.11㎜에 달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미국 뉴욕에서 언팩 행사를 열고 공개한 Z폴드7은 그 두께가 8.9㎜까지 줄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는 삼성전자 언팩 행사를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접었을 때 두께가 8.8㎜인 신형 폴더블폰 ‘매직 V5’를 공개했다. 중국 오포도 지난 2월 8.9㎜의 폴더블폰을 출시했다. 샤오미는 위아래로 여닫는 ‘믹스 플립2’를 선보였다. 화웨이는 두 번 접는 3단 폴더블폰을 시장에 내놨다. 삼성전자도 두 번 접는 폰을 개발 중이다. 다만 이번 언팩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공식적인 소개는 없었다.
높은 가격과 내구성을 둘러싼 의구심은 대중화를 가로막는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일부 사양을 낮춰 가격을 내린 ‘갤럭시 Z플립7 FE’를 내놓은 것도 폴더블폰 이용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전작인 Z플립6와 같은 수준의 디자인과 성능을 제공하면서 차별화된 AI 경험을 더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시장에선 애플이 예상대로 내년에 폴더블폰을 출시하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까지 진출하면 폴더블폰이 주류로 거듭나는 데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지난 3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의 역성장 가능성을 전망하면서도 내년까지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의 진입과 다양한 클램셸(위아래로 접는 폰) 제품 출시가 예고된 2026년은 시장에 활력을 더할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