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변호사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중동발 정정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면서 “다른 인사가 대신 참석할지 등의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오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소식이 전해진 후 대통령실과 정부 기류가 참석 여부를 재검토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결국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의 불참에는 중동에서의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동북아시아에서도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불참’ 가능성도 결정에 영향 준 듯
나토는 2022년부터 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자격으로 한국을 정상회의에 연속 초청해왔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군사협력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나토와 IP4는 정상회의 때마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연계돼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왔다. 북한과 러시아는 나토 정상회의와 한국의 참석 등을 비판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여 가능성을 낮게 봤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재차 무산되면 유럽 방문 의미가 퇴색될 것을 걱정했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민주주의 진영과 연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북·러 밀착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북 견제 메시지를 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불참으로 서방에서 한국의 대외정책 방향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나토에 특사를 보내 민주주의 진영이 이 대통령의 이번 불참을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