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진행방법 12년 전 대학 진학 비자 받으러 본국 갔다가 희생될 뻔5년 전 어학연수차 한국에…아프간 재입국 너무 위험“전쟁 한복판 이란에 있는 가족들, 무사히 빠져 나오길”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2022년 6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집단학살을 당했던 소수민족 하자라족인 카디제(32)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가면 목숨이 위험했던 카디제는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약 3년 만인 지난 5월 카디제는 소송 끝에 난민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오는 20일 세계난민의날을 앞두고 지난 18일 서울 중구 공익법센터 어필 사무실에서 카디제를 만났다. 한국이 유엔 난민협약을 비준한 1992년으로부터 33년이 지났지만, 난민 인정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난민 인권단체는 국제적 전쟁 위기가 높아진 만큼, 특히 분쟁 지역에 대해선 난민 인정 기준을 완화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 태어나 자란 아프가니스탄 국적 카디제는 2013년 아프간에 갔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한 비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프간을 방문해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다가 다수 민족인 파슈툰족 택시기사에게 납치됐다. 차량 내에는 긴 총이 보였다. 카디제는 “내려달라 해도 내려주지 않다가 사람과 차가 많은 곳에 가서야 내릴 수 있었다”며 “계속 타고 있었다면 지금 살아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이후 이란에서 지낸 카디제는 2020년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으로 왔다. 2021년 8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장악했다. 카디제가 이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프간에 입국해 비자를 연장해야 했지만 입국 자체가 위험했다. 카디제는 2022년 2월 광주출입국사무소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넉 달 뒤 그가 받아든 결과는 ‘난민 불인정’이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하자라족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벌어졌고, 집단학살도 빈번했다. 카디제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매체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을 비판한 적도 있다. 카디제는 “탈레반도 분명히 다큐멘터리를 봤을 것”이라며 “실명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해서 위험이 커졌는데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은 출입국사무소와는 달랐다. 광주지법 행정1단독 임성철 판사는 지난달 22일 카디제가 받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하자라족 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테러가 발생하고 있고, 탈레반은 보호조치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박해를 하는 주체”라며 ‘박해를 받게 될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란 체류 자격이 이미 사라졌다는 점도 고려했다.
요즘 카디제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부모, 큰오빠 등 가족의 생사 확인이다. 가족 중 일부는 아직 이란 이스파한에 머물고 있다. 이스파한엔 이란 핵시설이 있는데,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다. 카디제에 따르면 이란 국민은 전쟁이 발발하면 ‘안전도시’로 이동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이동할 수 있다. 카디제는 “가족들은 허가서가 나오지 않아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이스파한 지역에 계속 머무는 중”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든 이란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한국이 도움의 손길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 자료와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정리한 내용을 보면, 2024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총 105명이다. 난민 인정률은 재정착 난민(본국을 떠나 외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뒤 다시 제3국으로 이주해 정착한 난민)을 제외하면 1.75%에 불과하다. 이 중 소송 등 없이 법무부의 난민 심사만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17명뿐이다. 난민 신청의 1차 심사 대기 기간도 평균 1년2개월에 달한다. 난민법은 난민 인정신청서를 접수한 뒤 6개월 안에 심사를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난민 지원 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 김진수 활동가는 “한국 법무부의 ‘박해’ 기준이 과도하게 높다”며 “오랜 시간이 지난 경험에 관한 내용도 사소한 것에 진술의 일관성을 문제 삼는 예도 있다”고 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변호사)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세계적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분쟁지역 출신 난민 신청자의 경우 정부가 난민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안정적 지위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여당서 5명 입각…상임위 활동 등 ‘관록’ 업무 장악 용이전 정부 장관·전 한나라당 출신…실용주의 인사관 반영하정우 AI수석 이어 기업 전문가 영입…AI 최우선 기조
23일 발표된 새 정부 초대 내각에서 일할 12명의 장관급 인사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 스타일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감 있는 현역 여당 중진 의원을 대거 발탁했고 진보와 보수, 노동계와 경영계 등 이질적인 출신의 인재를 골고루 기용했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중용된 것도 특징이다.
현역 의원의 대거 기용이 눈에 띈다. 장관이 유임된 농림축산식품부를 제외한 10개 부처 장관 내정자 가운데 5명이 여당 현역 의원이다. 모두 다선으로 선출 횟수가 모두 합해 18선에 이른다. 정동영 통일부·안규백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각각 5선, 김성환 환경부·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가 각각 3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가 재선이다. 국가보훈부 장관에 내정된 권오을 전 의원도 3선 의원 출신이다. 이들은 해당 분야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관록을 쌓은 만큼 관료조직을 상대로 업무 장악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대거 입각함으로써 ‘민주당 정부’ 색채를 뚜렷이 한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정권 초반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국회 과반의 여당과 함께 가겠다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보수와 진보, 노동계와 경영계를 넘나드는 이 대통령의 실용적 인사관도 드러냈다. 정권교체로 들어선 정부에서 첫 유임 사례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 내정자는 경북 안동이 고향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 출신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수장 출신 인사를 동시에 내각에 포함한 것도 이채롭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현재 철도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훈 내정자(고용노동부)와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낸 한성숙 내정자(중소벤처기업부)가 주인공들이다.
이재명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AI의 전문가는 내각에서도 중용됐다. 앞서 대통령실에 신설한 AI미래기획수석으로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센터장을 발탁했다. AI와 빅데이터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내정됐다. 국내 AI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인 네이버에서 여성 최초로 최고경영자를 지낸 한성숙 중기부 장관 내정자도 AI를 키워드로 하는 인재다.
AI 전문성 외에 민간 부문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경제위기 상황과 5년 후, 10년 후 먹거리가 눈에 안 보인다는 두려움도 이번 인사에 반영되어 있다”며 “기업 출신들이 적극 들어오는 것은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지역 출신별로 보면 영남 4명, 호남 4명, 수도권·중부 4명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3명이다. 여성이 1명에 불과한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인선에 비해 성비를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해협 봉쇄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국방장관, 외교장관 등으로 구성된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 가까이 접근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유럽 유조선 선사의 임원인 미하이 바르부는 “혁명수비대는 사방에 있다”며 “폭탄이나 수류탄으로 선박을 공격하거나 해안 기지에서 공격할 수 있다. 두렵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날 미국의 공습 이후 초대형 유조선 2척이 해협 초입에서 급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만만에서 페르시아만 방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던 코스위즈덤레이크호, 사우스로열티호 등 초대형 유조선 2척이 항로를 아라비아해 방향으로 180도 변경했다.
두 유조선의 항로 변경과 관련해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회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엔 해협 부근에서 유조선 충돌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는 선박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개시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의 GPS가 전파 방해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유조선이 안전하게 지나가기 충분한 수심의 해로는 대부분 이란 영해에 해당한다. 세계 원유 수송 물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20%가 이곳을 지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기뢰를 해로에 설치하거나 미사일로 개별 유조선과 항구를 공격해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2019년 혁명수비대 소속 특수부대는 영국이 이란 국적 유조선을 영국령 지브롤터 인근에서 나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2개월간 억류한 바 있다.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 봉쇄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 2011년 서방의 대이란 제재 등 위기 국면마다 봉쇄를 위협했으나 실행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