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의 고즈넉한 고찰 흥주사에는 절집의 온 역사를 담고 서 있는 큰 나무가 있다. 나무 높이 20m, 둘레 8.5m의 거대한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다. 절집의 창건 설화에서부터 수많은 사람의 염원을 끌어안으며 스스로 신화가 된 나무다.
고려시대인 900년 전 한 노승이 부처를 모실 터를 찾던 중 백화산 기슭에 이르러 꿈결에 “네가 누운 곳은 매우 상서로운 곳”이라는 산신령의 계시를 받았다. 놀라 깨어난 노승은 그 자리가 부처를 모실 좋은 자리임을 알아챘다.
노승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그 자리에 꽂아 표시하고 절집 건축에 나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놀랍게도 그 지팡이는 점점 자라나며 파릇한 은행잎을 피워냈다. 그리고 이즈음 다시 스님의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아이 없는 여인이 이 나무에 정성을 올리면 자식을 얻을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
스님의 지팡이에서 태어난 은행나무가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소문은 널리 퍼졌다. 아이를 낳기 원하는 아낙들의 발길이 잦아졌고 여인들은 아이를 얻는 기쁨을 누렸다. 나무의 신령함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라서 자신에게 생명을 준 나무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절집에 재산을 내놓았다.
세월이 흘러 어느 때부터인가 이 나무의 4m쯤 높이에서 뻗어나온 굵은 가지에서는 남성의 생식기를 닮은 기형적인 게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이는 나뭇가지가 아니라 뿌리의 일종으로, 공기 중에 내민 뿌리라 해서 ‘기근(氣根)’이라 부르는 조직이다. 오래된 은행나무의 특징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절집 사람들은 독특한 모양의 이 기근을 오랫동안 잉태의 염원을 풀어준 나무가 사람들 정성에 화답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큰 나무 가운데에는 ‘아이를 낳게 해 달라’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이른바 ‘잉태 주술’의 설화를 지닌 나무가 적지 않다.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는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나무가 아닐까 싶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주식투자 리딩사기’로 14억원을 챙긴 사기조직에 대해 ‘은색 수배서(Silver Notice)’를 발부했다. 범죄 수익 및 자산을 추적하기 위해 인터폴이 시범 운영 중인 은색 수배서가 국내 사건에 발부된 건 처음이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폴은 지난 23일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에서 수사하고 있는 투자사기 조직 한국인 총책 2명에 대한 은색 수배서를 발부했다. 이들을 체포하기 위한 인터폴 최고 등급의 ‘적색 수배서’도 발부됐다.
이들은 비상장 주식투자 종목을 알려주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인 뒤 피해자 83명에게서 14억원을 챙기고 해외로 도주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북부경찰청 수사팀의 요청을 받고 한국의 제1호 은색 수배 대상으로 선정해 수배를 신청했다.
인터폴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은색 수배서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적색·청색·녹색 수배서는 해외 도피 범죄자의 체포나 소재 확인, 범죄 정보 공유를 위해 활용된다는 점에서 은색 수배서와 다르다. 은색 수배서는 범죄 수익이나 범죄자의 자산을 추적·동결·환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범죄 수익이 국경을 넘어 부동산, 차량, 암호화폐, 고가 미술품, 골동품 등의 형태로 해외에 은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해외 범죄수익 추적·환수는 조직범죄의 재정 기반을 무너뜨려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은색 수배서를 활용한 유기적 국제공조를 통해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추가 양산 계약을 26일 체결했다. 지난해 20대 양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계약이 체결되면서 최초 양산을 계획했던 40대에 대한 계약이 완료됐다.
방사청은 이날 항공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KF-21 최초 양산의 잔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KF-21은 국내에서 개발 중인 4.5세대 전투기로, 2026년 하반기부터 공군에 도입될 예정이다.
방사청이 이번에 KAI측과 맺은 계약은 KF-21 20대 기체와 기술교범·교육 등 후속군수지원을 포함해 총 2조3900억원 규모다. 방사청은 또 6232억원 규모의 엔진 공급 계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1248억원 규모의 AESA레이더 공급 계약을 한화시스템과 각각 맺었다.
방사청은 지난해 3월 제16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KF-21 총 40대를 2028년까지 공군에 인도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 6월 20대 양산 계약을 맺었고, 나머지 20대는 추가 검증을 거친 뒤 올해 맺기로 했다.
추가 검증은 AESA(능동형위상배열)레이더와 유도탄이 원활히 연결되느냐가 핵심이었다. AESA레이더는 다수의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표적까지의 거리와 방위·고도·속도를 계산하는 ‘전투기의 눈’에 해당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공대공 발사시험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완료돼, 공대공 무장운용능력과 체계통합능력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7조9200억원을 투입해 KF-21 40대를 2028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군은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로 생산해, 총 120대를 공군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양국에선 위태로운 평화가 유지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을 공식 종전일로 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간밤 두 나라의 고요한 하늘은 양측 모두 휴전을 원했음을 시사한다”면서 전날 휴전 발효 직후 한동안 이어졌던 이스라엘·이란의 교전이 완전히 멈췄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무력 충돌하던 기간 전국에 선포했던 특별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가자지구 인근을 제외하고 직장, 학교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또 충돌 기간 폐쇄했던 영공을 개방하고 주요 공항인 벤구리온 공항과 하이파 공항을 다시 열었다. 미 국무부는 주이스라엘 대사관 업무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란은 지난 13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상당한 인적·물적 피해를 본 탓에 정상화 속도가 더디다.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의 사이버 공격을 우려해 차단했던 인터넷 서비스를 복구하지 않았고 휘발유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공항도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휴전 상태가 지속될지 우려하는 시민들의 피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BBC는 튀르키예와 이란 북서부 사이 국경 검문소를 통해 귀향하는 이란인보다 떠나는 이란인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모두 이번 교전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영상 성명을 통해 “12일간 전쟁을 치르면서 핵을 파괴하고 탄도 미사일 위협을 제거했다”며 “세대를 거쳐 기억될 승리”라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대국민 성명에서 “국민은 이란의 승리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며 “이란군이 이스라엘에 입힌 피해와 타격이 이란의 피해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전날 양국은 휴전에 합의했다고 공식 확인한 후에도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보복 차원에서 이란 수도 테헤란 북동쪽에 있는 레이더 기지 1곳을 제한적으로 공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는 길에 기자들에게 “두 나라가 오랫동안 너무 격렬하게 싸워서 자기들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두 나라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격 소식을 들은 후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화해 고성을 지르며 공격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BBC는 “휴전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통화 이후 공격이나 갈등이 격화됐다는 보고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