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프랜차이즈 한국파파존스와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서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났다. 최근 여러 기업들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고 있어 홈페이지 운영과 고객 정보 관리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파존스는 26일 홈페이지에 팝업 형태의 입장문을 내고 “개인정보 노출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파파존스는 이어 “해당 취약점은 즉시 차단 및 보완 조치를 완료해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정부 산하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정보 노출 범위와 원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보안시스템 전면 점검과 추가적인 예방 및 보완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날 파파존스 개인정보 유출 조사에 착수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파파존스는 홈페이지 소스코드 관리 소홀로 2017년 1월부터 이름·전화번호 등 고객 주문 정보가 온라인상에 노출돼 있었으며, 지난 25일에서야 이를 확인·인지했다.
개인정보위는 이에 따라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유출 경위와 피해 규모, 기술적·관리적 안전조치 의무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따른 개인정보 보유·이용 기간을 초과해 주문 정보를 보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 확인해 법 위반 확인 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분할 예정이다.
머스트잇도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렸다.
머스트잇은 “지난 23일 KISA를 통해 개인정보 침해 정황을 통보받았다”며 “자체 점검 결과 5월6~14일, 6월9일 두 차례의 비정상 접근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인터페이스(API)는 별도 인증 없이 개인정보 일부를 조회할 수 있는 구조였으며, 사고 인지 즉시 해당 취약점을 차단하고 전면적인 보안 조치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관련 기관(개인정보위 및 KISA)에도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유출 가능성이 있는 개인정보는 회원번호와 아이디, 가입일, 이름,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 번호, e메일, 주소 등 최대 9개 항목이다. 머스트잇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계정의 비밀번호 변경을 권장한다”며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의심스러운 전화나 문자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최근 홈페이지 설계 취약점으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각 사업자들은 관리자 페이지 접근 제한, 인터넷주소(URL) 관리 등 홈페이지 운영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멧 아래로 보이는 맑고 선한 눈, 약간 상기된 미소가 앞날에 대한 설렘과 희망을 머금은 청년 같다. 그래서 더 슬프다. 노동자 김충현이 마흔한 살 때인 2016년 태안화력발전소의 공작기계 담당으로 입사한 것을 기념해 스스로 찍은 사진이다.
그 후로 9년, 김충현이 속한 회사는 8번 바뀌었다. 회사가 2년 이상 근무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그것을 회피하려 한 사정과 관계있다. 그는 불공정한 다단계 하청 구조의 가장 아래에서 일하다 지난 2일 기계에 끼여 숨졌다. 같은 발전소에서 20대 김용균이 숨진 지 6년이 지났지만 일터 안전에서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었다.
김충현은 재하청 노동자이면서 이른바 ‘전환’(에너지 전환을 뜻한다) 대상 산업 종사자였다. 재하청은 일 시키는 사람은 있어도 안전을 책임질 사람은 없다는 뜻이고, 전환은 일자리가 곧 사라진다는 뜻이다.
김충현과 김용균이 위험한 작업 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김충현은 숨지기 며칠 전 지인에게 ‘태안화력 폐쇄’ 관련 뉴스를 공유하며 “발전소 아닌 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발전소 경력을 연장하는 곳이 어딜까” 물었다. 태안화력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원 퇴출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는 일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 책임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있는데, 그 비용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부정의이다. 원청은 이들을 상대해주지 않고 정부도 이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김충현은 열심히 살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직업 기술을 연마했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재교육 필요성을 설파했다. 취약계층과 해외아동을 도왔고, 탄핵집회에도 참가했다. 그가 스러진 날은 대통령 선거 하루 전이다. 마지막까지 존엄성과 책임을 지키려 했던 이 노동자는 어떤 세상을 바랐을까.
김충현은 죽기 전 <이재명과 기본소득>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 이재명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소득 정책을 취재한 언론인이 쓴 책이다.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는 현실에서 고용과 연계되지 않은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책 속에서 이재명이 말했다.
“기술이나 생산력이 충분히 발달해서 모든 사람이 다 노동하지 않고도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상태에 왔다. 그러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살아야 하지 않나?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못살고 있다. 그렇다면 구조적 원인이 무엇일까? 결국은 불평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충현이 깊이 공감했을, 사태의 본질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대전환’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내란을 넘어 사회 대전환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은 인공지능(AI) 기술로 경제성장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며 이 말이 쓰일 때이다. AI 연구·개발은 필요하다. 하지만 AI 기술 혁신이 곧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숙고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얼마간 국내총생산(GDP)을 올리는 데 보탬이 되더라도 지금 사회의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건 AI가 일자리를 급격히 줄이리라는 점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결과가 따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 전인 지난 1월 ‘옛것과 새것-인공지능과 인간지성의 관계에 관한 노트’에서 AI 발전이 노동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현 구조는 느리고 약하고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이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투자하지 않는 듯하다”며 “소수가 많은 이들의 빈곤을 대가로 과도한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을 우려했다.
AI가 고도화된다고 노동 현장이 더 안전해질 것 같지도 않다. 사람들은 기계가 도입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맞춰진 기계가 아니라, 기계의 속도에 노동자가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됐고, 그 결과는 ‘김충현’들의 죽음이었다. 김충현처럼 기계를 돌보는 사람은 필요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윤만 중시하는 지금 구조 아래선 AI 시대에도 여전히 빵 굽는 기계에 기름칠하러 들어가다가, 오작동한 선반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책임 있는 윤리적 ‘AI 대전환’을 생각해볼 때다.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이 ‘게임시장 위기론’을 제기하면서 해법으로 ‘빅 게임’을 꺼내들었다.
박용현 넥슨코리아 개발 부사장 겸 넥슨게임즈 대표는 24일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기조강연에서 “PC 라이브 게임, 모바일 게임, 패키지 게임 시장 모두 정체에 빠졌거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출시된 지 5~10년이 넘은 게임들이 여전히 PC 게임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모바일 게임은 틱톡·유튜브와 경쟁하고 있다고 짚었다.
박 부사장은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은 앞으로 수년뿐”이라고 봤다. 이어 “우리도 개발 비용이 늘어나고 있고, 해외 개발사도 한국의 강점인 라이브 서비스 경험을 쌓고 있으며, 한류 유행도 언젠간 식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넥슨의 전략으로 박 부사장은 그간 게임업계에서 통용된 ‘대작’ 수준을 뛰어넘는 ‘빅 게임’을 제시했다. 빅 게임은 규모와 퀄리티를 모두 갖춰 기존 경쟁자들과 정면으로 승부할 수 있는 타이틀을 말한다. 박 부사장은 중국 ‘게임 사이언스’가 개발비 600억원으로 2500만장 이상을 판매한 ‘검은 신화: 오공’ 등을 빅 게임 사례로 들며 “우리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박 부사장은 넥슨과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가 기존의 게임 마케팅 방식과 제작 방식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패키지 게임들은 수년 전부터 트레일러(예고 영상)를 공개하고 기대감을 끌어올린다”며 출시 약 두 달을 앞두고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국내 업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위기 의식은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의 환영사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게임산업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형 지식재산(IP)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이나 웹3 등 새로운 기술의 흐름이 더해지며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점점 복잡·정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NDC는 올해 18회째를 맞은 국내 최대 게임산업 지식 공유 콘퍼런스다. 26일까지 사흘간 판교 넥슨 사옥 및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