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상위노출 정서적으로 이해하면서도 경험적으로 와닿지 않던 말 중 하나가 ‘집밥이 그립다’였다. 난 어디서 무얼 먹든 집에서 먹어온 것에 비하면 대체로 맛있다며 감탄했으니까.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전에 친구들과 요기하러 갔다 순두부의 보드라운 식감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고소한 가지무침이나 꼬들꼬들한 미역줄기볶음은 대학 후문의 백반집에서 처음 접했다. 나중에 직장을 얻고 부엌과 침실이 분리된 주거공간을 갖게 된 후 이런저런 요리를 시도하며 알았다. 배달음식이든 학식이든 내가 만든 것보다는 맛이 좋다는 사실을. 손맛뿐 아니라 ‘손맛 없음’도 전승되나 싶었다. 집밥과 관련해 이렇다 할 추억이나 기술은 없지만 그렇다고 영혼의 안식을 얻을 음료나 음식마저 갖지 못한 건 아니다.
고풍스럽진 않고 낡고 각지기만 한 건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파르페와 레모네이드를 파는 고전적 카페와 로즈버드나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가 섞여 있었고 일부 대학가엔 스타벅스도 들어왔지만, 일상의 일용할 음료는 그 법학관 2층 복도 끝 자동판매기에서 나왔다. 맹맹하고도 쓴맛 났던 블랙커피나 맛의 차이를 도통 알 수 없던 밀크커피와 크림커피 대신 자판기 우유를 즐겨 마셨다. 탈지분유를 뜨거운 물에 녹이고 프리마와 설탕을 가미했을 음료를 한 모금 삼키면 포근포근해졌다. 아기 입맛이라고 주위에서 놀렸지만 내 미각으로 그건 어른의 우유 맛이었다.
공강 시간이면 자판기 앞에서 친구와 재잘댔고, 세미나 함께하자며 후배를 설득했고, 전날 다퉜던 선배와 화해했다. 3학년 마칠 무렵 신축 건물로 이전했지만, 학부 시절 하면 습기 찬 옛 건물의 복도부터 떠오른다. 이후 <무빙>이란 드라마에서 두 특수요원이 자판기 커피를 뽑다 가까워지는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열아홉과 스물 무렵 내게 수행할 작전 같은 건 없었으나 계단참의 발소리에 귀 쫑긋해진 채 기계에 동전을 최대한 느릿느릿 밀어 넣으면서 어떤 이와 마주칠 계기를 만들고 싶어 했던 순간들은 있었다고 말이다.
생선을 굽거나 조리는 냄새 또한 각별했다. 주택가 아닌 상점 거리에서 풍겨도 가정요리의 느낌을 주며 막연한 향수를 불러왔다. 집에서 자주 해 먹었던 것도 아닌데 어디서 기인한 감정일지. 구시가지에 나갔다가 냄새에 이끌려 식당 문을 밀고 들어서며 궁금했다. 2인석은 다 찬 데다 혼자서 4인용 탁자를 차지하려니 면목 없어 주방 귀퉁이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덕분에 삼치와 고등어, 자리돔 등이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밥공기는 절반도 안 비우고 야옹이처럼 생선만 말끔히 발라 먹자 생선 굽던 아저씨가 다음엔 미리 말하라 하셨다. 밥 적게 먹으니 삼치를 특별히 큰 도막으로 구워주겠다고. 깍쟁이 느낌의 아주머니가 카운터에서 계산하다 말고 아저씨에게 눈을 흘겼다.
몰래 풋 웃다 기억해냈다. 대상 모를 그리움의 근원을. 열세 살 때 성당 서고에서 꺼내 드니 뿔테 안경 쓴 고등학생 오빠가 그건 네 나이대에 읽는 거 아니라며 내려놓게 했던, 그래서 도리어 사춘기적 호기심이 일었던, 현대고전 중 하나일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온 구절이다. “두 내외는 계집아이도 없이 퍽 외롭게 살고 있었지만 언제든지 다정스럽고 흡족한 부부다. (…) 생선 한 마리라도 맛나게 보글보글 지져서 머리 맞대고 의좋게 먹는다.”
또 더 있다. 어릴 적 독감으로 밤새 펄펄 끓던 열이 내린 아침, 긴 홈웨어를 입은 외할머니가 “우리 강아지 깼나” 하며 주공아파트 부엌에서 내어주던 식혜의 청량함과 마가린 발라 구워 설탕 솔솔 뿌린 식빵의 달콤함. 지구 저편에서 공부할 무렵 선배 언니가 기숙사 공동부엌에서 만들어준 감자수제비와 박사후연구원 시절 수녀님들이 겨울밤에 과일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여준 뱅쇼. 여름철 배앓이로 종일 굶은 오늘, 마음이 기억을 마시고 먹었다.
검찰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로부터 ‘알맹이가 빠졌다’며 업무보고를 퇴짜 맞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정기획위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이 빠져있다는 취지로 중단시켰지만 검찰 내부에선 “정부가 개혁하고 국회가 입법하면 될 사안을 왜 우리에게 가져오라 하냐”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지난 여러 수사로 인해 우리가 할 말이 없는 것도 맞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지난 20일 국정기획위가 대검찰청의 업무보고 30분만에 “알맹이가 없다”고 퇴짜를 놓은 뒤 검찰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단 대검 등 검찰 간부들 사이에선 겉으로는 말을 아끼면서도 속으로는 불편한 속내가 엿보였다.
국정기획위가 짚은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공약인 ‘검찰개혁 관련 방안’ 등이 빠져있다는 것이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대검이 낸 업무보고 자료에는 형사부·여성아동범죄조사부·범죄수익환수부 등 민생범죄와 관련된 부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불공정거래·중대재해 등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선 ‘기강잡기’로 보는 시각이 먼저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부에서) 의도한 건 아니었을지라도 우리로선 새 정부 들어 ‘군기’를 잡는다고 느낀다”며 “나름 실무진과 긴밀히 협의해 준비했는데 중단되니 황당하고, 최악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부가 직접 세운 개혁안을 시행하고 국회가 검찰청법 등 개정 입법을 하면 될 일을 왜 검찰에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윽박지르기 식으로 기강을 잡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혁의 권한은 정부·국회에 있는데, 개혁될 당사자에게 ‘어떻게 자신을 개혁할지 답안을 갖고 오라’는 식”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반발 옆에서 자조 섞인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다른 검찰 간부는 통화에서 “어찌됐든 국민들에게 기소권 남용이라고 보일 만한 사건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스스로 자초한 상황일 수도 있는 만큼 개혁은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향후 개혁이 과도한 수준으로 가면 되려 국민의 이익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점도 있다”며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권한을 내려놓을 건 내려놓되 한쪽에 치우친 게 아니라 안정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정책기획관실은 국정기획위에 다시 제출할 업무보고용 자료를 보강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오는 24일까지 업무보고 자료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고, 25일 업무보고를 재차 받기로 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의 ‘검찰 권한 축소 및 통제 강화를 통한 국민 기본권 확대’ 공약을 중심으로 한 자료 보강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정부의 기조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조직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검찰이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모양새만 취하는 식의 내용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서 북한이 배울 교훈이 있는지 취재진이 묻자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이는 변함없는 약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북한과 상당한 접촉을 해왔다”며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북한이 자체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브루스 대변인은 북한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선 “이 시점에 가정적인 추측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