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문변호사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고조된 중동 정세 불안의 최대 수혜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전략적 파트너인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태에 개입하진 않으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유로뉴스는 22일(현지시간) “중동의 새로운 위기는 역내 러시아의 영향력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크렘린궁에 희소식을 가져다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쟁자금줄 차단을 위해 유가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약 8만3000원)에서 45달러(약 6만2000원)로 낮추는 제재안은 23일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란의 충돌 이후 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면서 계획 추진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폴리티코 유럽판 등은 전했다.
러시아는 유가 상승 덕도 볼 수 있게 됐다.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 원유인 우랄산 원유는 충돌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 10일 배럴당 약 57달러(약 7만8000원)에 거래되며 최근 2년 사이 최저 수준이었으나 이날 기준 74달러(약 10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원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마련해온 러시아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제사회 시선이 중동으로 쏠리면서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 압박에서도 자유로워졌다.
CNN은 “푸틴은 이란, 이스라엘, 미국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 지도자로서 중동 사태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면서 오랫동안 미국을 이란 공격에 끌어들이려 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숙원이 이뤄졌다. 이번 사태의 유일한 승자는 네타냐후 총리이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경멸하던 개입주의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수부대 출신 특유의 인내와 끈기로 단련된 사람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를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이스라엘 정상회담 때 네타냐후 총리가 설명한 이란 공격 계획을 일축하고 4월9일 네타냐후 총리가 벙커버스터 지원을 요청했을 때도 이를 거절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을 시작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 5월13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고 이란에 경고했을 때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 무렵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사실과 이를 막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 8일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장에게서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이란을 공격할 게 확실하다”는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 이때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임무는 실행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전화를 끊고 난 후 “우리가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현명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이란군 참모총장 암살 등 이스라엘의 공격이 성공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NYT는 “자기 공을 인정받고 싶어 안달 난 트럼프는 자신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이스라엘 군사작전 이면에 개입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군은 21일 이란 핵시설 세 곳을 폭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취임 5개월여 만에 ‘전쟁광’이라며 그토록 경멸해온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