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폰테크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20일 검찰을 향해 “검찰은 지난날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검찰청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검찰정권의 폭주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낳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은) 검찰에 대한 주권자 국민의 심판”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국민은 진짜 대한민국에 걸맞은 진짜 검찰·검사를 원하고 있다”며 “국민이 막강한 검찰권을 (검찰이) 감당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때 검찰은 권력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겨냥한 발언도 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은 검찰에게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함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실은 권력 향배에 따라 주가 조작 녹음파일이 없다가 나타나고, 영부인 호출에 어디든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검찰의 목소리는 검찰권 오남용으로 정의가 왜곡되고 국민이 고통받을 때가 아니라 검찰권을 사수할 때 터져 나왔다”며 “검찰이 상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고, 상사 명령이 아닌 국민 법률에 따를 때 국민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진짜 검사, 진짜 검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짜 검찰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해식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장은 이 자리에서 “직접수사권 배제를 전제한 상태에서 형사 절차의 공정성·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의 보고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분과장은 “이제 검찰 권력을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수사·기소권 분리 취지에 검찰이 공감한다면 법과 제도가 바뀌기 이전이라도 형사부 기능을 대폭 강화해 민생사건 처리에 정성 들이는 성의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공식 출범한 국정기획위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전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받는다.
사흘째인 이날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검찰청, 경찰청, 법무부의 업무보고가 차례로 진행된다. 세종컨벤션센터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업무보고가 이어진다. 과천정부청사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가 있다.
‘엉겅퀴꽃’, ‘철원 평야’, ‘춤을 추리라’ 등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노래한 민영(본명 민병하) 시인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1934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가족과 함께 만주로 이주해 유년 시절을 보냈다. 간도성 허룽현의 명신소학교를 5학년 때 중퇴 후 독학했으며, 1959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단장>,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등을 냈다. ‘엉겅퀴꽃’ 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한을 엉겅퀴꽃에 빗대 표현한 작품이다. ‘철원 평야’ 는 한국전쟁이 훑고 지나간 빈 들판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감상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분단과 시대의 아픔을 보듬었으며 전통 민요의 생명력을 현대시에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로 소시민들의 일상, 토착적 삶의 애환과 그들의 한의 정조, 낙관적 정서 등 우리 삶의 일상적 서정들을 아름다운 가락으로 노래했다.
고인은 1983년 한국평론가협회 문학상, 1991년 시집 <바람 부는 날>로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만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시집에 대해 “단아한 형식 속에 긴장의 자세를 잃지 않는 시인의 지속적인 자기성찰이 개인사와 민족사를 함께 아우르는 시적 성취를 이뤘다”고 평했다.
고인은 사회문화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한국작가회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부회장 및 민요연구회 회장 등을 맡았다. 철원 출신 소설가인 이태준 탄생100주년 기념사업회장으로도 활동했다.
빈소는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용인공원묘원이다.
새로 쓴 책 <잘나가는 도시의 성공비결>을 탈고하고 지난달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교정과 출간을 앞두고 현장답사로 사실을 확인하고 추세에 부응하려 노력한 것이다. 최고를 지향하는 정부나 기업의 숨 가쁜 혁신처럼 특화도시 경쟁도 치열한 상태다.
도쿄는 뉴욕과 런던에 필적하는 세계도시다. 영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 에도 막부를 설립하면서 도약했다. 1868년 에도 막부가 붕괴하자 중앙집권체제의 구심점으로 교토의 천황이 옮겨 왔다. 1945년 패전 직후에 도쿄 대공습을 치유하려고 인프라를 재건했다. 요즘은 뉴욕처럼 수려한 전망대 빌딩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타이(태국) 페스티벌’이 개최될 정도로 다문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6·3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재연된 관료통치 부활극을 탐구하려고 도쿄 황거와 정부청사에서 시작해 메이지신궁과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제국주의 일본을 건설한 엘리트 관료의 무대인 야스쿠니신사에선 결기가 느껴졌다.
국가 주도 하향식 전략인 폐번치현(번의 폐지, 현의 설치)과 식산흥업은 메이지유신 직후의 행정개혁과 발전전략을 대표한다. 도쿄 위성도시인 가와사키와 요코하마는 산업과 무역에 특화한 곳이다. 도쿄와 지방을 연결하는 신칸센은 지역발전의 촉진제이자 수도권 집중화라는 양면성을 표출했다.
일본 근대화의 선봉장인 관료제는 조선과 대만에 관료통치를 이식했다. 식민통치의 설계자 이토 히로부미는 1885년 일본 초대 총리로 연임을 반복하다 1906년 조선통감으로 부임했다. 그는 러일전쟁으로 확보한 다롄을 거점 삼아 만주를 넘보다 ‘동양평화의 수호자’에게 암살당했다.
이후 70년이 지나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부가 통치 엘리트의 반목으로 무너졌다. 미국을 뒷배 삼아 종신 지배를 꿈꾸던 이승만 정부도 이보다 앞서 붕괴했다. 사실 이승만과 박정희 정부 후반기는 프랑스 공화국 초기에 등장한 두 번의 제정을 연상시킨다. 검찰 관료 출신 윤석열의 불법계엄도 정적 제거와 장기집권을 의도했다는 점에서 민주공화국의 위기였다.
일본에서는 미군정의 통치 유전자 개조작업이 실패하자 ‘55년 체제’라는 정·경·관 엘리트 연합이 부활했다. 1990년대 중반 고도성장과 장기집권 체제에 균열이 시작됐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익의 반발이 폭주했다.
일본 권위주의와 미국 기술주의 행정 전통이 결합한 한국 관료제 신화도 여전하다. 경찰과 군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주력하다가 인권과 자유를 앞세운 검찰과 경제 엘리트가 급부상했다. 철옹성 법조와 쌍벽을 이루는 경제부처 관료는 국무총리나 은행장에 만족해왔지만 검찰의 추락을 틈타 최고 권력을 넘보기 시작했다. 경제통인 대통령 권한대행들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과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를 앞세워 보수와 재벌의 호응을 유도했다.
일본 관료제가 건설한 만주국은 박정희 정부의 주역들이 일본군 장교로 근무한 곳이다. 한국판 관료제의 화신은 6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주도한 김종필이다. 근래에는 윤석열을 경유해 30년 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에 대응해 편제한 통상교섭본부장 출신 한덕수가 계보를 잇기도 했다.
이승만 정부 시기에 군부는 경찰에 밀렸지만 쿠데타로 주도권을 장악했다. 만주국이 확립한 행정 전통인 기획원을 경제 관료가 주도하면서 재정경제부가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제 내외부 협업과 협치를 제대로 하려면 기술적인 대리인 행정에 익숙한 기획과 경제부처보다 헌신적 청지기 의식을 체득한 보건복지나 과학기술 및 문화체육관광 부처가 국정을 주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