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폰테크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7일 12·3 불법계엄 사태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에 보여주신 기대에 비춰볼 때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공수처는 신중하고 신속하게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처장은 “가능한 모든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공수처에 보여주신 기대에 비춰볼 때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성원과 질책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부패 수사기관으로서 더욱 정진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현재 공수처는 일명 ‘방첩사(령부)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이지만 계속해서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며 애쓰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공수처는 국군 방첩사령부가 전·현직 군 장성의 정치 성향 등을 조사한 문건을 만들어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친분이 있는 군법무관 명단을 정리한 ‘최강욱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 등 이른바 ‘방첩사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이다.
오 처장은 “1년 전 취임사에서 저는 외풍을 막아 공수처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며 “초심을 잊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철저히 준수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이를 통한 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일소라는 시대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지난해 5월 2대 공수처장으로 취임했다.
‘킹받다’는 말은 왕과는 아무 상관 없는 좀 희한한 조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던 영국도 이젠 제 섬으로 돌아갔고, 일본이 ‘공허한 중심’(롤랑 바르트)인 천황제를 아직 고수하지만 왕들은 현실 권력을 모두 궁으로 거둬들였다. 이런 차에 대체 무슨 영문인가.
민주주의의 표본인 미국에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구호를 거리의 시위대가 외친다고 한다.
우리 대한국민은 전근대적인 왕정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나라 이름을 받들고, ‘민주공화제’임을 합의해 오늘날 ‘민주주의’ 체제로 역사의 물줄기를 틀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했다. 이로써 역사는 일통하게 이어지고, 14명의 대통령이 배출됐다.
그랬던 우리나라에서 20대 대선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쓴 이가 뽑히더니, 실제로 그는 킹처럼 행동하더니,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제 발등만 찧고 말았다. 이에 ‘킹받을 대로 킹받은’ 주권자들이 일어나 내란을 조기에 진압한 뒤 선거로 깔끔하게 응징했다. 그젠 생뚱맞게 ‘국모’란 단어가 튀어나와 실소를 자아냈지만 이젠 법의 심판만이 착착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보라, 세계도 놀라는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
한자는 세상을 복사하듯 그대로 사생(寫生)하는 문자다. 단순에서 복잡한 획으로 사물과 사태, 개념과 추상을 요약해 표현한다. 옥편은 이런 방대한 한자를 부수(部首)로 분류하는데, 한 일(一)부터 시작해서 ‘위아래로 통할 곤(丨)’으로 이어진다. 그다음은 ‘점 주(丶)’인데 이 부수에 속한 세 한자가 매우 매섭다. 붉을 단(丹), 알 환(丸), 주인 주(主). 이들은 계엄, 탄핵, 파면, 선거의 배후를 관통하듯 그대로 주르륵 엮어지지 않겠는가.
주권자들은 한 조각 붉은 마음, 이른바 단심(丹心)을 지녔다. 어처구니없는 계엄이 발동됐을 때, 총알같이 뛰어나가 저지한 이도 바로 이런 마음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탄환(彈丸) 같은 한 표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주인(主人)이 바로 자신들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왕(王)자 위에 무심한 점 하나 툭, 앉아 있는 주(主)를 오래 바라본다. 민주주의(民主主義) 만세. 우리나라 만만세.
전북 군산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해 지인을 숨지게 한 60대가 경찰 수사 끝에 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군산경찰서는 17일 A씨(60대)를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일 오전 11시 5분쯤 군산시 옥서면의 한 도로에서 지인 B씨(50대)를 차량으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처음 ‘교통사고 사망’으로 신고 접수됐다. “사람이 튕겨 나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수풀 아래 쓰러져 있는 B씨를 발견했다. 당시 현장 정황은 차량이 가드레일과 전신주를 잇달아 들이받으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던 경찰은 사건의 실체를 포착했다. 영상에는 B씨가 차를 세운 뒤 가드레일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조수석에 있던 A씨가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긴 모습이 담겼다. 이후 차량은 B씨를 향해 돌진했고, A씨는 사고 직후 그대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차량 유리창이 파손되지 않은 점에도 주목했다. 수풀 아래로 사람이 튕겨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창문이 깨졌어야 하지만, 차량은 외형상 큰 손상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고의적 범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전환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쯤 군산 시내 한 거리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2년 전 꽃게 유통 사업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최근까지 금전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조사에서 “B씨가 ‘땅을 보겠다’며 차에서 내린 틈을 타 범행했다”며 “금전 문제로 앙심을 품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등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사전 계획 여부를 검토했지만, 범행을 미리 준비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정황상 충동적 범행으로 판단된다”며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