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신용영향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방망이를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부르던 노래 가사 속 ‘이상한 나라’는 이해가 간다. 뚝딱 한 번에 금과 은이 나오는 건 분명 이상하니까. 그런데 왜 그 나라는 아름다웠을까? 금값이 많이도 올라서? 무엇이든 뚝딱 만들 수 있어서? 아름다운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도깨비 나라의 방망이만큼 이상한 방망이를 경험해본 지금, 나는 다시 그 노래를 생각하게 된다. ‘논문 나와라’ ‘음악 나와라’ 하면 몇초 만에 뚝딱 뭐가 나오는 AI가 있으니까.
‘뚝딱’은 무언가를 손쉽게 해낸다는 뜻. 아무렇지 않게 멋진 일들을 뚝딱 해내는 사람들을 우리는 고수, 달인, 장인이라 부른다. 쉽게 해내는 사람들은 늘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왔다. 실수, 실패, 좌절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야만 뚝딱의 근육이 생긴다.
프랑스의 바게트 장인은 맨손으로 반죽을 만져보기만 해도 그날의 날씨에 맞춰 발효 시간과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계량기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반죽의 상태와 조리법을 알아차리기 위해 그는 모든 종류의 날씨를 통과하며 반죽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건 몸의 지식이 충분히 쌓였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경지. 잘하고 싶은 마음을 몸으로 실천한 시간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작업 속도가 빨라져 ‘뚝딱’이란 단위로 압축된다. 이 때문에 뚝딱은 숙련의 언어이자 속도의 언어다.
빠름이 경쟁력이고 속도가 권력인 상황에서 뚝딱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단어, ‘딸깍’이 등장했다. ‘딸깍’은 생성형 AI 시대를 상징하는 클릭의 소리. 딸깍 한 번에, 전에 없던 결과물이 출력된다. 뚝딱과 딸깍의 차이는 ‘누가’ 그 일을 해내느냐에 있다. 뚝딱은 경험과 실패를 견뎌낸 사람의 몸에서 나오지만, 딸깍은 기계가 처리하는 결과다. AI가 장인과 고수의 결과를 쉽게 모방할 수 있으니, 숙련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기 쉽다. 인고의 노력이라는 숭고한 클리셰 없이, 실수와 방황이라는 시행착오 없이 ‘딸깍’은 빠르게 결과를 내놓는다. 반죽에 손만 갖다 대도 뚝딱 조리법이 나오던 장인 대신, 딸깍 한 번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최상의 빵 레시피가 나온다.
모든 것이 가속화되는 요즘, ‘딸깍’이란 말도 빠르게 소멸할 것처럼 보인다. AI는 점차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agent로 진화 중이다. 여행지를 고르면 숙박과 항공권이 자동으로 예약되고, 기저귀가 떨어지기도 전에 육아용품이 문 앞에 도착할 거라고 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나보다 먼저 내 필요를 감지하고 행동하면서 우리가 세계에 관여하는 방식 자체가 바뀔 미래를 앞두고 있다. 노력을 외주화하고, 경험을 누락하며 쉽고 빠른 결과에 익숙해지기 딱 쉬운 지금에서야 비로소 나는 어릴 적 부르던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의 ‘아름다움’을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다.
도깨비는 ‘그 방망이’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분투를 겪었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뚝딱 만들어주는 방망이를 만드는 과정이 그 이상한 나라를 아름답게 만든 힘이 아닐까? 그러니 아름다움은 방망이를 두드려 나온 금과 은이 아니라 방망이를 만드는 과정 속에 깃들어 있다. ‘딸깍’ 한 번으로 많은 것이 이루어지는 지금도 여전히 ‘뚝딱’에는 힘이 있다. 내 몸으로 직접 부딪치고 감각하는 아름다움. 금이나 은을 만들지 못해도 실수와 변주를 품은 나만의 도깨비방망이 하나쯤은 평생에 걸쳐 만들고 싶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4선·부산 진구을)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오후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 의원은 부산 진구을에서 19·20·21·22대까지 4선을 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과 국회 국방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는 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김성원(3선·경기 동두천시양주시연천군을), 송언석(3선·경북 김천) 의원에 이어 당내 세 번째로 경선에 출마했다. 이로써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은 다자구도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하루 동안 후보 등록을 받고 오는 16일 경선을 실시한다.
‘엉겅퀴꽃’, ‘철원 평야’, ‘춤을 추리라’ 등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노래한 민영(본명 민병하) 시인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1934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가족과 함께 만주로 이주해 유년 시절을 보냈다. 간도성 허룽현의 명신소학교를 5학년 때 중퇴 후 독학했으며, 1959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단장>,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등을 냈다. ‘엉겅퀴꽃’ 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한을 엉겅퀴꽃에 빗대 표현한 작품이다. ‘철원 평야’ 는 한국전쟁이 훑고 지나간 빈 들판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감상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분단과 시대의 아픔을 보듬었으며 전통 민요의 생명력을 현대시에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로 소시민들의 일상, 토착적 삶의 애환과 그들의 한의 정조, 낙관적 정서 등 우리 삶의 일상적 서정들을 아름다운 가락으로 노래했다.
고인은 1983년 한국평론가협회 문학상, 1991년 시집 <바람 부는 날>로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만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시집에 대해 “단아한 형식 속에 긴장의 자세를 잃지 않는 시인의 지속적인 자기성찰이 개인사와 민족사를 함께 아우르는 시적 성취를 이뤘다”고 평했다.
고인은 사회문화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한국작가회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부회장 및 민요연구회 회장 등을 맡았다. 철원 출신 소설가인 이태준 탄생100주년 기념사업회장으로도 활동했다.
빈소는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용인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