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30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24일(현지시간) 동의하면서 지난 13일 이후 12일간 2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양국의 교전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 합의 후에도 여전히 미사일 공방을 주고받아 살얼음판이 계속되고 있다. 휴전 준수 여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여부 등에 따라 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 제발 그것을 위반하지 말라”고 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안에 동의했다. 이스라엘은 핵과 탄도미사일이라는 즉각적이고 실존적인 위협 두 가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내각 회의를 소집하고 ‘일어서는 사자’ 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국영 프레스TV가 “휴전이 시작됐다”고 보도하는 방식으로 휴전 발효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이란이 12시간 동안 공격을 중단하고 이어 이스라엘이 12시간 동안 휴전해 24시간이 지나면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확인하는 방식의 3단계 휴전안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NBC방송 인터뷰에서 휴전 기간에 대해 “무기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의 이란 핵 시설 폭격 이후 확전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번 휴전 합의로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충돌은 일단 봉합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계획을 공개하기 전 이란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 보복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는데, 공격 계획을 미국에 미리 알린 ‘약속대련’이었다. 확전을 피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 통보했고 미국인 사상자가 없었던 것에 대해 이란에 감사를 표하면서 확전 자제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란이 매우 약하게 대응했다”며 “이제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휴전 성사를 놓고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핵 시설을 타격하며 이란을 몰아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 효과를 거둔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J D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통화하며 휴전 성사를 끌어냈다면서 “대통령은 재설정(리셋) 버튼을 눌렀다”고 말했다.
두 당사국이 발표하기도 전에 휴전 합의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인 면모도 재확인됐다. 미 언론들은 이같은 발표 형식에 미 당국자들도 놀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에 휴전 수용을 압박하는 동시에 자신이 중재 역할을 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소셜미디어 글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거의 동시에 내게 다가와서 ‘평화’를 말했다”며 “나는 지금이 (휴전 및 종전에) 적기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진과 ‘힘을 통한 평화’라는 문구가 합성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 상대의 공격 중단을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한쪽이라도 공격을 재개하면 이를 빌미로 충돌이 재발할 여지가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휴전 합의 후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강력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라는 근본적인 갈등 요인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미군이 타격한 이란 핵 시설이 실제로 얼마나 파괴됐는지를 놓고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빼돌린 정황도 포착됐다. 휴전이 이란 핵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도 불분명하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과 장기적인 분쟁 종식을 논의하고 싶다”고 했지만 미군에 당한 이란이 오히려 핵 개발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