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서양
서양 문명은 보편 문명이 아니라 다양한 전통과 문화를 배제하고 선택적으로 취사해 만들어진 것이다. 서양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4인의 삶을 통해 조명한다.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열린책들. 3만3000원
마음을 두고 온 곳, 세계의 구멍가게 이야기
오래된 구멍가게를 아름다운 세밀화로 담아내온 이미경 작가의 신작. 10여년간 영국, 프랑스, 모로코, 튀르키예, 몽골, 네팔, 인도네시아 등 19개국에서 마주친 이국적이고 친숙한 구멍가게를 그린 작품과 글을 담았다. 향수와 따뜻함이 넘친다. 남해의봄날. 2만8000원
라스트 데이즈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제프 다이어가 사진, 문학, 재즈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 쓴 에세이. 60대 중반에 접어든 저자는 예술의 천재들이 말년에 내놓은 성과들에 주목하며 ‘말년의 삶’이 주는 쓸쓸함과 풍요에 대해 성찰한다. 서민아 옮김. 을유문화사. 2만3000원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 문화평론가, 도서평론가, 천문학자, 생화학자 등 자칭 ‘도서관 생활자’ 네 사람이 만났다. 자신들의 삶에서 도서관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왜 우리에게 도서관이 필요한지 역설한다. 이용훈·이권우·이명현·이정모 지음. 어크로스. 1만8000원
산빛
<노동의 새벽>의 시인 박노해는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에티오피아의 산능선, 안데스 산맥의 깊은 계곡, 인도네시아의 화산, 볼리비아 탄광 마을, 파키스탄 고원의 만년설산 등을 담았다. 느린걸음. 2만2000원
냄새나고 물기 많은 생선상인들 “비닐 아니면 안 돼”
‘알아서 참여’ 관망한 윤 정부일상 속 실천까지 후퇴시켜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 7개를 양손에 들고 차로 향하던 조대성씨(53)는 기자가 “오늘이 세계 비닐봉지없는날”이라고 말하자 “비닐봉지없는날?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온 김상수씨(45)도 “처음 듣는 날”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없는날’(7월3일)은 2008년 스페인 환경단체 ‘가이아’의 제안으로 제정됐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상징적인 날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내용의 비닐봉지없는날 기념 메시지를 올렸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장바구니나 카트 안은 비닐봉지로 가득했다. 한 채소 가게에선 카트를 가져온 손님에게 비닐로 포장된 가지를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 건넸다. 주부 윤모씨(67)의 장바구니도 비닐봉지에 개별 포장된 돼지고기, 감자, 견과류, 모둠전이 각각 담겨 있었다. 윤씨는 “장바구니를 가져와도 대부분 가게에서 먼저 비닐에 담아준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은 여전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이다. 홍어무침 가게 직원 전모씨(54)는 “포장을 미리 해놔야 하는 테이크아웃 전문인데 종이봉투로는 물기나 냄새가 새기 쉬워 불편하다”며 “너무 당연하게 써서 죄책감도 별로 없다”고 했다.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김유경씨(37)도 “생선은 물기가 많고 냄새도 있어서 비닐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프랑스인 말리스(24)는 “상인들이 자동으로 비닐에 담아주니 거절하기가 번거롭다”며 “프랑스에서는 비닐봉지 제공이 아예 금지돼 있어서 한국 와서 비닐을 많이 쓰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비닐봉지를 비롯한 플라스틱 규제는 지난 정부에서 뒷걸음쳤다. 2023년 11월 일회용품 관련 규제를 과태료 중심에서 자발적 참여 기반의 지원 정책으로 전환했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에 대한 규제는 유예됐고, 종이컵은 규제 품목에서 제외됐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일회용품 규제를 자발적인 참여에 맡긴 건 정부가 환경 보호에 손을 놓은 것”이라면서 “규제에 따라 소상공인도 친환경 대체 자재 준비를 해왔고 시민들도 일회용품 사용 자제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됐는데, 정부가 규제 유예를 반복하며 제도 신뢰성이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규제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하고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내년을 기점으로 먹는샘물과 음료류 페트병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해 자원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중해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에서 유럽 연합 내로 이주하려는 난민 상당수가 이용하는 루트다. 문제는 이곳에서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는 데 있다. 국제이주기구(IMO)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은 3만1180명이다. 책은 그 현장을 다룬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탐사 보도 기자인 저자가 리비아 북쪽 지중해 국제 해역에서 해상 인명 구조 활동을 하는 유럽의 인도주의 기구 SOS 메디테라네의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에 타서 구조 활동에 나선 경험을 그래픽노블로 옮겼다. 책은 난민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수치나 감성적인 사연으로 그리기보다 왜 이들이 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지, 무엇이 바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구조를 어렵게 하는지 전방위로 풀어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부 방공 시스템과 정밀 유도 무기 지원을 중단한 것은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미국산 무기 지원·보급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미국산 F-16 전투기용 미사일과 정밀 포탄,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무기 재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무기 지원 보류) 검토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미국이 무기를 제공하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외 다른 국가에도 무기 인도를 중단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파넬 대변인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무기를 제공할 수는 없다”며 “미국을 지키고, 본토와 해외에 있는 미군을 방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조치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30여기를 비롯해 155㎜ 포탄 8500여발, 정밀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LMRS) 250발 이상, 헬파이어 미사일 142기 등이 포함됐다. AP통신도 AIM-7(스패로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스팅어 단거리 미사일, AT-4 유탄 발사기 등이 지원 중단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추가로 보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당시 미 국방부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인도 중단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폭탄, 미사일, 포탄 등은 지난 3년4개월 동안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워온 우크라이나에 핵심 전력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은 사실상 보류 상태다. 지난달 10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다음 회계연도 국방예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감축한다고 예고했다.
러시아가 무인기와 미사일을 활용한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 결정은 우크라이나군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미 국방부에 긴급 협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무기가 적을수록 (전쟁이) 종결에 더 가까워진다”며 미국의 결정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