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개정안에는 재계와 야당이 그간 반대해온 ‘3%룰’도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됐던 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안이 3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가결해 전체회의로 넘겼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며,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다.
핵심 쟁점이던 ‘3%룰’도 포함했다. 여야는 소위 회의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법사위 양당 간사와 여야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열어 견해차를 좁혔다. 3%룰은 이사회로부터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이 제한되는 범위를 ‘최대주주’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사회와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 수를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는 향후 공청회를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표적 여야 쟁점 법안인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전향적 검토”로 입장을 선회하며 합의 처리 길이 열렸다.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전자주총 의무화 등 2개 조항만 담고 있었지만, 이번 합의안에는 3%룰까지 추가되며 내용적으로 일부 진전됐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불안해진다. 이 문구는 늘 희생을 요구한다. 남자로서 부인하고 싶지만, 그 희생은 대개 여성의 몫이다. 정책은 가족을 위한 것이고 복지라고 써놓았지만, 정작 남편들은 그걸 ‘자기개발비’쯤으로 해석하는 일도 많다.
사실,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그랬다. 50년 전 독일에서는 아이 옷을 사라고 지급한 아동수당이 이상하게도 아빠들의 양복값으로 증발했다. 정부는 놀랐고, 곧장 수령인을 엄마로 바꿨다. 그러자 수당은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아이들 옷장에 안착했다. 학계에선 “복지의 도착지 오류”라는 기괴한 개념을 만들었고, 가정 내 자금 흐름의 오묘한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밀의 역사는 계속됐다. 북유럽에서 남성에게 육아휴가를 의무화했다. 아빠가 육아의 몫을 나누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랬더니, 낚시터를 찾아 강과 바다로 나가는 젊은 아빠들이 난데없이 늘었다. 휴가의 목적은 ‘육아’였으나 사용처는 ‘휴양’이었다. ‘낚시지표’가 유럽 복지정책의 새로운 성과지표로 떠오른 것이다. 당국은 심각해졌고 학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젊은 아빠들은 여전히 강가에 앉아 시간을 낚았다.
한때 유명했던 책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는 남자들에게 일종의 구원이었다. “봐, 우리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어.”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책은 원래 ‘서로 다르니 이해하자는’ 것이었지만, 남자들은 이를 ‘우리는 이럴 수밖에 없다’는 면죄부로 읽었다. 이해가 아니라 포기였다. 포기는 곧 안도의 다른 말이다. 우릴 더 비난하지 마세요,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남자들은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독일에서 진행된 최근의 연구는 이 ‘남자들의 말귀 문제’가 단순한 성향이나 기호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까발린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중요한 경제정보를 얻게 되면, 과연 그 정보가 가정의 살림살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정보를 받은 사람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대체로 파트너에게 그 정보를 공유했다. 그렇다. 남편도 정보를 전달한다. ‘남편은 말을 아낀다’는 속설은 근거 없는 낭설이었다. 문제는 그 정보를 전달받은 배우자의 반응. 아내는 전달받은 정보를 살림살이 판단에 반영했다. 하지만 남편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정보를 듣고도 듣지 않은 듯 행동했다. ‘개무시’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주는가도 문제가 아니다. 듣는 능력 자체가 문제다. 연구진은 어려운 전문용어로 설명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남편의 ‘말귀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유전적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유전적 ‘열세’다.
이 시대를 같이 아프게 살아가는 사내라고 믿었던 나는 슬퍼졌다. 숫자와 그래프가 가득한 논문을 읽고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결국 문제는 ‘남성 일반’이라기보다는, 듣고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버리는 특정한 태도다. 남자는 정보를 공유하는데, 정작 그 정보를 믿지 않는다. 아니, 귀찮아서 외면한다. 그도 아니면, 이미 정해놓은 답만 듣고 싶어 한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게 아니라, 알아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다시 돌이켜 본다. 외면과 고집, 편견과 태만이 합쳐진 그 고요한 무반응의 순간. 옆에서 아내는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고 있는데,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설픈 농담으로 얼버무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그 얘기, 예전에 했었어, 정말?”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 모든 연구가 독일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순간 나는 희망을 품었다. “그래, 독일 남자들, 쟤네들이 원래 좀 그래.” 하지만 왠지 그 말이 나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제는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원래 그런 종이야”라는 자기 위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가정 살림은 개인의 감각에만 맡겨둘 수 없고, 정보를 듣는 태도야말로 현대 가정의 핵심 역량이다. 대화란 단지 말의 교환이 아니라 서로 듣고 수용하는 가장 작은 민주주의다.
오늘 저녁만이라도 제대로 들어보자. 아내가 하는 말을, 아이가 던지는 질문을, 아니면 자기 자신이 한숨 섞어 말한 그 속삭임을. 언제까지 독일 핑계만 대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나다.
▼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저자
한국과 중국이 외교 국장급 회의를 개최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외교 당국 간 협의체가 가동된 것이다.
강영신 동북·중앙아국장은 지난 1일 한국을 방문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협의를 개최했다고 외교부가 2일 밝혔다. 이번 국장급 협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30일 중국에서 열린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양측은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급에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국은 APEC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재차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 자리에서 오는 9월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노선을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경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양측은 서해 및 한반도 문제 등 서로의 관심사를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은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우려와 함께 한국의 해양권익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8~2022년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구조물 3개를 설치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도 2일 류진송 국장을 접견했다. 이들은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